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의 직무배제 무효 결정으로 지난 1일 업무에 복귀할 때 윤석열 검찰총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법원의 직무배제 무효 결정으로 지난 1일 업무에 복귀할 때 윤석열 검찰총장 모습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과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시도가 직무배제 및 정직 2개월 징계조치에 대한 법원의 제동으로 무산됨에 따라 이제 국회 탄핵 말고는 남은 카드가 없는 상황이다.

현재 더불어민주당 김두관 의원과 강성 친문세력들이 탄핵을 외치며 청와대 청원까지 벌이고 있지만 여권 내에서 별다른 호응을 얻지 못하고 있어 막상 탄핵을 강행할 가능성은 높아 보이지 않는다.

1월 중 하순 새 법무장관 취임 후 코드인사로 ‘윤석열 식물총장 만들기’ 예상

결국 앞으로 7개월 동안 ‘불편한 동거’를 해야만 하는 문 대통령과 여권이 그나마 동원할 수 있는 윤석열 옥죄기는 검찰인사 밖에 없다. 검찰 인사권은 대통령에게 있기 때문이다.

이에따라 추미애 장관의 후임 법무부장관이 국회 청문회를 거쳐 내년 1월 중 하순쯤 취임하면 대대적인 검찰 간부인사가 예상된다. 인사의 키워드는 명분상 ‘검찰개혁’, 실질적으로는 윤석열 총장을 ‘식물총장’으로 만드는 방향이 될 가능성이 높다.

차장검사 등 대검의 주요 포스트에 추미애 장관 편에 섰던 ‘친추(親秋)라인’ 간부들을 배치해서 윤 총장의 눈과 귀를 가리고, 중요사건의 70% 이상을 수사하는 서울중앙지검 수장에도 코드 인사로 총장이 역할을 못하게 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대검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 자리가 가장 중요하다. 특히 대검 차장은 윤석열 총장의 임기가 끝나는 7개월 뒤 차기 검찰총장 구도와 연결돼 있어 관심을 끄는 대목이다.

대검 차장과 서울중앙지검장이 핵심이지만...

조남관 현 대검 차장은 추미애 장관이 법무부에 입성하자 최고 요직인 검찰국장으로 추 장관을 보필하다 지난 8월 영전했다. 추 장관으로서는 윤 총장 견제를 위해 대검으로 보낸 사람인 것이다.

하지만 조 차장은 직무배제 및 정직 2개월 징계로 인한 두차례 윤석열 총장 부재시 총장 권한대행을 하면서 추 장관 등 법무부쪽의 기대에 부응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았다. ‘판사사찰 문건’에 대한 불법감찰에 나섰던 대검의 일부 참모들과도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윤 총장이 직무에 복귀할 때 마다 머리를 맞대고 업무보고를 하거나 함께 식사를 하는 그의 모습 또한 달갑지 않았을 것이다.

이에따라 다음 인사에서 조남관 대검 차장의 교체가 유력시 되지만 문제는 후임자다. 대검 차장은 검찰 조직내 서열 2위이기 때문에 고검장급을 기용하는 것이 순리이지만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제외한 고검장급 간부 전원이 지난번 윤 총장 직무배제 때 반대 성명서에 이름을 올렸다.

결국 현재 친 여권 검사, 친 추미애 라인의 핵심으로 꼽히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을 대검 차장으로 기용하느냐 여부가 큰 관심사다. 이 경우 서울중앙지검장에는 징계위원회 등 윤석열 총장 찍어내기 과정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심재철 검찰국장이 전보될 가능성이 높다.

윤석열의 뚝심을 견제할 사람이 있을까?

문제는 차기 대검 차장으로 윤석열 총장을 견제하기 위해서는 상당한 ‘내공’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올 한해 줄곧, 직무배제와 정직 2개월 징계에 이르러 절정에 달한 추미애 장관과의 대립 과정에서 윤 총장이 보여준 뚝심은 그야말로 ‘고래심줄’ 보다 강했기 때문이다.

검찰 내부에서는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이 윤 총장을 견제할 만한 실력과 내공을 갖추고 있다고 보는 사람이 거의 없다. 실제 이 지검장은 윤 총장 직무배제 당시 서울중앙지검장의 차장 및 부장검사들이 반발하고 나오자 자신의 사퇴를 고려하는 등 갈팡질팡 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조남관 현 대검차장 케이스처럼 심재철 법무부 검찰국장을 바로 대검 차장으로 보내는 방안도 있다. 윤 총장 찍어내기 과정에서 ‘1인4역’을 하며 추미애 장관을 적극 보필한데 따른 논공행상(論功行賞)으로 검찰조직에 강한 메시지를 주는 것이다.

하지만 심 국장 또한 사법시험 기수와 나이에서 윤 총장과의 차이가 너무 난다는 문제점이 있다. 또 지난번 법무부 징계위원회 당시 징계위원직을 사퇴하는 과정에서 애매한 처신으로 뒷말이 무성했다.

추미애 장관은 윤석열 총장과 친한 검찰 간부들을 지방으로 좌천시키고 자신이 믿을 만한 사람들로 윤 총장 주변에 인의 장막을 쳤다. 이어 직무배제에 정직 2개월 징계라는 강수를 두었지만 오히려 본인이 역풍을 맞고 낙마했다.

고검장 출신 한 변호사는 “법조인들이 가장 중시하는 양심과 상식, 법인데 더 이상 순리가 아니라 장난치는 수준의 검찰인사로 윤석열 총장을 수족을 자르려는 행위를 해서는 안되고 그러기도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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