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용구 법무차관

이용구 법무차관의 ‘택시기사 폭행사건’이 중대 국면을 맞고 있다.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위원으로 참여했던 이 차관의 택시기사 폭행 의혹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본격화된다.

서울중앙지검 형사5부(부장검사 이동언)는 30일 오전 이 차관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특가법) 위반 혐의 고발 사건과 관련 시민단체 대표에 대한 첫 고발인 조사를 진행한다. 경찰에 수사 지휘를 내리지 않고 직접 수사하기로 결정했다. 고발인은 이종배 법치주의바로세우기행동연대(법세련) 대표이다.

서울중앙지검 30일 본격 수사 착수, 고발인 시민단체 대표 소환 조사

윤 총장이 내년 1월1일부터 시행되는 검경수사권 조정안을 직접 챙기고 있는 만큼 이 사안을 중요하게 다룰 것으로 예상된다. 이 차관에 대한 경찰의 부실수사를 둘러싼 여론의 비판이 뜨거운 가운데 검찰이 속시원하게 제대로 된 수사를 할 경우, 검찰을 무력화시키려는 여권의 부당성을 자연스럽게 입증하는 효과를 갖게 된다.

더욱이 조국 전 법무부 장관과 부인 정경심 동양대 교수가 입시비리혐의 등에 대해 완강하게 부인했으나 검찰 수사 및 재판을 통해 범죄 혐의가 확인됐다. 이 차관도 비슷한 운명을 걸을 가능성이 유력하다. 벌써부터 ‘제2의 조국 사태’가 시작됐다는 전망이 흘러나오고 있다.

당초 사건은 지난달 6일 저녁, 이 차관이 자택인 서울 서초동 한 아파트 앞에서 자신을 태우고 온 택시 기사를 단순 폭행한 정도로만 알려졌다. 술에 취해 택시 안에서 잠든 자신을 택시기사가 깨우자 폭행으로 응수한 것이다.

하지만 서초경찰서는 택시 기사가 이틀 뒤 ‘처벌불원서’를 제출했다는 이유로 입건조차 하지 않고 ‘내사종결’로 처리했다. 이 과정에서 경찰은 이 차관의 신분을 확인한 후 추후 조사하기로 하고 돌려보냈다고 한다.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사건 다음날인 지난달 7일 이 차관에게 ‘9일 출석하라’고 통보했지만, 그는 출석이 어렵다고 연락해왔다. 택시 기사도 지난달 9일 담당 형사에게 '승객과 원만히 합의해 처벌을 원치 않는다'는 의사를 밝힌 뒤 처벌 불원서를 제출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그 이후 드러난 정황은 사건 초기와 많이 달랐다. 폭행이 이루어진 장소, 택시가 운행중이었는지 혹은 정차중이었는지의 여부 등 많은 부분에 대해 부실수사 의혹이 제기된다. 게다가 경찰이 ‘이 차관의 신분을 알고 봐주기식 수사를 한 게 아닌가’ 라는 의혹까지 제기되는 상황이다.

폭행 장소와 운행 중 여부가 경찰 조사와 달라, 특가법 적용 가능성 높아

당초 경찰의 설명과 달리, 이용구 차관이 음주 상태에서 택시기사를 폭행한 장소는 일반도로인 것으로 드러났다. 당초 경찰은 ‘택시가 아파트 단지 내에 정차해 특가법을 적용할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교통안전을 저해할 우려가 없는 아파트 단지 안에서 목적지에 도착해 정차한 택시기사에게 물리력을 행사한 사건이라 특가법을 적용할 수 없다고 봤다는 게 경찰의 주장이다.

택시가 운행중이었다면 특가법이 적용될 수 있지만, 경찰은 ‘교통안전질서를 저해할 우려가 없는 장소에서 운전자가 계속 운행 의사 없이 주ㆍ정차’하면 ‘운행 중’이라 볼 수 없는 경우에 해당한다고 했다.

하지만 택시기사는 채널A와의 인터뷰에서 "경찰관이 올 때까지 시동과 미터기는 켜져 있었고, 이 차관도 뒷자리에 그대로 앉아 있었다"고 밝혔다. 택시기사의 설명대로라면 ‘경찰관이 도착하고 이 차관이 차량에서 내릴 때까지도 차량 미터기는 켜져 있었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차는 ‘운행 중’이기 때문에, 특가법이 적용되는 것이 당연하다.

발등에 불 떨어진 경찰, 경찰청장까지 나서 부실수사 의혹 적극 해명

판사 출신으로 법무부 법무실장을 지낸 이 변호사가 차관에 내정된 것은 지난 2일이다. 내사 종결 후 약 20일 뒤다. 이런 정황상 경찰이 부실수사를 했거나, 아니면 봐주기 수사를 했다는 비판이 제기되는 실정이다.

이에 대해 경찰이 28일 이용구 법무부 차관의 '택시기사 멱살잡이' 사건을 덮으려 했다는 의혹에 대해 정면 돌파에 나섰다.

경찰 관계자는 "서초서에서는 그가 변호사라는 사실만 알았지, 구체적인 경력은 전혀 몰랐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적법한 절차를 거쳐 내사 종결했다며 각종 의혹을 조목조목 반박했다.

김창룡 경찰청장까지 나서서 적극 해명했다. 김 청장은 28일 기자 간담회에서 "해당 사건은 11월 6일 발생해 서초서가 11월 12일 내사종결했다"면서 "(사건 발생 당시) 서울경찰청과 경찰청에 보고되지 않았으며 청와대에도 보고된 바 없다"고 밝혔다.

윤 총장 직무복귀 판결 내린 홍순욱 판사, 유사 사건에 ‘특가법’ 적용

이와 관련해 최근 윤석열 검찰총장의 징계 효력을 정지시켰던 홍순욱 서울행정법원 부장판사가 과거 형사 재판에서 정차(停車) 중인 택시 기사를 폭행한 것도 ‘운전자 폭행’에 해당한다고 보고 가중 처벌한 것으로 28일 확인됐다. 택시기사를 폭행한 이용구 법무차관에게 ‘운전자 폭행’이 아닌 ‘단순 폭행’ 혐의를 적용해, 입건도 하지 않고 자체 종결한 것과는 정반대되는 판단이다.

판결문에 따르면, 홍 부장판사는 수원지법 성남지원 부장판사 시절인 지난 2016년 8월 특정범죄가중처벌법(특가법)상 운전자 폭행으로 재판에 넘겨진 A씨의 혐의를 인정해 그에게 징역 1년 6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2016년 5월의 한 평일 저녁, 술에 취한 A씨는 택시가 집 앞에 정차하자 기사의 얼굴을 주먹으로 때린 혐의 등을 받았다. A씨가 피해자와 합의했고, 피해자가 ‘처벌을 원치 않는다’고 밝혔는데도 홍 부장판사는 “A씨의 범행은 사고로 이어져 생명을 침해할 수 있다”며 운전자 폭행으로 가중처벌한 것이다.

검찰 수사 ‘법대로’만 하면 ‘제2의 조국’ 되는 건 시간 문제?

검찰 수사 결과가 경찰과 다른 판단이 나오면 검경 수사권 조정을 둘러싼 ‘새로운 불씨가 될 수밖에 없다. '검찰개혁' 성과로 경찰이 갖게된 '1차 수사종결권'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걷잡을 수 없게 커지게 된다.

검찰 수사 지휘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구자현 3차장 검사가 맡는다. 다만 고위공직자가 연루된 사건이기 때문에 윤 총장이 직접 챙길 것으로 보인다. 이 지검장은 윤 총장 징계 국면 이후 검찰 내부에서 궁지에 몰렸고 추미애 장관마저 물러나는 상황이라 윤 총장의 지휘가 향방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다.

윤 총장은 자신에게 징계 처분을 내린 인물을 상대로 수사를 지휘하는 셈이 된다. 검찰 내에서는 이 차관 사건에 대해 ‘특가법을 적용할 수 있다는 법리 해석이 많다. 검찰이 '원칙'대로 만 수사를 한다면 이 차관이 ’제2의 조국‘이 되는 것은 시간 문제라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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