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취약한 방공역량 보완 시급”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사진 위)와 중국 H-6 폭격기.A-50 조기경보통제기, Tu-95폭격기 등 러시아 군용기 15대와 H-6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4대가 22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연합뉴스)
러시아 A-50 조기경보통제기(사진 위)와 중국 H-6 폭격기.A-50 조기경보통제기, Tu-95폭격기 등 러시아 군용기 15대와 H-6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4대가 22일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카디즈)에 진입했다가 이탈했다. (연합뉴스)

미국의 군사 전문가들은 중국과 러시아 공군이 연합훈련을 벌이며 한국방공식별구역(KADIZ, 카디즈)을 마구 드나드는 것은 미국의 아시아 전략에 대한 경고라며 한미 군사 공조 강화를 촉구했다.

앞서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 19대는 지난 22일 한국방공식별구역에 무단 진입했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이날 오전 8시경 H-6으로 추정되는 중국 군용기 4대가 차례로 한국 이어도 서쪽에서 카디즈에 진입했다. 수호이 계열과 Tu-95폭격기 등 러시아 군용기 15대도 차례로 동해 카디즈 북쪽에 진입했다. 한국 군은 해당 지역에 공군 전투기를 투입했다. 외교부는 중국과 러시아 측에 외교채널을 통해 유감을 표명하며 재발 방지를 촉구했다. 중국과 러시아 군용기가 동시에 카디즈에 진입한 것은 지난해 7월 두 나라의 연합훈련 이후 이번이 처음이다. 당시에는 중국 군용기 2대와 러시아 군용기 3대가 카디즈에 진입했지만 이번에는 19대가 무더기로 출격해 파문이 일었다.

버웰 벨 전 주한미군사령관은 28일(현지시간) 미국의소리(VOA) 방송에 “중국과 러시아가 한국 등과의 군사적 조율 없이 방공식별구역을 비행하는 일이 너무 잦아졌다”며 “한반도에서 전쟁이 발발할 경우 두 나라가 북한을 지원하고 북한과 더불어 싸울 수 있다는 신호를 한국과 일본, 미국에 보내려는 의도”라고 지적했다.

벨 전 사령관은 2006년부터 2008년까지 주한미군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 한미연합사령관을 역임했다. 그는 “우리의 상호방위 조약이 확고한 가운데 한국이나 일본 혹은 두 나라를 모두 공격하는 것은 곧 미국에 대한 공격이기도 하다”며 “비행계획을 통보하지 않은 채 방공식별구역에 침입한 것은 한국과 일본, 미국에 중대한 우려가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벨 전 사령관은 “중국과 러시아는 미국과의 동맹이 미중러 세 강대국 간 긴장의 근원이며 미국과의 동맹을 끝내고 동아시아 지역에서 중국과 러시아의 지도력, 즉 무언의 패권을 받아들이는 것이 한국과 일본의 이익에 부합한다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분석했다고 VOA는 전했다.

그는 “중국과 러시아의 도발은 사전에 조율된 것이 명백하다”며 “중국과 러시아 모두 양국 군이 한국과 일본을 겨냥한 작전을 거의 돌발적으로 동시에 벌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모의했다는 뜻”이라고 밝혔다.

또한 VOA에 따르면 벨 전 사령관은 한국정부에 방공식별구역에 대한 부당한 침입에 대해 유엔에 이의를 제기하고 미국과의 군사동맹에 대한 한국의 공약을 재확인하며 특히 탄도미사일 요격체계인 패트리엇(PAC-3)과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 즉 사드를 추가로 구매하거나 배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현재 한국의 가장 두드러진 취약점은 불충분한 공중방어 자산”이라며 “한국의 주권과 자유에 대한 의지를 북한과 중국, 러시아에 이해시키기 위한 최선의 방안을 전쟁 발발 시 이 세 나라 모두를 심각하게 징벌할 수 있는 군사적 역량을 갖추는 것”이라고 했다. 이어 그는 “한국은 자국의 방공식별구역이나 고유 영토에 대한 어떤 침입에도 대응할 수 있는 협력과 역량을 확보하기 위해 일본과 군사적 동반자 관계 구축 작업을 시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로렌스 코브 전 국방부 차관보도 VOA에 중국과 러시아의 역내 무력시위의 수위와 빈도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 초점을 맞추며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는 미국을 겨냥한 조치”로 미국을 향해 무슨 일을 하든 두 태평양 국가를 먼저 상대해야 할 것이라는 신호를 보내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어 “중국과 러시아가 이런 행동을 통해 역내 평화가 정착되지 않았다는 점을 상기시키며 미북 간 평화조약 체결 필요성을 부각시킬 수 있지만 그런 수사는 무의미하다”고 했다.

랠프 코사 태평양포럼 명예회장은 VOA에 “러시아와 중국이 방공식별구역에 거듭 진입하고 있는 것은 거대한 두 나라가 서로 협력하고 있으며 문재인 정부를 압박하겠다는 의지를 한국 등에 보내고 있다”며 “무슨 목적인지 분명하지 않지만, 중국이나 러시아의 동기가 무엇이든 방공식별구역 침입은 중국의 부상이 완전히 평화롭게 이뤄지지 않을 것이라는 점과 중국은 원하면 무력적인 위협을 서슴지 않을 것이라는 사실을 상기시켜 준다”고 했다.

최근 들어 중국과 러시아는 공고한 관계를 대외에 과시하며 동반자 국가로서 광범위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에서는 심지어 중러가 미국에 맞서기 위해서 연합훈련을 더 늘려야 한다는 주장이 관영 매체 등을 통해 보도되고 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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