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 박인숙 전 국회의원] 중국 백신이라도?
[기고 / 박인숙 전 국회의원] 중국 백신이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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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인숙 전 국회의원

코로나 바이러스가 무섭게 번지고 있다. 밀려드는 확진자들로 의료 시스템은 이미 무너졌다. 병상이 모자라 다른 질환 환자들도 병원 앞에서 문전박대 당하기 시작했다. 곳곳에서 피눈물을 흘리며 가게 문을 닫는 자영업자들이 상징하듯 경제 손실은 막대하다. 유일한 해법이 백신접종을 통한 집단 면역 확보라는 사실은 상식이 된지 오래다. 하지만 정부는 K-방역 자랑하느라 정신 줄을 놓고 있다가 이제서야 백신 생각이 든 모양이다. 뒤늦게 매일 대책을 쏟아내고 있지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일 뿐이다. 그러다 보니 정부가 급한 대로 중국 백신에 눈길을 돌리는 건 아닌지 의심이 든다.

공식 발표는 없었지만 냄새가 그렇다. 민주당 출신 박병석 국회의장이 중국 전인대 상무위원장과의 화상회담에서 운을 뗐다. “백신과 치료제는 국제적 공공재인 만큼 각국이 공평한 배급을 하도록 양국이 협력하기를 바란다.” 듣기에 따라서는 중국 백신 좀 달라는 요청으로 해석될 수도 있다. 마침 중국은 자체 개발한 백신을 국제적 위상을 높이는데 열심히 활용하고 나섰다. 수 억 명에게 접종할 수 있는 백신을 남미, 동남아, 중동 등에 공급하겠다고 연일 홍보하고 있다. 중국은 적어도 15개가 넘는 코로나19 백신을 개발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그 중 단 하나도 공신력 있는 국제 학술지에 결과가 발표된 적이 없다. 일부에서는 임상 중 부작용이 생긴 사실이 외부에 공개됐는데 얼마 뒤 아무 설명 없이 임상실험을 계속하기도 했다. 백신은 민간, 대학, 연구소에서 주로 개발하고 있지만 모두 정부 산하 연구소의 통제하에 있기 때문에 진행 상황을 상세히 알기가 어렵다. 현재 중국에서 개발 중인 십 여 개의 백신 중에서 대표적인 네 종류를 들자면 아래와 같다. ①CanSinoBIO사 : 바이러스 벡터백신 (이름 Ad5-nCoV), ②Sinovac사 : 약화된 바이러스백신 (이름 CoronaVac) ③ Sinopharm사 & Beijing Institute of Biological Products : 약화된 바이러스 백신 (이름 BBIBP-CoV) ④Sinopharm사 & Wuhan Institute of Biological Products : 약화된 바이러스 백신 (이름 알려지지 않음)

* 중국, 미국, 타이완이 참여하는 다국적기업 United Biomedical Group에서 개발하고 있는 단백질 백신(COVAXX)과 타이완에서 개발 중인 단백질 백신 2개는 포함시키지 않음.

백신 개발 사실이 그나마 외부에 알려진 경우가 이 정도인데 이마저도 안전성과 효과에 대한 구체적인 정보는 전혀 찾아볼 수 없다. 개발과정에 생명윤리가 지켜졌는지도 살펴볼 필요가 있지만 이건 기대하기 조차 힘들다. 이 들 중 어느 하나도 임상 3상 완료 결과가 공식 발표되지 않았지만 모두 중국 내에서 제한적인 사용 승인을 받은 상태이다. Sinopharm-베이징 사의 BBIBP-CoV만은 UAE 와 바레인에서 사용승인을 받았다. 이 백신들은 수 만 명 자원자 대상 임상 3상 시험을 남미, 동남아시아, 중동, 아프리카의 여러 국가들에서 진행한 만큼 생산 물량을 이 나라들에게 우선 제공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하지만 우리 정부가 백신지원을 요청한다면 중국으로서는 두 팔 벌려 환영할 일일 것이다. 세계 10위권의 경제강국이자 미국의 혈맹인 한국이 중국에 백신 달라고 손을 내밀었다는 건 제3세계 개발도상국과는 차원이 다른 얘기가 된다. 글로벌하게는 짭짤한 홍보 호재이고, 한중 관계에 있어서는 쏠쏠한 외교적 채권을 확보하는 셈이다. 박능후 전 복지부장관이 “우리는 K-방역에 성공해서 감염자가 다른 나라들에 비해 그리 많지 않기 때문에 다른 나라 국민들이 접종 받는 걸 보고 천천히 접종하겠다”고 했다가 비난 세례를 받았다. 그것도 모자라 손영래 중앙사고수습본부 전략기획반장은 "백신을 세계 최초로 맞아야 하는 것처럼, 1등 경쟁을 하는 듯한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고 있는 것에 대해 우려감을 표한다" 며 "빨리 접종한 국가들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한 두 달 관찰할 수 있는 기회를 가지게 된 것이 다행스러운 부분"이라고 말했다. 늑장부리다 백신을 조기 확보하는데 실패한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는다. 만약 변명이 아니라면 행여 화이자나 모더나 백신 확보가 늦어진 것을 만회하기 위해 중국 백신으로 고개를 돌리지 않기를 바란다. 중국 백신이야 말로 박 전 장관이나 손 팀장의 주장대로 엄격하고, 꼼꼼한 검증이 절실하기 때문이다. 국민이 원하는 것은 안전하고 효능 높은 백신을 빨리 맞는 것이다. ‘빨리’를 놓쳤으면 ‘안전’과 ‘효능’이라도 잘 챙겨야 한다. 늦잠 자다 지각했다고 신호등도 차선도 무시하고 차를 모는 우를 범하지 않기 바란다.

박인숙 전 국회의원 (전 서울아산병원 소아심장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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