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조리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朴 성추행 사건 영구미제로 남나?
경찰과 달리 검찰은 朴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결과 일부 공개
극단적 선택 직전 젠더특보에 "이 파고는 넘기 힘들 것 같다"
朴, 성추행 피소 소식 여성단체→남인순→젠더특보 거쳐 전달받아

경찰이 5개월여간 끌어온 고(故) 박원순 전 서울시장 성추행 관련 수사를 모두 증거불충분 혐의없음으로 불기소 처리하기로 하면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검찰이 박 전 시장의 휴대폰 디지털 포렌식 결과 일부를 공개했다. 박 전 시장의 사건들은 수사 종료로 영구미제로 남겠지만 박 전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고소될 만한 일을 저질렀음을 스스로 시인하는 발언 일부가 확인된 점이 주목받고 있다.

서울북부지검은 30일 보도자료를 통해 그간의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검찰은 박 시장이 성추행 혐의로 피소됐다는 소식이 어떻게 외부로 유출됐는가를 수사해 왔다. 검찰과 경찰, 또는 청와대가 박 시장에게 해당 사실을 곧장 알려줬을 것이란 게 세간의 주된 의혹이었고 고발의 핵심 내용이기도 했다. 여러 시민단체는 박 시장 성추행 피해자 측이 지난 7월 13일 "고소와 동시에 박 시장에게 수사 상황이 전달됐다"고 폭로하자 지난 8월 피소 사실 유출 혐의(공무상 비밀누설, 성폭력 범죄의 처벌 및 피해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위반 등)로 청와대, 경찰, 검찰 관계자 등을 검찰에 고발했다.

하지만 검찰은 이날 "수사기관 관계자 등 피고발인이 박 시장의 피소 사실을 유출한 사실을 인정할 증거가 없다"며 불기소 처분을 내렸다고 밝혔다.   

검찰에 따르면 피해자 A씨의 법률 대리인인 김재련 변호사가 7월 7일 평소 알고 지내던 한 시민단체 대표에게 고소 예정 사실을 알리고 지원 요청을 하면서 관련 정보가 외부로 처음 알려졌다. 남인순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7월 8일 시민단체 관계자들로부터 접한 박 시장 피소 소식을 자신의 보좌관이었던 임순영 서울시장 젠더특보에게 전했다. 박 시장은 임 특보를 통해 피해자 A씨와 여성단체의 동향을 전달받았다.

임 특보는 8일 오후 3시쯤 박 시장에게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느냐고 물었고 박 시장은 '없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하지만 박 시장은 이날 오후 11시쯤 시장 공관에서 임 특보에게 '피해자가 문제를 삼으면 문제가 될 소지가 있다'고 실토했다. 박 시장은 임 특보로부터 '구체적 내용·일정은 알 수 없으나 피해자의 고소와 여성단체를 통한 공론화가 예상된다'는 말을 들었다.

박 시장은 다음날인 9일 오전 고한석 비서실장과 공관에서 만났다. 박 시장은 고 실장에게 "피해자가 여성단체와 함께 뭘 하려는 것 같다. 공개되면 시장직을 던지고 대처할 예정"이라며 "고발을 할 것으로 예상되고 빠르면 오늘이나 내일쯤 언론에 공개되지 않을까 싶다"고 했다.

박 시장은 이날 오전 고 실장과 만난 이후 공관을 나와 북악산 쪽으로 이동했다. 박 시장은 오후 1시 24분 임 특보에게 "아무래도 이 파고는 내가 넘기 힘들 것 같다"는 텔레그램 메시지를 보냈고, 오후 1시 39분 고 실장에게 전화로 "이 모든 걸 혼자 감당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박 시장의 휴대폰 신호는 오후 3시 39분쯤 끊긴 것으로 전해졌다.

검찰은 디지털 포렌식 결과 박 시장 휴대폰에 삭제된 흔적은 없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시장의 메신저 기록 중에 사망 전 심경이 반영된 내용이 그대로 보관돼 있었다고 전했다. 

다만 검찰은 이미 피해자가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한 사실을 알지 못한 상태에서 박 시장이 이 같은 언급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이 기사가 마음에 드시나요? 좋은기사 원고료로 응원하세요
원고료로 응원하기
저작권자 © 펜앤드마이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