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92년, 자신들이 성행위하는 모습을 목격한 아바야 수녀 입막음 위해 수녀를 도끼로 살해하고 수녀원 우물에 유기한 혐의

인도 법원이 22일(현지시간) 천주교 신부 토머스 코투어(69)와 수녀 세피(55)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고 인도 현지 매체들이 전했다. 코투어 신부 등은 동료수녀 아바야를 살해한 혐의로 기소돼 재판을 받아왔다.

인도 현지 매체들의 보도에 따르면 아바야 수녀는 지난 1992년 3월 인도 코티얌의 성 비오 10세 수녀원의 우물에서 시신으로 발견됐다. 당초 인도 경찰은 아바야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수사를 마무리했으나, 1년 뒤 인도 중앙수사국(CBI)의 재수사 결과 아비야는 살해된 것으로 밝혀졌다. 이때 CBI는 용의자를 특정하지 못했다.

인도 법원이 22일(현지시간) 동료 수녀 아바야(왼쪽)를 살해한 혐의로 인도 천주교 신부 토머스 코투어(중간)와 또다른 수녀 세피(오른쪽)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사건 발생 28년만이다.(이미지=인터넷 검색)
인도 법원이 22일(현지시간) 동료 수녀 아바야(왼쪽)를 살해한 혐의로 인도 천주교 신부 토머스 코투어(중간)와 또다른 수녀 세피(오른쪽)에게 종신형을 선고했다. 사건 발생 28년만이다.(이미지=인터넷 검색)

사건 발생으로부터 16년이 지난 2008년 인도 고등법원의 명령으로 CBI는 해당 사건을 다시 수사했고 코투어 신부와 호세 푸트리카일 신부, 세피 수녀 등을체포, 아바야 수녀 살해 혐의로 기소했다. 하지만 이들은 모두 보석으로 풀려났고 재판은 10년 넘게 이어졌다.

28년만에 드러난 사건의 전말은 이러하다. 아바야 수녀가 살해당한 날 아침, 아바야 수녀는 수녀원 부엌에서 코투어 신부와 푸트리카일 신부, 그리고 세피 수녀 등 3명이 성행위를 하는 것을 목격했다. 이를 눈치챈 코투어 신부와 세피 수녀는 아바야가 이를 폭로할 것을 우려, 아바야 수녀를 도끼로 살해하고 그 시신을 수녀원 우물에 유기했다.

사건의 진실을 파헤쳐 온 인권 운동가 조문 푸첸푸라칼은 “판결까지 수십 년이 걸렸다”며 “천주교 권력자를 포함해 영향력 있는 단체들이 사건의 방향을 바꾸려고 시도했다”고 증언했다. 인도 천주교회는 CBI가 사건 조사에 나설 때마다 크게 반발하며 “천주교 위신을 손상시키려는 의도가 있다”는 주장을 펼쳐왔다고 한다.

국내에서도 천주교 성직자가 연루된 범죄 사건이 없지 않았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지난 2011년 해외선교사목 일환으로 남수단에 파견된 천주교 수원교구 소속 한 모 신부 사건이다. 지난 2003년 탁덕품을 받고 신부가 된 한 신부는 아프리카 남수단 선교지에서 자원봉사자 김 모 씨에게 성폭력을 행사하려다가 미수에 그쳤다. 한 신부는 범행 실패 후 김 씨를 감금하고 “내가 내 몸을 어떻게 할 수 없으니 네가 이해해 달라”고 변명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오랜 기간 피해 사실을 숨겨 온 김 씨는 ‘나만 조용히 하면 모두가 평화롭다’는 생각을 하고 입을 다물어 왔다고 한다. 김 씨는 사건 발생 7년여 만인 지난 2018년 KBS의 도움으로 그날의 진실을 알릴 수 있었다.

한 신부는 정의구현사제단(정구사)에서 활동하며 지난 2014년 8월25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과 대통령의 회개, 책임 있는 약속 이행을 촉구하는 단식 기도회’ 미사 강론에서 “양심은 악을 피하고 거짓을 미워하며 선과 진리를 향해 나아가게 한다”며 “선(善)의 결핍은 악(惡)이고, 양심이 이완되면 악으로 기울게 된다”는 취지의 설교했다고 한다.

한 신부 사건이 불거지자 수원교구장인 이용훈 주교는 수원교구민에게 보내는 교구장 특별 사목 서한을 통해 “교구장으로서 사제단을 잘 이끌지 못한 부덕의 소치로 이러한 사태가 벌어져 그동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오신 피해 자매님과 가족들 그리고 교구민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죄드린다”며 “이번 일을 거울 삼아 과거의 잘못을 반성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그릇된 것들을 바로잡아 나아가겠다”고 밝힌 바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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