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종일 전 靑 국가안보보좌관, 文정부 대북정책 작심 비판
"靑에 대거 입성한 386세력이 문제...통일 바란다면 北주민들이 세상 바로 보게 해줘야"
김대중·노무현 정부에서 외교안보 주요 보직 내리 역임...햇볕정책 설계자로도 알려져

김대중 대통령의 외교안보 책사로 알려진 라종일 가천대 석좌교수가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강도 높게 비판했다. 그는 더불어민주당이 단독으로 입법 처리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에 대해서도 문제가 많다며 쓴소리를 했다.

라 교수는 29일 일부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우리 정부가 북한과 잘 지내려는 것에 나도 찬성이다"면서 "하지만 잘 지내더라도 인권 등 지킬 건 지켜야 하지 않겠느냐"고 했다. 이 같은 발언은 최근 민주당이 강행 처리한 대북전단살포금지법 등에 대한 비판 가운데서 나왔다. 

라 교수는 "북한은 DJ·노무현 정부 때도 '교류하고 싶지 않느냐' '정상회담해야 하지 않느냐'며 휴전선의 대북 전광판 철거를 집요하게 요구했다"면서 "정보와 정서·지적 결핍에 빠진 북한 주민을 위해서라도 전광판 같은 최소한의 정보 유입 도구는 유지해야 한다고 대통령께 직언했지만 결국 청와대에 대거 입성한 386 세력이 전광판 철거를 밀어붙여 성사시켰다"고 지난 좌파정부 당시 비화들을 털어놨다.

라 교수는 문재인 정부의 대북정책을 정면 겨냥했다. 그는 "엉터리 민족주의자, 진보주의자들은 역사가 어떻게 바뀌는지 모른다"며 "남북 정상이 백두산에 올라가서 악수하고 정상회담하고 그러면 세상이 바뀌고 역사가 만들어 지는 줄로 안다"고 말했다.

라 교수는 "근본적인 변화는 그런 식으로 오지 않는다"면서 "프랑스 혁명, 한국의 민주화 혁명, 이런 게 지식이나 영웅 같은 인물 하나가 툭 튀어나와 이뤄진 것이 아니라 변화를 갈망하는 대중이 있었고 이들이 움직였기에 가능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라 교수는 "진정 남북 관계의 변화를 바라고 통일을 바란다면 북한 인민이 세상을 바로 보고 마음을 움직일 수 있도록 미약하게나마 전광판이든 뭐든 이들에게 세상의 뉴스를 전해줘야 하지 않겠느냐"며 "북한에 쌀이나 백신을 주겠다고만 하지 말고 정신적·지적 박탈을 당하는 인민의 처지도 생각해야 한다"고 말했다.

라 교수는 김대중 정부에서 안기부 1·2차장, 국정원 1차장, 주영 대사를 지냈으며 다음에 들어선 노무현 정부에선 청와대 국가안보보좌관, 주일 대사 등을 역임했다. 좌파 진영의 대표적 외교안보 책사로 손꼽혀 왔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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