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종인,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대국민 사과
사실상 박 대통령 관련 혐의 모두 인정...당 안팎 ‘섣부른 사과’ 비판
김종인-김무성-유승민 ‘철의 삼각(삼각동맹)’ 본격화 전망
김종인 ‘전반기 당권’, 김무성 ‘후반기 당권’, 유승민 ‘대권’ 목표?
유승민 등 포함 2기 비대위 출범 가능...TK 정치적 고립 가속화

국민의힘 김종인 비상대책위원장이 15일 이명박·박근혜 전 대통령 대국민 사과를 발표했다.

김 위원장은 이날 오전 국회에서 두 전직 대통령이 사법처리된 것과 관련해 “대통령의 잘못은 곧 집권당의 잘못"이라 면서 “저희가 역사와 국민 앞에 큰 죄를 저질렀다. 용서를 구한다”고 밝혔다. 김 위원장은 사과문에서 사실상 박 전 대통령의 관련 혐의들을 모두 인정했다. 이에 당 안팎에서 ‘섣부른 사과’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좌파 진영에서는 북핵 고도화나 뇌물 비리 혐의 등 김대중, 노무현 전 대통령 과오에 대한 책임을 공식적으로 인정한 바가 없는데 대통령을 탄생시킨 정당이 직접 나서 향후 모든 논의 를 미리 차단한 모습이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해 아래 글에서는 당내 정치 관점에서 김 위원장 발언의 의미를 분석하고 향후 있을 당내 역학 관계의 변화를 전망하고자 한다.

사실상 박 대통령 관련 혐의 모두 인정...‘섣부른 사과’ 비판

김 위원장은 ‘미르재단·K스포츠재단 출연금 강요’, ‘삼성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의 뇌물수수’, ‘최순실 국정 개입 허용’ 등 박근혜 전 대통령 관련 혐의를 사실상 모두 인정했다.

이날 김 위원장은 “두 전직 대통령의 과오에는 정경유착의 어두운 그림자가 짙게 깔려 있다”면서 “특정한 기업과 결탁하여 부당한 이익을 취하거나 경영승계과정의 편의를 봐준 것들이 있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공직책임을 부여 받지 못한 자가 국정에 개입해 법과 질서를 어지럽히고 무엄하게 권력을 농단한 것도 있다”고 하고 “국민과의 약속은 저버렸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같은 김 위원장 발언을 두고 ‘섣부른 사과’라는 비판이 제기된다. 지난 2016년 탄핵 정국 때에도 박 대통령의 신속한 대국민 담화가 결정적 패착으로 작용했다는 분석이 있다. 이날 김 위원장이 언급한 박 전 대통령의 혐의들에 관해서는 아직 재판이 종료되지 않았고 구체적 법리에 관해서도 논쟁의 여지가 남아 있다.

K(김종인)·K(김무성)·Y(유승민) ‘철의 삼각’ 본격화 예상

김 위원장의 이번 사과는 당내 구도 관점에서 과거 새누리당 내 탄핵 찬성 세력들에게 국민의힘 전면에 나설 수 있는 정치적 명분을 제공한 것으로 해석된다. 국민의힘이 박근혜 전 대통령 과오를 공식적으로 인정함에 따라 과거 탄핵 찬성 결정은 정당성을 확보하게 됐다.

이는 앞으로 당내 역학 관계에 적지 않은 변화를 일으킬 것으로 보인다. 마침내 “탄핵의 강을 건너게 된” 김무성계와 유승민계는 향후 정치적 행보에 날개를 얻었다. 두 계파의 수장이 향후 김종인 위원장과 화학적 결합을 이룰 가능성도 충분하다. 김종인 위원장과 김무성 전 대표, 유승민 전 의원이 서로 어떠한 구상을 지니고 있는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이들이 놓인 정치적 상황은 ‘철의 삼각’이 본격화될 것을 예고한다.

철의 삼각이란 서로의 이해관계를 보호하기 위한 밀접한 동맹관계를 뜻한다. 서로의 정치적 목표에 따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면 ‘함께하지 못할 이유’를 찾는 것이 더 어려울 것이다.

김종인 ‘전반기 당권’, 김무성 ‘후반기 당권’, 유승민 ‘대권’ 목표?

김종인 위원장은 당내 입지가 단단하지 못하다. 그 영향력과 존재감이 출범 초기만 못하다. 하지만 내년 서울·부산시장 재보궐 선거의 경선과 공천에 관여하는 총책임자로 여전히 야권 판을 짜는 핵심 인물이다.

반면 김무성 전 대표의 경우 ‘부산의 맹주’라고 할 만큼 PK 기반이 튼튼하나 원외에 있어 당에 공식적으로 관여할 처지가 못된다. 유승민 전 의원의 경우엔 현재 당내 핵심 의원 계파를 이루면서 차기 대권 행보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이제부터는 가설(假說)이다. 정치적 목표에 따라 이해관계가 일치한다면 상호 동맹은 필연이다.

김종인 위원장은 이번 사과를 통해 지지율 박스권 돌파를 위한 승부수를 띄웠다. 이어 내년 재보궐 선거 승리를 바탕으로 또 다른 도약을 위하여 차기 국민의힘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이 있다. 그럴 경우 취약한 당내 입지가 가장 큰 약점이다.

김무성 전 대표와 유승민 전 의원은 이 점을 보완해 줄 수 있다. 이는 그들이 당내 영향력을 키우는 방법 이기도 하다. 김 전 대표는 이를 통해 차기 총선 공천권을 지닌 후반기 당권을 거머쥐고자 할 수 있다.

유승민 전 의원은 차기 대선 출마를 공식화하고 본격적인 대권 행보에 나섰다. 친박세력이 모두 와해된 상황에서 국민의힘 핵심 계파의 수장이기도 하다. 유 전 의원의 여의도 복귀를 알리는 사무소 개소식에도 김종인 위원장과 주호영 원내대표 등 국민의힘 지도부와 전현직 의원 50여명이 참석했다.

하지만 유 의원은 최근까지 ‘탄핵의 강’을 건너지 못했다. ‘탄찬’의 정당화가 필요했다. 유 의원을 보는 TK 민심도 매우 따갑다. 대선 후보로 최종 낙점되기 위해서는 ‘완전 국민경선제’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계산할 수 있다. 이것이 내년 재보궐 선거에 반영되고 어느 정도 효과가 입증된다면 대선에도 적용시킬 명분이된 다. 이 판을 깔아줄 수 있는 것은 비대위원장 뿐이다.

유승민 등 포함 2기 비대위 출범 가능...TK 정치적 고립 가속화

과거 춘추전국시대 전략가 한비자는 권력 창출의 원리로 세(勢)-법(法)-술(術)을 주장했다. 먼저 세력을 만들고 이후 명분을 세운 다음 마지막으로 정치적 기술을 통해 권력을 차지한다. 이미 세력을 갖춘 당내 양대 계파는 추가로 명분까지 얻게 됐다.

이들이 정치적 기술을 최대한 부릴 수 있는 곳은 비대위이다. 비대위에 속해 있으면 언론 노출도 그만큼 용이하다. 유 전 의원은 지난 달 “사람을 전부든 일부든 바꿔서 2기 비대위로 당의 총력을 모아야 한다”고 하면서 2기 비대위 출범을 요구했다. 대권을 위해서 이제는 전면에 나서야 하는 시점이라고 판단했을 수 있다.

김 위원장도 현 비대위원이 자신의 쇄신 요구를 충족시키지 못한다고 생각하고 있다. 이러한 불만은 질책 성 발언으로 언론에 노출됐다. 김 위원장이 이번 사과와 함께 흐름을 바꾸기 위해 2기 비대위를 출범시킬 가능성이 있다. 이 때 유 전 의원 계파 지분을 일부 포함시킬지가 관건이다.

이런 가운데 TK의 정치적 고립은 가속화되고 있다. 당내 균열이 이미 드러났다. 최근 부산 가덕도 신공항 논란이 한창일 때도 PK는 집단 행동에 나섰지만, TK는 속앓이만 할 뿐 이렇다할 제스처를 취하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TK가 파워게임에서 밀린 것이라고 해석했다.

TK는 구심점을 상실했다. 국민의힘 내부에는 TK 지역 대선 주자가 없기 때문이다. 무소속 홍준표 의원이 거론되지만 복당이 가로막혀 있는 형편이다.

이세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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