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여정 하명법’...국민의 기본권 침해하며 북한 내 정보·성경 유입 원천봉쇄
군의 대북 작전을 금지하는 이적성까지...‘위헌·위법 논란’

수잔 숄티 여사가 노무현 정부 시절인 2007년 군의 도움으로 대북전단을 담은 풍선을 날릴 준비를 하고 있다(숄티 여사 제공)

더불어민주당 송영길 의원은 지난 6월 30일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 일부개정법률안(남북관계 발전 개정안)’, 이른바 ‘대북전단 살포 금지법’을 자신의 1호 법안으로 대표 발의했다. 북한의 독재자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이 그달 4일 6월 탈북민 단체들의 대북전단 살포를 맹비난하면서 “쓰레기들의 광대놀음을 저지시킬 법이라도 만들라”고 협박한 지 불과 한달도 안 돼서였다.

송 의원이 대표발의한 이 개정법은 “누구든지 남북합의서에 따른 다음 각 호의 어느 하나를 위반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우려가 있는 행위를 하여서는 아니된다”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행위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행위 ▲전단 등 살포행위 등을 금지했다. 이를 위반할 경우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 만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한다.  

아래에서는 ‘김여정 하명법’으로 불리는 이 법의 문제점을 분석한다.

 

-국민의 ‘표현의 자유’ 침해

국내외 전문가들은 이 법안이 국민의 기본권인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침해한다고 입을 모은다.

송 의원 측은 법안 발의 이유에서 “국민의 표현의 자유는 원칙적으로 보장되어야 하나, 국민의 생명과 신체에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킬 가능성이 있다면, 법률로써 제한할 수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한반도 인권과 통일을 위한 변호사 모임(한변)’은 “정부가 일시적으로 국민 안전을 위해 전단 살포를 막는 조치를 할 수는 있어도 아예 처벌법까지 만들어 원천 봉쇄하는 것은 헌법상 표현의 자유의 본질적인 내용을 침해하는 것으로서 명백히 위헌”이라고 밝혔다.

이러한 비판은 미국 등 국제사회에서도 이어지고 있다. 전 세계 인권문제를 다루는 미 의회의 초당적 기구인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의 공화당 측 공동위원장을 맡고 있는 크리스 스미스 하원의원은 11일 더불어민주당의 대북전단금지법 처리 강행 방침을 강력하게 비판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스미스 하원의원은 “한국의 입법부의 다수당인 민주당이 취할 것으로 보이는 이 행동은 한국 헌법의 명백한 위반이며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ICCPR)의 명백한 위반”이라고 밝혔다.

미국평화연구소의 패트리샤 김 연구원도 대북전단금지법은 한국의 민주적 가치에 반하며 표현의 자유를 제한하는 법이라고 지적했다. 미국의 동북아 전문가인 고든 창 변호사는 한국의 대북전단살포 금지법 제정 소식을 리트윗하며 “우리가 더 이상 한국을 민주주의 국가로 불러야 할지 확신할 수 없다”고 말했다.

 

-3대 세습독재 체제 아래 고통받는 북한주민들의 ‘정보 접근권’과 ‘알 권리’ 침해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회는 지난 2014년 최종보고서에서 “북한에서 조직적이고 광범위하며 중대한 인권침해가 북한의 정부 기관과 당국자들에 의해 이뤄지고 있다”며 많은 경우 반인도범죄에 해당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북한의 역사를 통틀어 가장 독특한 특성 중 하나는 국가가 정보를 완전히 독점하고, 조직화된 사회생활을 철저히 통제하는 것”이라며 “언론과 표현, 정보, 결사의 자유가 거의 완전히 부정되고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유엔총회가 1948년 12월 10일 채택한 세계인권선언은 19조에서 ‘모든 사람은 의사 표현의 자유를 누릴 권리가 있다’고 명시하고 있다. 또한 유엔의 시민적·정치적 권리에 관한 국제규약 19조는 ‘모든 사람이 간섭 없이 자신의 의견을 지닐 권리가 있고, 국경에 관계없이 모든 매체를 통해 정보와 사상을 구하고 받아들이며 전파할 권리가 있다’고 밝히고 있다.

유엔의 전문가들은 표현의 자유 가운데 개인의 ‘알 권리’는 주권자인 국민의 정보 권리와 욕구를 충족시키고 이를 통해 소극적, 수동적 지위가 아닌 정부와 사회 운영에 적극적인 개입자로서의 권리를 보장한다고 지정한다. 즉 국민 개개인은 정부가 국민 대중에게 정보를 제공하기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하며, 국민이 정치뿐 아니라 다른 공익 정보에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정부가 어떤 범위의 노력을 하고 있는지 질문해야 한다는 것이다.

마이클 커비 전 유엔 북한인권 조사위원장은 최근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한 대북전단금지법은 법 조항의 문구에 따라 세계인권선언이나 한국의 헌법 또는 다른 법에 위배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커비 위원장은 “북한정권은 북한주민들의 ‘알 권리’를 막을 권한이 없다”고 지적했다.

워싱턴의 민간단체 북한자유연합의 수잔 숄티 대표는 “한국 국회는 표현의 자유와 ㅂ구한주민들의 인권을 지킬 도덕적 의무가 있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행동하고 있다”며 “한국 국회가 김여정의 요구에 따르는 것은 무섭고 끔찍한 일”이라고 했다.

 

-북한 내 정보, 성경 유입 등 원천봉쇄

이 개정법은 “전단 등 살포행위”를 금지하면서, 제4조(정의)에서 “‘전단 등’이라 함은 전단, 물품(광고선전물·인쇄물·보조기억매체 등을 포함한다),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대북전단지뿐만 아니라 한류 드라마와 음악, 성경, 자유세계의 정보 등이 담긴 USB, SD카드, CD 등의 북한 내 반입을 일체 금지하는 것이다. 또한 북한주민들이 좋아하는 초코파이와 미국 달러, 쌀 등도 북한 내 유입이 일체 금지된다. 이 법은 ‘등’이라는 단어를 첨가해 그 밖의 북한으로의 정보 및 물품 유입 가능성을 사실상 원천봉쇄하고 있다. 그러나 이는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규정은 국민이 명백히 이해할 수 있도록 명확해야 한다’는 법률 명확성의 원칙에 위배돼 위헌의 소지가 높다.

 

-북중국경 등 제3국 통한 북한 내 정보 유입 원천봉쇄

또한 이 법은 ‘살포’에 대해 “선전, 증여 등을 목적으로 전단 등을 ‘남북교류협력에 관한 법률’ 제13조 또는 제20조에 다른 승인을 받지 아니하고 북한의 불특정 다수인에게 배부하거나 북한으로 이동(단순히 제3국을 거치는 전단 등의 이동을 포함한다)시키는 행위를 말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즉 북중 국경을 통해 한류 드라마와 음악, 성경, 자유세계의 정보 등이 담긴 USB, SD카드, CD 등을 북한에 반입하는 것을 금지하는 것이다.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이 법은 한마디로 말하면 제3국, 중국 등을 통한 북한주민들의 생활필수품 공급까지도 완전히 차단하려는, 즉 김정은, 김여정에게 충성하고 북한주민들을 굶주리게 하려는 악법”이라고 지적했다.

 

-탈북민의 북한가족 송금도 금지하나?

이 법은 탈북민들의 북한으로의 송금을 금지하는 데 사용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전 또는 그 밖의 재산상 이익”을 제3국을 거쳐 북한으로 들여보내는 “살포”행위를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논란이 커지자 통일부는 16일 ‘북중 국경을 통해 물품을 북한에 반입하거나 탈북민들이 북한 가족에게 돈을 보내는 사례는 이 법의 적용 대상이 아닌 것으로 확인됐다’는 설명자료를 내놨다. 그러나 향후 법 위반 행위를 판단하는 것은 법원이지 통일부가 아니기에 여전히 의구심은 남는다.

 

-‘7.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기본합의서’는 법률이 아니다

송 의원은 법안 제안이유에서 “남한과 북한은 ‘7.4 남북공동성명’과 ‘남북사이의 화해와 불가침 및 교류협력에 관한 합의서(남북기본합의서)’에서 상대방을 비방·중상하지 않기로 합의하였으며,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 통일을 위한 판문점 선언(판문점 선언)’을 통해 군사분계선 일대에서 확성기 방송과 전단살포를 비롯한 모든 적대해우이들을 중단하기로 합의하였다”며 “남북 간 주요합의사항을 준수하여 평화통일을 지향하여야 하는 국가의 책무를 달상허고자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사회정의를 바라는 전국 교수 모임(정교모) 산하 국민소추원은 지난 17일 “남북합의서는 후속 법률로 뒷받침되어야 할 법률로서의 지위를 갖추지 못하고 있다”며 “뿐만 아니라 남북합의서 그 어디에도 군의 작전권의 일환으로서의 확성기 방송, 선전물 설치까지 금지해야 한다는 규정이 없고, 남북합의서 작성 이후 남북관계는 북한의 위반과 대남 적대시 정책으로 합의서의 이행이 아니라, 합의서 자체가 무효로 돌아간 지 오래”라고 지적했다.

 

-군의 대북 작전을 금지하는 이적성

이 법은 제24조(남북합의서 위반행위의 금지)에서 “누구든지 다음 각 호에 해당하는 행위를 하여 국민의 생명·신체에 위해를 끼치거나 심각한 위험을 발생시켜서는 아니 된다”며 군사분계선 일대에서의 북한에 대한 확성기 방송과, 시각매개물(게시물) 게시, 전당 등 살포를 금지하고 있다.

이에 대해 국민소추원은 “누구든지”에는 민간인은 물론 군사 분계선에서 대적 경계, 방위활동을 하는 군도 포함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며 만약 이것이 군의 확성기 방송과 선전물 설치 금지를 포함한 것이라며 형법 제99조 ‘대한민국의 군사상 이익을 해하거나 적국에 군사상 이익을 공여한 자는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는 일반이적죄에 해당할 수 있다고 판단했다.

국민소추원은 “우리 군에서 북한의 대남도발에 대한 효과적인 응징 수단으로서, 즉 직접적인 인명살상은 피하면서도 적에 대한 심리전을 펼 수 있는 대북 확성기 방송과 선전물 설치까지 하지 못하도록 한 것은 대북전단을 빌미로 위협한 북한의 공세에 호응한 정도를 넘어 적과 내통해 적의 이로움을 도모한 행위”라며 “군 작전 무력화를 초래한 이적행위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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