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 발표 이어져
혁신위 "과거 정책은 잘못된 행정" 지적하면, 국토부 자아비판하며 '노력하겠다'
당시 상황 고려치않고 과거 정책에 대해 편파적으로 비판 이어지며 논란
과거 정책 비판 및 대응에 인원 편중되며, 현 제도에 대한 면밀한 검토 이루어지나

현 정권과 코드가 맞는 민간 전문가들로 구성된 위원회가 과거 잘못된 행정 관행을 발굴한다는 명목 아래 과거 정권을 공개적으로 비판하는 행위가 지속되고 있다. 이에 당시 상황을 고려하지 않은 채 현 상황만을 잣대로 과거 정책에 대해 편파적인 판단을 한 것이 아니냐는 논란이 일고 있다.

민간 전문가 등으로 구성된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는 29일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 권고안을 발표했다. 작년 11월 민간 전문가 9명과 국토부 간부 5명으로 구성된 위원회는 과거 주택정책과 아라뱃길 사업 등에 대한 검토를 벌였다.

이날 발표는 위원회가 과거 정권이 부동산 경기 부양을 위해 벌였던 대출 및 재건축 규제 완화 정책을 잘못된 행정 관행이었다고 규정하며 공개적으로 부동산 정책을 비판하면, 국토부는 이에 대해 '자아비판'을 하면서 현 정권의 부동산 정책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답하는 식으로 진행됐다.
 

국토교통분야 개선권고안 발표 (사진=연합뉴스)
29일 오후 정부세종청사 국토교통부에서 김남근 국토교통분야 관행혁신위원회 위원장이 국토부 주요 정책에 대한 1차 개선권고안을 발표하고 있다.

위원회는 우선 "과거 정권은 부동산 경기 활성화를 위해 분양가상한제와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 폐지 등 규제 완화 위주의 정책을 펼쳐 무주택자 등 서민 실수요자 보호를 위해 일관성을 유지해야 할 정책 기조를 벗어났다"고 지적했다.

정부가 주택 매매 수요를 부양하기 위해 저리 대출을 지원하거나 대출규제를 풀어준 이른바 '빚내서 집 사라' 정책도 도마 위에 올랐다. 위원회는 "가계부채가 급속히 늘어나 부작용이 우려되는 상황에서 부동산 매매 수요 창출을 위해 빚내서 집 사라는 식의 정책을 추진한 것은 부적절했다"고 밝혔다.

과거 재건축 규제를 완화한 것도 잘못이라는 지적이 나왔다. 위원회는 "재건축 안전진단 등은 노후불량 주택의 효율적인 개량을 위해 도입된 제도이지만 과거 정부는 재건축 사업을 활성화하려고 안전진단과 연한 기준을 완화하고 부담금 부과를 유예하는 등 제도의 본취지와 무관하게 일관성 없이 제도를 운영했다"고 비판했다.

이에 국토부는 "앞으로는 서민 주거안정과 실수요자 보호를 최우선적으로 추진하고 주택정책을 경기조절 수단으로 활용하지 않겠다"고 했다.

그러나 위원회의 발표 내용이 편파적인 시각에서만 조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부동산 부양 대책은 하우스푸어 등 당시 시장 상황이 여의치 않았기에 강구된 정책인데, 지금의 정책 기조와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무조건 잘못된 행정 관행이라고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국토부가 내놓은 답변은 전매제한, 청약규제, 대출규제, 재건축 안전진단 기준 등 현 정권 들어 강화한 각종 규제를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외에도 아라뱃길 사업과 하천 인근지역을 개발하는 친수 구역 정책도 비판대에 올랐다. 위원회는 "아라뱃길 사업이 타당성이 부족한 데도 일방적으로 추진됐고 당초 민자사업으로 추진됐으나 충분한 사회적 합의 없이 수자원공사 직접 시행 방식으로 전환됐다"고 밝혔다.

국토부는 "아라뱃길 활성화 및 기능전환 방안을 검토하겠다"며 "김포터미널은 해운물류 기능의 개선 여지가 없다고 판단되면 도심유통물류 지원 기능으로 전환하는 것을 검토하겠다"고 답했다.

위원회는 "친수 구역 정책사업은 수공이 4대강 사업으로 입은 손실을 보전해주기 위해 추진됐으니 중단해야 한다"고 권고했고, 국토부는 "현재 진행 중인 4개 친수구역 조성 사업의 마무리에 중점을 두겠다"고 답했다.

일각에서는 "이런 식으로 굳이 위원회까지 구성해 대안도 없이 과거 정권 욕을 해야 하느냐"는 냉소도 나왔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은 집권여당인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이다.

한편 다른 부처들도 이와 비슷한 위원회를 구성해 과거 잘못된 행정 관행을 발굴하고 개선안을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위원회가 난립하며 과거 정권 비판과 이에 대응하기 위한 정부 인원이 쏠림에 따라, 정작 현 제도에 대한 충분한 검토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못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지적도 잇따르고 있다.

이세영 기자 lsy215@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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