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호소해 온 이용수(92) 씨의 기자회견으로부터 7개월. 그 사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 왔다는 '정의기억연대'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동(同) 단체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이전과 매우 달라졌다. '정의기억연대'의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의원의 측근으로 평가받은 서울 마포구 소재 '일본군 위안부' 쉼터 소장 손 모 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윤 의원은 현재 준사기(準詐欺)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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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군 위안부’ 피해를 호소해 온 이용수(92) 씨(왼쪽)와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를 표방해 온 정의기억연대의 전임 이사장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오른쪽).(사진=연합뉴스)

“30년간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다.”

2020년 5월7일은 30여년을 이어온 ‘정의기억연대’와 ‘일본군 위안부’ 운동 역사의 전환점으로 기록됐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호소해 온 이용수(92) 씨가 이날 대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대변인 역할을 자임해 온 ‘정의기억연대’(옛 ‘한국정신대문제대책협의회’)가 실제로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을 이용해 왔다는 폭탄 발언들을 쏟아낸 것입니다.

이 씨의 기자회견으로부터 7개월이 지났다. 그 사이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을 위해 앞장서 왔다는 ‘정의기억연대’의 민낯이 드러나면서 동(同) 단체에 대한 세간의 인식은 이전과 매우 달라졌다. ‘정의기억연대’의 이사장을 지낸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비례대표의원의 측근으로 평가받은 서울 마포구 소재 ‘일본군 위안부’ 쉼터 소장 손 모 씨는 극단적 선택을 했고, 윤 의원은 현재 준사기(準詐欺) 혐의 등으로 기소돼 재판을 기다리고 있다.

◇5월7일, 이용수 씨의 제1차 대구기자회견…“속을 만큼 속었다”

영화 〈아이 캔 스피크〉 등으로 널리 알려진 이용수 씨가 기자들을 불러 모은 것은 4.15총선 후 얼마 지나지 않은 5월7일이었다. 이 자리에서 ‘정의기억연대’는 ‘일본군 위안부’ 피해 할머니들을 위한 성금과 기금 등을 할머니들을 위해 사용한 일이 없다고 증언한 이 씨는 “앞으로는 ‘수요시위’에 참석하지 않겠다”면서 “증오만 가르치는 ‘수요시위’는 중단돼야 한다”고 하는 등 ‘폭탄 발언’을 쏟아냈다.

이 씨가 말한 ‘수요시위’란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한 일본 정부의 법적(法的) 배상과 사죄(謝罪)를 요구하는 내용으로 매주 수요일 서울특별시 종로구 수송동에 소재한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소위 ‘평화의 소녀상’) 앞에서 개최되는 집회를 말한다. 미야자와 기이치(宮澤喜一) 당시 일본 총리의 방한(訪韓)을 앞둔 1992년 1월8일 처음 열린 이래 30여년을 이어온 ‘수요시위’는 단일 주제 집회로는 가장 오랜 기간 개최된 집회로 기네스북에 올라 있다.

이 씨의 ‘폭로 기자회견’은 이때가 처음이 아니었다. ‘대구 기자회견’ 2주 전인 4월22일에도 이 씨는 대구광역시 중구에 소재한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에서 간담회를 열고 “지난 수십 년 간 국내를 비롯한 일본과 동남아, 미국까지 순회하며, 위안부 문제를 국제적 이슈로 끌어냈지만, 정작 당사자들은 단체에서 철저히 소외되고, 생계와 생존을 걱정해야 할 처지에 놓이게 됐다”고 주장한 바 있다.

한국 사회를 뒤흔들어놓을 만한 충격적 폭로들은 이 씨의 입에서 계속해 쏟아졌다. 그 가운데 무엇보다도 사람들을 놀라게 한 것은 이 씨가 “‘화해·치유재단’ 출연금 10억엔(円) 문제와 관련해서도 ‘위안부’ 단체들은 당사자들에게 해당 사실을 알리지 않았고, 일본의 출연금(出捐金) 문제는 일본의 지인을 통해 알게 됐다”고 주장한 것이었다. 그러면서 이 씨는 4월15일 실시된 국회의원 총선거에서 비례대표 당선의 영예를 누린 윤미향 전(前)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을 향해서 “국회의원을 하면 안 된다”며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이 과정에서 윤 씨가 ‘화해·치유재단’으로부터 보상금을 받지 말라고 ‘일본군 위안부’ 피해 사실을 주장하는 이들을 종용하고 다녔다는 증언도 나왔다.

◇5월29일, “사퇴는 없다”…땀 범벅이 된 윤미향의 국회 기자회견

민심은 들끓었다. 그간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들을 지지하고 후원하던 이들 중 적지 않은 이들이 후원 중단을 선언했다. ‘윤미향과 일본군 위안부 기부금 유용(流用) 의혹’과 관련 여론조사 기관 ‘리얼미터’가 5월27일 발표한 조사 결과 ‘윤미향 의원이 국회의원직을 사퇴해야 하느냐’는 질문에 응답자의 70.4%가 ‘사퇴해야 한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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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29일 윤미향 전(前) 정의기억연대 이사장은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자신을 향해 제기된 모든 의혹들을 부인했다.(사진=연합뉴스)

‘정의기억연대’ 측은 당시 이 씨의 기자회견을 두고 “일종의 헤프닝”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한경희 정의기억연대 사무총장은 이 씨가 나이가 많고 심신이 취약한 상태라서 기억이 왜곡된 것이라고 했고, 윤미향 당시 국회의원 당선인은 더 나아가 “친일 세력의 공격”이라고까지 했다. 더불어민주당의 비례 정당으로 설립된 더불어시민당의 우희종 대표는 “할머니(이용수)의 기억이 조금 왜곡된 것 같다”며 ‘정의기억연대’의 편을 들고 나섰다. 일각에서는 기자회견을 연 이 씨와 관련해 ‘배후설’이 제기되는가 하면 ‘여성인권운동가’라는 타이틀이 붙은 이 씨에게 ‘친일’ 딱지를 붙이는 이들도 있었다.

그 사이 윤미향 씨가 대구에 있는 모 호텔로 찾아가 이용수 씨로부터 사과를 받았다는 경향신문의 단독 보도도 있었지만, 이 씨는 5월25일 또 다시 기자회견을 열고 “윤미향은 자기가 사리사욕을 차리고 마음대로 국회의원 비례대표를 나갔다”며 윤 씨를 용서한 사실이 없다고 밝혔다.

수세에 몰린 윤 씨는 5월29일 국회 소통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위안부 피해자 후원금 유용 ▲경기·안성 위안부 쉼터 고가 매입 ▲2015 한·일 위안부 합의 내용 인지(認知) 여부 ▲윤 씨 남편 김 씨가 운영하는 신문사 부당(不當) 일감 수주 ▲개인계좌 후원금 모금 ▲주택 5채 현금 매매(賣買) 자금 출처 ▲딸 유학 자금 출처 등 그때까지 자신을 향해 제기된 모든 의혹을 강하게 부인(否認)했다. 기자회견이 이어지는 동안 윤 씨의 얼굴은 땀범벅이 됐다.

◇6월24일, ‘소녀상’ 앞 집회 장소 빼앗긴 ‘굴욕의 날’

2020년 6월24일은 ‘정의기억연대 굴욕의 날’로 역사에 남았다. 1992년 1월 첫 집회 이래 30여년을 이어온 ‘수요시위’ 집회 장소에서의 집회 개최 1순위 권리를 자유·우파 시민단체 ‘자유연대’가 가져갔기 때문이다. 비가 쏟아진 이날 이전까지 집회를 진행해 온 곳에서 남서쪽으로 10여미터 떨어진 연합뉴스 본사 사옥 앞에서 개최된 ‘수요시위’에서 이나영 정의기억연대 신임 이사장(중앙대학교 사회학과 교수)은 “밀려나고 빼앗기고 탄압받고 가슴이 찢기고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돼도 이 자리에 있겠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펜앤드마이크는 지난 3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 제11조와 관련한 기획기사를 등을 통해 서울 종로경찰서가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의 집회 개최를 막기 위해 민원인들에게 거짓말을 해 왔다는 사실을 폭로한 바 있다. ‘일본군 위안부’ 동상이 위치한 곳은 주한일본대사관의 경계로부터 100미터 이내에 해당하는 곳이어서 ‘집시법’이 정한 바에 따라 옥외집회 개최가 불가한 곳이며 ‘정의기억연대’ 역시 집회 신고를 하지 못하고 ‘문화제’ 형식으로 행사를 개최해 왔다는 것이 종로경찰서의 설명이었지만 모두 허위 사실로 드러났다. 대사관으로부터 100미터 이내의 장소라고 하더라도 대사관을 목적으로 하지 않는 집회의 개최는 가능하며 ‘정의기억연대’ 역시 꼬박꼬박 집회 신고를 해 왔다는 것이 사실이었다.

‘자유연대’가 옛 일본대사관 맞은편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 자리에서의 집회 개최 권리를 따낼 수 있었던 배경에는 펜앤드마이크의 이같은 노력이 있었다. 하지만 종로경찰서는 ‘마찰방지’와 ‘충돌우려’ 등의 사유를 들어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 불법 농성을 벌인 ‘반아베반일청년학생공동행동’(반일행동) 측 관계자들이 집회 장소를 불법 점거하고 ‘자유연대’ 측의 집회를 방해하는 데 대해 적극 대처하지 않는가 하면 ‘자유연대’가 신고한 내용대로 집회가 이뤄지도록 협조하지 않아 ‘정권 수호를 위해 행정권을 남용했다’는 비판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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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24일 정의기억연대의 제1445차 수요집회는 연합뉴스 서울 사옥 앞에서 열렸다. 자유연대 등 일본군 위안부 동상의 철거를 촉구하는 이들이 집회 개최 장소를 선점했기 때문이다. 사진은 지난 6월3일 일본군 위안부 동상 앞에서 열린 수요 집회(위 왼쪽)와 6월24일 연합뉴스 사옥 앞에서 열린 자유연대 집회(아래 왼쪽)와 수요집회(아래 오른쪽)의 모습.(사진=연합뉴스)

◇9월14일, “혐의는 6가지”…검찰, 윤미향 씨를 불구속 기소키로

결국 검찰은 윤미향 의원을 불구속 기소하기로 했다.

이용수 씨의 기자회견 이후 여러 시민단체 등이 윤 의원에게 제기된 의혹들과 관련해 윤 씨를 형사 고발하고 나섰다. 사건들을 검토한 서울서부지방검찰청은 9월14일 윤 의원에게 ▲보조금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및 지방재정법 위반 ▲기부금품법 위반 ▲업무상 배임·횡령 ▲사기·준사기(準詐欺) 등의 혐의를 적용해 윤 의원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의 기소 직후 윤 의원은 입장문을 통해 “지난 석 달 동안 저와 단체 그리고 활동가들은 성실히 수사에 임했고 충분히 해명했음에도 불구속 기소를 강행한 검찰의 수사 결과 발표에 대해 깊은 유감을 표명한다”며 “재판에서 결백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정의기억연대’ 역시 “검찰이 억지 기소, 끼워 맞추기식(式) 기소를 강행한 데 대해 유감을 표명한다”며 반발했다.

‘정의기억연대’의 ‘일본군 위안부’ 운동을 비판해 온 이들은 윤 의원이 무엇보다도 ‘준사기’ 혐의에 대해 막대한 부담감을 느끼고 있을 것이라고 지적한다. 윤 의원이 입고 있는 ‘준사기’ 혐의란 ‘일본군 위안부’ 피해 호소인 중 한 명인 길원옥(92) 씨와 관련해 치매 상태에 있어 정상적인 의사 결정을 할 수 없는 길 씨를 꾀어 총 9차례에 걸쳐 7900여만원을 기부·증여하게 했다는 혐의 사실을 말한다.

법률 전문가들은 의사 판단이 불가능한 어린이나 치매 노인 등을 상대로 한 범죄라는 측면에서 ‘사기’보다 ‘준사기’의 죄질이 훨씬 나쁘다고 말한다. 만일 윤 의원의 ‘준사기’ 혐의에 대해 법원이 ‘유죄’ 판단을 한다면 윤 의원은 물론이고 윤 의원이 30여년간 몸담아 온 ‘정의기억연대’ 역시 도덕적 책임을 질 수밖에 없게 되기 때문에 이들이 이끌어온 ‘일본군 위안부’ 운동도 정당성을 잃게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속을 만큼 속았고 이용당할 만큼 당했습니다.”

지난해 결성돼 1년 째 서울 수송동 소재 일본대사관 근처에서 ‘일본군 위안부’ 운동의 허구성을 지적해 온 ‘반일동상진실규명공동대책위원회’의 최덕효 공동대표는 “2020년 한 해는 ‘정의기억연대’와 ‘나눔의 집’이라는 ‘일본군 위안부’ 관련 단체가 단체가 그간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지원’이라는 빌미로 쌓아 올린 아성이 가공(可恐)할 부패로 무너진 한 해로 기록될 것”이라는 평을 남겼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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