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민주적 절차 부정과 독단 정치···‘입법 독재(獨裁)’ 도래
‘위헌(違憲)적’ 5·18역사왜곡처벌·공수처·대북전단금지·권력기관안···그래도 ’묵살(黙殺)‘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바야흐로 ‘입법 독재’ 시대가 열렸다. 이는 지난 4·15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과반 의석을 독식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총선에서 여당이 ‘불가능한 게 없는 의석’인 180석을 차지한 것도 기록이지만, 이를 통해 입법 독재의 시대가 활짝 열리는 등 ‘경험 해보지 못한 나라’를 만들고 있다.

국립국어원에 따르면 ‘독재(獨裁)’는 ‘특정 개인·단체·계급·당파 따위가 어떤 분야에서 권력을 독차지해 모든 일을 독단 처리하는 행태’를 뜻한다, 핵심은 ‘민주적 절차를 부정하고 통치자의 독단으로 행하는 정치’라면서 ‘고대 로마 체제, 독일 나치즘, 이탈리아 파시즘, 일본 군국주의 따위가 그 전형’이라고 소개한다.

여권이 의석수로 몰아붙인 ‘5·18역사왜곡처벌법·공수처법 개정안·권력기관 개편안’ 등의 통과 과정은, ‘민주적 절차의 부정과 독단 정치’라는 독재의 본모습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당대표.(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의 이낙연 당대표.(사진=연합뉴스)

 

‘독단 정치’ 관건은 ‘기타 의견 듣지 않겠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는 입법 독재의 전형이다. 최초 공수처법 추진 당시 모습과 지금의 모습은 ‘딴판’이다. 당초 민주당은 공수처법을 발의하면서 야당의 유일한 권한이나 마찬가지인 야당 몫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의 ‘거부권(veto·비토권)’을 인정했다. 지난해 4월, “야당 비토권이 확실히 인정되는 방향으로 돼 있다”던 공수처법 최초 발의자 백혜련 민주당 의원의 발언이 그 근거다, 지난해 6월 “공수처장 추천위 7명 중 야당 추천위원 2명이라 비토권을 행사할 수 있다”던 박주민 민주당 의원의 발언 역시 같은 맥락이었으나 결국 ‘입법 독주’로 귀결됐다.

야당의 비토권을 무력화할 수 있는 개정안이 지난 10일 오후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것이다. 결과는 재석 287인 중 찬성 187인, 반대 99인, 기권 1인으로 끝내 가결됐다. 야당의 거부권은 ‘형식’만이 남았고, 이제 집권여당의 ‘입법 독주’에 아연실색할 따름이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북전단의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의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사진=연합뉴스)
이낙연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4일 오후 국회 본회의장에서 대북전단의 살포를 금지하는 내용이 담긴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이 통과된 이후의 모습이 사진에 찍혔다.(사진=연합뉴스)

 

의석수 앞세워 민주적 절차 ‘무력화(無力化)’

민주주의는 ‘법의 지배의 원리’에 의해 가동된다는 게 정치권과 지성계의 정설이지만, 집권여당이 입법권을 ‘쥐고 흔들 수 있게’ 되면서 ‘민주적 절차의 무력화(無力化)’ 상태로 전락했다. 범여권이 헌법 개정안을 제외한 법안 통과 정족수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무려 179석을 차지한 더불어민주당계(민주당 174석·열린민주당 3석·기본소득 1석·시대전환 1석)와 정의당(6석)과 무소속 일부 의석만 하더라도 190여 석에 가깝다. 그에 비해 103석에 불과한 국민의힘은 ‘공수처법 개정안·국가정보원법 개정안’의 국회 본회의 통과 과정에서 필리버스터(무제한토론)까지 강제 종료 당하는 ‘굴욕’을 겪기도 했다. 게다가 헌법상 ‘표현의 자유 억압 논란’을 일으킨 ‘5·18역사왜곡처벌법’과 대북전단금지법인 ‘남북관계발전법 개정안’의 본회의 강제 통과를 지켜봐야만 했다. 여권에 의한 입법 독주가 강행되면서 이미 국회법을 초월한 모양새다. 야권에서 “입법 독재”라는 성토가 쏟아지는 까닭이다.

‘입법 독재’가 의미하는 바는 헌법상 ‘표현의 자유’와 ‘국민 기본권’의 상실, 즉 ‘민주주의의 훼손’을 뜻한다. 이 같은 ‘처참한 현실’이 버젓이 일어난 것이다. 이를 두고 지난 14일 “문재인 대통령의 의회 협력자들은 왜 ‘근본적인 시민·정치적 권리 보호’라는 의무를 무시하고 있느냐”라고 지적한 美 의회 내 국제인권기구 ‘톰 랜토스 인권위원회’ 위원장 크리스 스미스 하원 의원의 발언에 관심이 모아진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사진=연합뉴스)

 

균형추 상실의 결정적 시기는 ‘4·15 총선’

국회가 ‘견제와 균형’을 잃은 결정적인 시기는 바로 지난 4·15 총선이다. 야권에서 “수적 열세”를 성토하는 모습에 대해 야당 지지자들과 국민의힘 일부 의원들은 ‘허약하다’라는 비평을 쏟아내고 있지만, 실질적으로 여당의 독주를 막을 뾰족한 묘책도 마땅치 않은 형국이다. 그야말로 진퇴양난(進退兩難)의 신세다. 총선 참패의 결과가 여당의 입법 독주로 이어졌으나 궁여지책(窮餘之策)조차 짜낼 수 없는 형국이 됐다.

국민의힘은 지난 4·15 총선에서 100여 석의 의석수를 챙겼음에도 불구하고 그마저도 견고하게 다지지 못하는 모양새다. 지난 15일 오전 국회에서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이명박·박근혜 前 대통령 대국민 사과’를 하면서 일부 지지자들은 “오늘부로 당적을 정리하고 탈당하겠다”는 ‘반(半)포기’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이다.

지지자들의 ‘반포기’ 분위기는 국민의힘 내부로도 확산된 양상이다. 장제원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오후 펜앤드마이크와의 통화에서 “우리 당 내부에서는 김 위원장이 대국민 사과를 강행하고 있는 것을 두고 ‘사과 혹은 고집인지 이제 모르겠다’면서 넘어가는 분위기가 있다”라고 밝혔다. 결국 '4.15 총선 참패'와 '입법 독주 사태'의 여파가 겹치면서 당내 분위기까지 술렁이는 모양새다. 그만큼 이번 사태가 주는 파급력이 작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김종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사진=연합뉴스)

 

‘독재의 꿀’ 누가 먹었을까?

앞서 민주당 소속 윤호중 국회 법제사법위원장은 지난 8일 공수처법 개정안 처리에 항의하는 국민의힘 의원들을 향해 “평생 독재의 꿀을 빨았다”는 독설을 쏘아붙인 바 있다. 이에 조수진 국민의힘 의원은 “평생 ‘민주화운동’의 꿀을 빨아먹었지만, 행동은 ‘독재’ 시절에도 없던 짓을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한편, 여당에 의해 이번 국회 본회의를 속행 통과한 안건들은 ‘표현의 자유’부터 ‘비토권’ 등 공통적으로 ‘위헌(違憲)’ 소지를 안고 있는 법안들이다. 윤 위원장이 ‘독재의 꿀’을 언급했는데, 2020년 12월 국회를 바라본 국민들은 ‘독재의 꿀’을 누가 먹고 있다고 생각할까.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왼쪽 네번째 부터), 이낙연,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우희종, 최배근 상임선대위원장 등이 지난 4월1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0.4.17(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인영 공동선대위원장(왼쪽 네번째 부터), 이낙연, 이해찬 상임선대위원장과 더불어시민당 이종걸, 우희종, 최배근 상임선대위원장 등이 지난 4월17일 서울 여의도 더불어민주당 당사에서 열린 선거대책위원회 합동 해단식에서 인사하고 있다. 2020.4.17(사진=연합뉴스)

 

조주형 기자 chamsae998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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