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인권위원회(HRNK), 21일(현지시간) 북한 ‘증산 11호 구류소’ 인공위성 사진 보고서 발표
위성사진 분석 결과 최소 1500~2500명 수감 중으로 추정

미국의 대북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20일(현지시간) 평양 근처 북한 수용소 중 한 곳인 증산 11호 교화소의 2019년 11월 위성사진을 최초로 공개했다. 위성사진에는 수감자들이 ‘꽃동산’이라고 부르는 수용자 무덤과 수용시설(병원) 등이 보인다.(북한인권위원회 제공)
미국의 대북인권단체 북한인권위원회(HRNK)가 20일(현지시간) 평양 근처 북한 수용소 중 한 곳인 증산 11호 교화소의 2019년 11월 위성사진을 최초로 공개했다. 위성사진에는 수감자들이 ‘꽃동산’이라고 부르는 수용자 무덤과 수용시설(병원) 등이 보인다.(북한인권위원회 제공)

미국의 비정부기구(NGO)인 북한인권위원회(HRNK)는 21일(현지시간) 북한의 악명높은 증산 11호 교화소의 민낯이 담은 인공위성 사진들을 대량 방출했다.

HRNK는 이날 발표한 ‘북한의 증산 11호 구류 시설(North Korea’s Chungsan No.11 Detention Facility’이라는 제목의 보고서에서 북한의 강제 수용소 중 하나인 증산 교화소의 외부 모습과 내부에서 벌어지는 심각한 인권탄압 상황을 고발했다.

이 보고서는 미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 조셉 버뮤다즈 연구원과 그렉 스칼라튜 HRNK 사무총장, 로사 박 등이 공동으로 작성했다.

보고서는 2002년부터 2020년까지 위성사진에 포착된 북한의 정치범 수용소와 구류장의 모습을 분석함으로써 북한정권의 인권탄압 현실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북한의 증산 교화소는 북한 평안남도 증산군에 위치한 구류 시설로 ‘증산 11호 로동단련대’ 또는 ‘증산 교화소 11호’, ‘증산 관리소 11호’, ‘증산 11호 정치범 수용소’ 등으로 불린다.

이 시설은 수감자들의 강제 노동을 이용한 농업과 가축 생산, 소금 생산 등으로 경제를 유지해나가고 있다. 가축으로는 주로 돼지를 키우는데 일부 염소와 가금류도 있다. 교화소에서 길러진 돼지들은 수도 평양의 특권계급들의 식량으로 사용된다. 농업 생산물은 주로 교화소 내 동물들의 먹이나 이보다 계급이 낮은 사람들의 식량으로 소비된다.

증언에 따르면 교화소의 수감자들은 벌목과 광산에도 동원된다.

증산교화소 수감자의 정확한 숫자는 밝혀진 바 없다. 그러나 위성사진을 분석해보면 최소 1500~2500명의 사람들이 수감돼 있는 것으로 추측된다.

2000년대 초에 수감됐던 수감자들의 증언에 따르면 증산리 교화소의 상태는 매우 심각하며 약 2000명이 수감돼 있다. 탈출을 시도한 사람들은 고문을 당하거나 비밀리에 처형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증언자는 2000년대 초 교화소에 조선노동당 관리들이 수감돼 있었으며 이들은 다른 교화소 수감자들과 달리 출소 후 바로 일에 복귀할 수 있었다고 한다.

2007년 이후 증산 교화소는 여성용 감옥으로 바뀌었다. 1999년 이래 교화소는 여성 탈북자들을 수감하는 곳이 되었다는 보고서가 있으나, 교화소의 일부는 남성용이고 일부는 여성용이기 때문에 제한된 접근으로 인한 증언일 수도 있다.

이 시설은 북한 인민보안부 소속으로 국무위원회 관할 아래 있으며, 평안남도가 직접적으로 관할한다.

수감자들은 교화소 내 병원의 서쪽 언덕에 일명 “꽃동산”이라고 불리는 수감자 무덤이 있다고 증언하고 있다.

거의 모든 자료들과 인터뷰에 따르면 증산 교화소의 상황이 매우 열악하며 영양 공급이 부족하다. 또한 수감자들을 매우 잔인하게 대하며 이는 높은 사망률로 이어진다. 예를 들어 한 보고서에 따르면 2000년대 초 증산교화소 내 1호 구류시설은 기근과 경제적 이유로 중국으로 탈북하려다 붙잡힌 여성들을 수용했다. 이 여성 수감자들은 심각한 영양결핍과 가혹한 노동 조건으로 고통 받았으며 결국 2~3일마다 또는 매일 수감자들이 죽어나갔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전 사회안전부의 관리는 증산 교화소는 견딜 수 없을 정도로 가혹한 노동과 영양결핍으로 인해 다른 어떤 수용소보다 수감자들이 더 많이 사망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았다고 증언했다.

2000년대 초 교화소는 극도로 가혹한 환경으로 인해 매년 약 2000명에 달하는 수감자들이 죽거나 처형당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수감자는 이렇게 증언했다: 시체들은 대개 묘지나 비석 없이 묻혔다. 그들은 약병에 사망자의 이름과 사망 날짜를 기록한 종이를 넣었다. 누군가가 죽으면 그들은 일시적으로 병원 바로 뒤에 있는 작은 산에 묻혔다. 교화소의 관리들은 이 산을 시체를 묻는 곳으로 사용했다. 약 2000명의 사람들이 매년 감옥에서 죽었다. 너무 많은 사람들이 죽기 때문에 다른 시체를 묻기 위해 기존의 시체들을 파헤치기도 한다. 사람들은 이 산을 ‘꽃동산’이라고 부른다. (위성사진에선 병원 북서쪽에 위치한 언덕으로 나타난다.) 왜냐하면 매년 봄이 되면 이 언덕은 온통 철쭉꽃으로 뒤덮이기 때문이다. 땅에 묻힌 시체들이 꽃나무들이 만개하는데 비료가 되어준다. 이곳의 꽃들은 특히 붉고 나무는 진한 초록색을 띈다.

또 다른 수감자는 이렇게 증언했다: 많은 사람들이 설사 등의 질병으로 사망한다. 약초 몇 가지 외에는 약이 없기 때문이다. 그녀의 일은 시체를 ‘꽃동산’으로 나르는 것이었다. ‘꽃동산’에는 이미 5000구의 시체들이 묻혀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들은 시체를 파묻기 위해 구덩이를 파야했다. 구덩이가 너무 작고 얕았기 때문에 시신을 구덩이에 맞춰야 했다. 때때로 시신의 무릎을 꺾기도 했다.

이러한 증언은 북한의 다른 구류 시설에 수감됐던 수감자들의 증언과 매우 유사하다. 북한의 감옥에서 수감자가 사망하면 시신은 화장되거나 표식이 없는 얕은 구덩이에 묻힌다.

이러한 장소의 존재는 의심할 바 없이 거의 확실하지만 위성사진으로는 아직 정확한 위치 확인이 되지 않고 있다. 그 이유는 이 무덤들이 너무 얕고, 이용 가능한 상업 위성사진의 해상도로는 오직 이상적인 조건에서만 변화 탐지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전체적으로 상업 위성이 포착할 수 있는 시설의 범위가 매우 제한돼 있다. 비슷한 이유로 증산 교화소 내 화장터도 아직 뚜렷하게 포착되지 않고 있다고 보고서는 밝혔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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