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가 급기야 ‘대북전단살포 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을 두고 국제사회와 정면충돌 하고 있다. 미국, 영국등 자유민주주의국가 뿐만 아니라 유엔조차도 이 법을 한국국민과 북한주민의 인권을 침해하는 요소가 있다면서 시행 보류를 文 정부에 요청하고 있다.

文 정부 22일 국무회의서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의결, 국제사회 ‘미아’ 자초

하지만 정부는 22일 정세균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을 의결한다. 지난 14일 집권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에 의해 국회에서 강행 처리된 지 1주일 만이다.

국제사회의 비판에 대해서는 오히려 ‘내정간섭’이라고 맞받아치고 있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 독재체제 유지를 돕기 위해 한국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억압하는 데 왜 간섭하느냐”는 주장에 다름이 아니다. 대한민국이 지난 1993년 김영삼 문민정부가 수립되면서 정치적 민주화를 달성한 이래 인권문제로 이 같이 국제사회의 ‘미아’가 된 것은 초유의 사태이다.

미국 의회와 유엔에 이어 이번에는 영국에서도 비판이 제기되었다. 하지만 정부와 여당은 ‘한국 실정을 잘 모르는 문외한의 내정 간섭’이라며 일축하고 있다.

미 의회 초당적 기구는 내년 1월에 청문회 열어 ‘인권 탄압’ 요소 본격 검토

세계 인권 문제를 다루는 미국 의회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내년 1월 새 회기가 시작되면 한국의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등을 검토하기 위한 청문회를 개최하겠다고 지난 16일 밝혔다.

인권위원회는 다음 주쯤 한국 대북전단금지법의 세부 내용을 검토하기 위한 스태프 브리핑을 여는 등 청문회 개최를 위한 사전 검토 작업에 들어갈 것으로 알려졌다. 이 청문회는 한국 국회에서 대북전단금지법 처리가 강행된 데 대한 미 의회 차원의 첫 조치가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11일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공화당 측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한국 여당인 민주당의 대북전단금지법 처리 강행 방침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한 바 있다.

미 의회 내 우려의 목소리에도 불구하고 지난 14일 한국 국회는 본회의에서 대북전단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의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을 가결했다.

개정안은 남북 군사분계선 인근에서 전단을 살포하거나 대북 확성기 방송 등 남북 합의서 위반 행위를 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이나 벌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했다.

내년 미 의회 청문회에서는 대북전단금지법 외에도 인권 문제와 관련한 한국 정부의 조치들이 포괄적으로 검토될 전망이다.

유엔 북한인권 특별보고관도 전단 살포자에 대한 ‘징역형’ 비판

미 의회뿐만 아니라 국제사회의 우려는 계속되고 있다. 토마스 오헤아 킨타나 유엔 북한인권특별보고관은 16일(현지시간) 자유아시아방송(RFA) 등에 보낸 논평을 통해 "민주주의 사회 주춧돌인 표현의 자유에 기초한 행위에 대해 징역형을 부과한 것은 과도해 보인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은 '광고 선전물', '재산상 이익'과 같은 대략적인(general) 묘사나, 여타 규정되지 않은 수많은 활동을 가리키는 전단 '등'이라는 단어를 사용해 금지된 행동을 규정하는데 요구되는 정확성이 부족하다"라며 "법 시행 전 민주적 기관이 적절한 절차에 따라 개정안을 재고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미국 의회와 유엔에 이어 영국 의회에서도 '대북전단금지법(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 비판 목소리가 나왔다.

영국의회 초당파 의원 모임도 ‘한국내 북한인권 제약’ 지적하며 문 대통령 정면 비판

21일 정치권에 따르면 데이비드 올턴 영국 상원의원은 20일(현지시간) 영국 의회의 '북한 문제에 관한 초당파 의원 모임(APPG NK)'을 대표해 도미니크 라브 영국 외무장관에게 서한을 보내고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입장 표명을 촉구했다. 해당 서한에는 탈북민 출신의 지성호·태영호 국민의힘 의원도 서명을 했다.

올턴 의원은 "이 법안의 목적은 남북관계발전을 지향한다며, 한국에서의 북한 인권과 종교적 활동 및 목소리를 침묵시키는 것"이라며 "하지만 기본적인 인권인 표현, 언론, 종교 및 신앙의 자유를 보호하는 한국의 민주적인 헌법의 법칙에 비추어 볼 때, 민주주의와 인권을 증진하는 기본적인 자유를 희생하고 위의 활동을 범죄화하는 것은 남북관계발전을 위한 올바른 접근법이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이어 "문재인 대통령이 이 법(대북전단금지법)을 승인할 시 세계인권선언이 명시한 인간으로서의 존엄성을 보장하고 북한 인권을 증진하는 플랫폼이 사라진다"며 "한국의 3만3000여 탈북민들에게도 지대한 사회·정치적 불안을 야기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부와 집권여당은 ‘내정간섭’이라며 발끈

하지만 국제사회의 이런 지적에 대해 정부와 여당은 ‘내정간섭’이라고 발끈하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은 미국 의회의 비판에 대해 “미국 정치권 일각에서 한국 내정에 대한 훈수성 간섭이 도를 넘고 있다”며 정면으로 반박했다.

이 법안에 대한 유엔과 미국 등 국제사회의 우려가 높아지자 외교부와 통일부가 “표현의 자유는 제한될 수 있다”고 밝히고 나선 데 이어, 집권여당이 ‘내정간섭’이라는 표현까지 쓰며 강하게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민주당 허영 대변인은 20일 서면 브리핑에서 “미 정치권 일각의 편협한 주장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한쪽의 이야기만 듣고 왜곡된 주장을 펴는 것은 동맹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남북관계의 특수성을 전혀 이해하지 못한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등 노골적인 표현으로 불쾌감을 드러냈다.

문재인 대통령의 복심으로 불리는 민주당 윤건영 의원도 킨타나 보고관에게 “국가의 주권을 침해하는 부적절한 행동이다. 내정간섭과도 같은 비합리적 행태를 당장 중단하길 바란다”고 주장한 바 있다. 심지어 18일 김어준의 144회 ‘다스뵈이다’에서는 “대북전단 금지법과 관련해서 미국의 몇몇 의원이 한 얘기를 보수 언론이 앵무새처럼 그대로 얘기해서 화가 나더라”라는 발언을 하며 “미국 의원이 대한민국 사정을 전혀 모르는 거잖아요?”라고 덧붙였다. 일부 미국 의원의 얘기가 아니라, UN과 영국까지 우려를 한다는 사실은 외면한 태도였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 역시 21일 ‘대북전단살포 금지법’에 대한 국제사회의 비판 여론이 커지자 "누구든 한국 국민의 안전과 한국 국회의 결정을 존중해야 마땅하다"고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이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개정된 남북관계발전법은 표현의 자유 전반을 제한하는것이 아니라 민통선 이북에서의 전단살포에서만 적용된다. 최소한의 범위에서 전단 살포를 규제하는 것"이라며 "그런 사정을 간과하고 미국 의회 일각에서 개정법의 재검토를 거론하는 건 유감스럽다"고 했다.

하지만 “정치권 일각의 비판”이라는 민주당의 주장과 달리, 정부 외교안보 라인 고위 인사들이 총출동해 극진히 대접한 스티븐 비건 미 국무부 부장관 겸 대북정책특별대표도 최근 방한해서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에게 대북전단금지법에 대한 우려를 나타냈다. 내년 1월 대북전단금지법 관련 청문회를 예고한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는 ‘일부 보수정파’라는 정부여당 주장과 달리 미국 의회 산하의 초당적 인권기구다.

북한의 독재정권 유지를 위해 대한민국 국민의 표현의 자유를 박탈하고 미국 등 정치선진국은 물론 유엔과 정면대결하겠다는 문 정부의 결말이 궁금하다.

양준서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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