‘구치소 방역 참사’...서울동부구치소발 코로나 확진자 1천명 육박, 사망자는 2명
文, 1991년 한겨레 신문에 “시국 재소자 가혹행위는 6공화국 인권상황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
서울동부구치소발 코로나 확진자가 1000명 가까이 나오고, 구치소 내 사망자도 2명이나 발생하면서 인권침해 논란이 제기되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30년에 ‘재소자 인권 문제’를 들어 정부를 비판한 칼럼이 주목받고 있다.
문 대통령은 변호사로 활동하던 지난 1991년 11월 7일 한겨레신문에 ‘갈수록 악화되는 재소자 인권’이란 제목의 칼럼을 게재했다. 문 대통령은 이 칼럼에서 “6공화국 들어 시국 재소자의 수가 급증하자 이들에 대한 집단폭행 등 가혹행위 사건이 전국 각지에서 끊임없이 터져나와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며 “이는 겉으로 민주화를 내세우고 있는 6공화국의 인권상황이 속으로는 오히려 악화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문 대통령은 “유죄의 판결이 확정되지 아니한 미결구금자는 무죄로 추정되고 있는 상태이므로 비록 구속되어 있다 하더라도 신체의 자유만 제한될 뿐 그 이상의 불이익을 받아서는 안 된다”며 “접견, 서신이 자유로워야 하는 것은 물론 원하는 대로 신문을 보고 라디오를 들을 수 있어야 하며, 자유롭게 집필할 수 있어야 한다”고 했다.
문 대통령은 “재소자는 별세계의 사람들이 아니라 바로 우리들의 일부”라며 “그들을 인권의 사각지대에 방치하고서는 민주화를 말할 수 없다. 그들의 처우와 인권상황에 모두들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한 “특히 미결구금자는 형사소송법상 무죄로 추정되는 가운데 수사와 재판과정에서 막강한 경찰 및 검찰과 맞서 자신을 방어하여야 할 지위에 있는 사람”이라며 “그들에 대한 인권유린과 열악한 처우는 한쪽 선수를 묶어 놓고 권투시합을 하는 것과 마찬가지”라고 했다. 문 대통령은 “미결구금자들이 헌법과 형사소송법의 정신에 걸맞게 대접받을 수 있도록 법류의 개정과 제도의 개선이 시급하다”고 덧붙였다.
서울동부구치소의 코로나19 확진자는 새해 첫날 14명 증가해 937명으로 늘었다. 2일 법무부에 따르면 이날 0시 기준 전국 교정시설의 코로나 확진자는 총 982명이다. 앞서 서울동부구치소에서 확진된 굿모닝시티 분양사기 주범 윤창열 씨가 지난 27일 코로나 합병증으로 숨진 데 이어 지난 31일 서울구치소에서도 30대 남성 수용자가 코로나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이 수감자는 확진 판정을 받은 뒤에 외부병원이나 치료시설로 옮기려 했지만 일반병원 이송이 어렵다는 통보를 받고 구급차에 대기하던 중 사망했다. 구치소 수감자들은 예산 부족으로 지난달 27일 첫 환자가 나오기 전까지 마스크를 지급받지 못해 자체 조달해온 것으로 확인됐다. 동부구치소의 한 수감자는 지난 29일 쇠창살 밖으로 “살려주세요”라고 쓰인 종이를 흔들기도 했다. “확진자 한 방에 8명씩 수용. 서신(편지) 외부 발송 금지”라고 쓰인 종이를 쇠창살 밖으로 보인 수감자도 있었다. 그러나 동부구치소는 구조신호를 보낸 수용자들에 대해 시설물 훼손 등의 징계를 논의하고 있다.
이처럼 구치소 내 집단감염이 폭증되고 있음에도 추미애 법무부장관은 이번 사태에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추 장관은 29일 연말 특별사면 기자회견에서 관련 질문을 뺀 것으로 드러났다. 또한 자신의 페이스북에 “교정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법무부 장관으로서 국민들께 심려를 끼쳐 드려 매우 송구하다”면서도 “구치소는 교도소와 달리 구속 또는 형이 확정되지 않은 미결수들을 수용하는 곳으로 신입 수용자의 입감 및 출감이 빈번하다. 교정당국이 적정 인원의 수용 등을 조정할 수 있는 곳이 아니기에 항상 과밀에 대한 우려가 있다”고 변명했다. 이번 감염 사태의 원인을 구치소 자체의 문제로 돌리며 책임을 회피한 것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