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감독에 럭비 선수, 농구감독에 핸드볼 선수 출신 기용하는 꼴”

조재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장이 지난달 열린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조재연 공수처장 후보추천위원장이 지난달 열린 3차 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후임으로 더불어민주당의 판사출신 3선 박범계 의원이 유력하다는 소식이다. 박 의원은 대법원의 예산 배정과 관련, 법원행정처장에게 “의원님 꼭 살려주십시오 라고 말해보라”는 갑질로 물의를 일으킨 바 있다.

당초 문재인 대통령이 추미애 장관의 사의를 수용하기로 했을 때, 거론된 법무부장관 후보에는 고검장 출신 더불어민주당 소병철 의원도 하마평에 올랐다. 호남 출신으로 검찰의 엘리트코스에 요직을 거친 소 의원은 여러 정권에서 검찰총장 후보로 거론될 정도로 신망을 받는 사람이다.

‘검사=적폐세력’... 문 대통령 여당, 검사출신 극도로 ‘불신’

하지만 이 무렵 문재인 대통령과 개인적 인연이 깊은 한 친문계 법조인은 “검사 출신은 무조건 안될 것”이라고 잘라 말했다. 윤석열 검찰총장 찍어내기 과정에서 대여섯명 정도의 검찰 간부를 빼고는 모두 윤 총장의 사퇴에 반대하는 집단행동을 함으로써 ‘검사=적폐세력’로 규정된 결과다.

애당초 판사 출신 추미애 장관을 법무부 수장으로 보낸 것이나 국회 법사위원장에 비법조인 출신 윤호중 의원을 앉힌 것도 검찰 출신에 대한 혐오에 가까운 불신 때문이다. 검사 출신을 법무부장관으로 기용할 경우 팔이 안으로 굽듯이 검사들에게 휘둘려 검찰개혁을 못할 것으로 보는 것이다.

실제 더불어민주당 내 검사 출신 조응천 의원은 공수처법 개정안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고, 역시 검사출신인 금태섭 전 의원은 당과 대립각을 세우다 탈당한 바 있다.

28일 더불어민주당은 국민의힘 주호영 원내대표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초대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공수처장 후보로  김진욱 이건리 후보를 추천했다. 당초 김진욱 후보와 함께 판사 출신인 전현정 후보의 추천이 유력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막판에 검사 출신인 이건리 후보로 바뀌었다. 검사 출신이 없다는 지적을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반면 야당인 국민의힘은 공수처장 후보로 모두 전직 검찰 간부를 추천한 바 있다.

고도의 전문성 가진 공수처장에 수사경험 없는 수장은 ‘위험’

하지만 앞서 말한 검사 출신에 대한 극도의 불신 때문에 문재인 대통령의 최종 추천은 비검사 출신인 김 후보가 유력한 상황이다. 검찰사무를 관장하는 법무부장관, 수사기관인 공수처장 모두 수사와는 아무 관련이 없는 인물이 기용될 가능성이 높다.  이렇게 되면 럭비선수 출신이 축구감독 , 핸드볼 선수 출신이 농구감독을 하는 격이다.

특히 문제는 공수처장이다. 그래도 법무부장관은 과거 판사나 변호사, 법학교수 출신이 이따금씩 기용된 적이 있는 만큼 전문성을 완전히 결여한 엉뚱한 인사까지 하기는 어렵다.

그렇지만 공수처는 고도의 전문성을 가진 수사기관이다.

앞으로 공수처가 수사하게 될 고위 공직자 비리는 뇌물과 경제범죄 등 고도의 지능형 범죄가 주종을 이룰 것으로 보이기 때문에 검사 등 수사인력은 물론, 수장도 상당한 수사경력을 가진 전문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이와관련, 검사 출신 한 변호사는 “수사실무 및 수사인력을 관리해본 경험이 없는 사람이 수사기관의 장이 될 경우 조직이 제대로 자리잡는데 시간이 걸리고 외부의 영향력에도 휘둘릴 가능성도 매우 높다”고 우려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당이 집요하게 공수처장 후보를 수사 전문가인 검사 출신이 아니라 이처럼 수사경험이 없는 법조인을 앉히려고 하는 모습에서 공수처의 앞날에 대한 걱정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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