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임이 임박한 추미애 법무장관이 무책임의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

서울동부구치소에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가 무더기로 쏟아져 나왔지만 사과는커녕 한 마디 언급조차 하지 않는 안면몰수식 태도를 지속하고 있다.

29일 확진 판정을 받은 사람까지 포함하면 총 757명이 감염된 것으로 확인되었다. 전체 수용자(18일 2419명)의 30%가 감염됐다. 지난 1월 국내에서 코로나 확산이 시작한 이후 단일 시설 내 최다 규모 감염이다.

동부구치소는 최악의 코로나 감염 사태, 추 장관은 뜬금없이 보호관찰소 방문

박유미 서울시 방역통제관은 “동부구치소는 고층 빌딩형태의 전형적인 3밀 시설로 불량한 환기구조를 가지고 있고 과밀하게 수용해 확진자와 비확진자를 분리 수용할 공간이 부족했던 게 감염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부는 내부 과밀도를 낮추기 위해 지난 28일 수감 확진자 345명을 다른 교도소로 이송하고, 동부구치소는 생활치료센터로 전환해 확진자 중심 치료와 관리를 하고 있다.

하지만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사태에 대해 법무부 수장으로서 국민들에게 설명하거나 사과하는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동부구치소 코로나 사태가 언론에 보도된 28일 저녁 추미애 장관은 동부구치소 대신 심야에 법무부 보호관찰소를 방문하고 SNS에 사진을 올렸다.

추 장관은 “법무부하면 검찰개혁 같은 거대한 이슈나 권위적이고 고상한 면을 연상할 것 같다”며 “그러나 법무부의 주요 업무는 국민의 상식을 존중하고, 국민의 평범한 일상을 유지하는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오늘도 보호관찰소, 교정국, 출입국 등 보이지 않는 곳에서 묵묵히 일하고 있는 법무 직원들이야말로 법무부의 주역”이라며 “주목받지 못하는 많은 영역에서 최선을 다하는 무수한 땀과 노력을 꼭 기억해 주시기 바란다”고 했다.

추 장관은 사표 수리 전 마지막이 될 것으로 보이는 29일 브리핑에서도 동부구치소 감염사태에 대해 아무런 언급이 없었다. 신년을 앞두고 특별사면 발표를 위한 자리이지만, 국민들은 윤석열 검찰총장 징계와 서울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진 사태 등의 현안에 대한 장관의 설명을 기대했다.

29일 오전 정부종합청사에서 진행된 추 장관의 브리핑은 채 10분도 지나지 않아 끝이 났다. 추 장관은 오전 11시에 브리핑 장소에 나타나 미리 배포된 특별사면 발표문을 읽고는 아무런 말없이 떠났다. 법무부 대변인실이 사전에 출입기자들로부터 취합한 질문들에 대해 심재철 검찰국장을 비롯한 실무진들이 대답하는 형식으로 진행됐다.

수용자 30% 감염된 동부구치소 사태, 법무부 교정당국의 초기 대응 실패가 원인

법무부 대변인실은 추 장관의 책임 문제에 대한 질문을 교정당국에게 넘기겠다며 아예 추 장관에 대한 질문을 차단하는 태도를 보였다. 추 장관이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미리 뜻을 전달한 탓으로 풀이된다.

결국 추 장관이 법무부 장관으로서 마지막으로 국민을 만나는 자리에서 국민들에게 아무런 해명을 하지 않았다. 사전 취합한 질문에는 서울동부구치소에서 발생한 코로나19 감염사태에 대해 법무부 수장으로서의 책임 문제가 올려져 있었다.

그러나 법무부 대변인실은 “추 장관의 책임 문제에 대한 질문을 교정당국에게 넘기겠다”며 아예 추 장관에 대한 질문을 차단하는 태도를 보였다. 추 장관이 질문을 받지 않겠다고 미리 뜻을 전달한 탓으로 풀이된다.

동부구치소 코로나19 확산사태는 초기에 마스크 지급이 늦고 수용자 관리가 제대로 되지 않는 등 법무부 교정당국의 초기 대응 소홀이 주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따라서 법무부 수장인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에 골몰하다가 동부구치소 코로나 확산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비판이 제기된다.

신천지 집단 감염 때 검찰의 느린 대응 질책했던 추미애의 침묵은 ‘내로남불’의 전형

하지만 추미애 장관은 지난 3월 신천지 신도들의 코로나19 집단 감염 사태에 대해선 "강제 수사가 즉각 필요하다"며 검찰의 느린 대응을 질책했다. 전형적인 ‘내로남불’이다.

법무부는 동부구치소 사태에 대해 아무런 입장을 내놓지 않다가, ‘서울시와 송파구의 책임’이라면서 ‘남탓’을 했다. 이에 대해 국민의힘 하태경 의원은 “동부구치소 대량 감염의 책임은 구치소 운영의 최종 책임자인 추 장관이 져야 한다. 추 장관은 대한민국 헌정사에서 악하기만 한 게 아니라 가장 무능한 장관으로 기록될 것”이라고 말했다.

국민의힘 주호영 대표도 신랄하게 비판했다. “국가 1급 보안시설인 동부구치소의 집단 감염은 법무부 장관, 대통령이 책임져야 할 일이다”라며 “어떻게 (확진자가) 500명이 넘을 때까지 이렇게 방심하고도 K방역을 자랑할 수가 있는지” 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러면서 “윤석열 쫓아내는 데 쏟던 힘을 조금이라도 썼으면 이런 일은 없었을 것이다” 라고 강도높게 비판했다.

국민들이 추미애 장관으로부터 듣고 싶은 사과는 정세균 총리와 문 대통령이 대신 했다. 동부구치소 문제에 대해서는 정세균 총리가 29일 사과표명을 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29일 서울 동부구치소의 집단감염에 대해 "정부가 직접 관리하는 교정시설에서 대규모 집단감염이 발생해 송구스럽다"고 말했다.

윤석열 탄핵 선동하는 여당 의원 글 공유하며 ‘유체이탈’

윤석열 징계와 관련해서는 문 대통령이 25일 “법원의 결정은 존중하고 특히 인사권자로서 국민들께 불편과 혼란을 끼친 데 대해서 사과한다”고 했다.

대통령이 사과하는 사태로까지 일이 커진 상황에서도 징계청구권자인 추 장관은 아무런 입장 표명 없이 다른 일과 다른 말만 하고 있어서 무책임하다는 지적이 높다.

추 장관은 전날 자신의 유튜브TV를 통해서 "윤석열 탄핵, 역풍은 없다"는 제목의 여당 의원의 글을 공유했다. 해야할 일과 하지 말아야 할 일을 구분하지 못하고 끝까지 윤석열 죽이기에만 매달리고 있는 모습이다.

추 장관은 법무부 장관으로서만 아니라, 정치인으로서의 책임을 지고 정치일선에서 물러나야 한다는 비판이 거세지고 있다. 이런 비판 속에 추 장관은 마지못해 등떠밀려 동부구치소를 29일 오후에 방문했다고 알려지고 있다. 책임감은 물론 진정성마저 상실했다는 평이 지배적이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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