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북 접경 지대에서의 대북 전단 살포 등을 금지하는 내용 담긴
개정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지만
문재인 대통령 재가는 이뤄지지 않아..."국제 사회 반발 눈치 보는 것 아냐?"
사단법인 물망초 등 북한 인권단체 등이 제기할 예정었던 헌법소원도 연기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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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연합뉴스)

지난 14일 국회에서 통과된 이른바 ‘대북전단금지법’이 22일 국무회의에서 의결됐다. 하지만 문재인 대통령의 재가는 아직 이뤄지지 않았다. 사단법인 물망초(이사장 박선영) 등 북한 인권단체들은 이날 오후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해당 법률에 대한 헌법소원을 곧바로 제기할 예정이었지만, 사태의 진행 상황을 보고 대처하는 것으로 계획을 바꿨다.

박선영 사단법인 물망초 이사장은 이날 오후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날 국무회의에서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관보(官報)에 실릴 예정이었던 ‘남북관계발전법’에 문재인 대통령이 서명을 하지 않아 관보에 게재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 이사장은 “결국 공포(公布)를 하지 않았기 때문에 효력정지청구도 헌법소원도 제기할 수 없어 오늘 소장(訴狀) 제출을 할 수 없다”고 덧붙였다.

지난 14일 국회에서 통과된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는 남북한 접경 지역에서 대북(對北) 전단 등을 북한으로 보내는 것을 금지하는 내용이 담겨 ‘대북전단금지법’ 등의 별칭을 얻었다. 개정안은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대북 확성기 방송을 하거나 시각매개물(게시물)을 게시하거나 전단 등을 살포하는 행위를 금지하며 이를 위반한 자에 대해서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할 수 있게 하면서 그 미수범 역시 처벌토록 하고 있다.

정세균 국무총리의 주재로 열린 이날 국무회의에서 의결된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곧바로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관보에 게재될 것으로 전망됐지만, 문 대통령의 결재는 당일에 이뤄지지 않았다.

이와 관련해 박 이사장은 ‘정치적 꼼수’라는 평가를 했다. 박 이사장은 이날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지난 번 공수처(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법의 경우 대통령이 빠진 채 국무총리의 주재 아래 국무회의에서 통과됐고, 그조차도 정식 관보에 게재한 것이 아니라 별책에 싣는 방식을 취했다”며 “’남북관계발전법’과 관련해 해외에서 ‘인권 탄압’ 논란이 일자 대통령이 서명을 미루고 상황을 살피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국제 사회의 비판이 확대되고 있는 가운데, 인권단체들이 해당 법률에 대해 헌법소원을 제기하겠다고 하니 국내 언론들의 주목도 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이런 가운데 대통령이 서명하지 않았고, 정부 역시 확실한 일정을 말하지 않고 있고 있어서, 언론들 초미의 관심사가 된 헌법소원 관련 기자회견을 흩트려 놓기 위한 목적이 있는 것 아닌지 의심된다”고 했다. 그러며서 이 대표는 “공수처법 국무회의 의결 때에는 곧바로 재가가 이뤄졌는데, 이번 사례와 비교된다”는 의견을 냈다.

향후 일정과 관련해 박 이사장은 “다음 주 중 대통령의 재가를 받을 것이라는 이야기도 있지만 확인된 것은 아니”라며 “대통령의 재가를 받고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이 공포되면 예정했던 대로 헌법재판소에 해당 법률에 대한 효력 정지 가처분을 구하는 한편 해당 법률의 위헌성을 확인해 달라는 취지로 헌법소원을 제기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담긴 내용이 알려지자 국제 사회가 크게 반발하며 미국 등을 중심으로 비판 여론이 확산 중이기도 하다.

미국 헤리티지재단의 올리비아 에노스 아시아연구센터 선임정책분석가는 포브스지(紙) 기고를 통해 “문재인 정부가 김씨 정권의 환심을 사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한국이 이 길을 계속 가게 되면 38선(線) 양측 주민들의 인권과 기본적 자유가 훼손되는, 우려스러운 최후를 맞을 수 있다”고 밝혔다.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은 20일(현지시간)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모임’(APPGNK)을 대표해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에 관한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올턴 의원은 “이 법안의 목적은 남북 관계 발전을 지향한다며 (실질적으로는) 한국에서의 북한 인권과 종교적 활동 및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것”이라고 지적하고 “기본적인 인권인 표현·언론·종교 및 신앙의 자유를 보호하는 한국의 민주적 헌법 법칙에 비춰 볼 때, (개정 ‘남북관계발전법’은)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하는 기본적인 자유를 희생시키기 때문에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라고 강조했다.

미 의회는 내달 중 관련 청문회를 열 계획이다.

한편, 정부·여당은 국제사회의 이같은 반발에 “내정간섭”이라며 맞섰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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