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전 대통령은 임기 5년을 다 채우지 못하고 4년여만인 2017년 3월 10일, 헌법재판소의 탄핵 결정으로 물러났다. 세월호를 앞세워 박근혜 정권의 노동분야 등 공공부문 개혁에 맞섰던 민노총 등의 촛불시위에 보수 여당 내부의 분열이 결정적 이유였다.

두달 뒤면 문재인 대통령 또한 임기 4년을 돌파하게 된다. 최근 여론조사를 할 때 마다, 문재인 대통령의 국정운영 지지도가 사상 최저치를 경신하고 있지만 여전히 30%를 웃돈다.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180석의 거대 여당, 4년차 대통령 치고는 높은 지지도에 문재인 대통령은 집권 말기 레임덕도 없고, 급격한 추락도 없을 것처럼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이 일요일인 13일 코로나19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일요일인 13일 코로나19 긴급 대책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하지만 1987년 민주화 이후 한국 정치사에서 그런 전례는 없었다. 추락하는 모든 것에는 날개가 있듯이, 현행 헌법이 만든 ‘제왕적 대통령제’는 필연적으로 현직 대통령의 추락을 초래했다.

예외없이, 문재인 정권 또한 추락의 징후가 나타나고 있다. 그 속도는 훨씬 빠르고 가파를 것으로 보인다.

1.코로나19- 민낯 드러난 ‘K 방역’, 선진국간 백신격차

13일부터 코로나19 신규 확진자 수가 1,000명을 넘어섰다. 그동안 K 방역의 성공을 자화자찬하던 정부는 할 말이 없게 됐다.

지난주부터 신규 환자가 폭증할 조짐을 보이자 정세균 국무총리 등 정부 관계자들은 공공연하게 사회적 거리두기를 3단계로 올릴 것임을 예고했다. 하지만 일요일인 13일, 문재인 대통령 주재로 열린 긴급 대책회의에서도 3단계 상향은 결정되지 않았다.

우리나라가 신규 환자 발생 수와 사망자 등에서 코로나19 방역에 선전한 것은 지난 정부의 중동호흡기증후군(MERS) 사태의 시행착오를 겪으며 법령과 시스템을 정비하는 등 대응이 수월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방역담당자 및 의료인들이 방역일선에서 헌신적으로 분투했으며, 다른 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시민, 특히 소상공인들의 희생과 협조가 있었다.

국민들은 정부가 시키는 대로 다했다. 전철을 타도 마스크를 쓰지 않은 사람이 단 한명도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이제 더 이상 소상공인, 특히 식당 등 자영업자들은 버틸 힘이 없다. 정부가 쉽게 거리두기 3단계 상향을 할 수 없는 이유다.

K 방역에 취해 백신확보에 차질을 빚음에 따라 주요 선진국에 비해 최소 3개월 이상 늦어질 것으로 보이는 백신접종은 내년 봄 정국의 최대 뇌관이다.

우리나라의 백신접종이 지체될 경우 예상되는 경제적 손실은 엄청날 것으로 보인다. 다른 나라들이 코로나로 부터 벗어나고 있는데 한국만 ‘코로나의 섬’으로 남는다면 GDP 성장 격차에 따른 손실과 일자리 감소, 이로인한 각종 사회적 문제 등 후폭풍이 예상된다.

세계 각국이 국제경기와 축제를 즐기고, 해외 여행이 재개되는데 한국만 여전히 마스크를 쓰고 다니고 한국인은 각국으로부터 입국금지되는 상황이 올 수 있는 것이다.

2.바이든 시대 개막-김정은을 배려할 여력이 없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더불어민주당이 4·15 총선에서 압승을 할 수 있도록 만들어준 최대의 공로자다. 싱가다포르와 하노이, 판문점에서 있었던 세 차례의 북미 정상회담이 모두 지방선거와 총선을 앞두고 이루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또한 북핵문제가 핵심인 남북관계에서 정작 핵폐기는 사라져버린 문재인 정부의 엇나간 대북정책의 후원자 역할을 했다. 김정은과의 대화를 통해 ‘통큰 합의’를 이끌어 내려고 했던 트럼프 대통령은 북한이 가장 상대하기 쉬운 상대이기도 했다.

미국 대선 국면에서 북한이 공공연하게 트럼프지지 메시지를 보내고 대선 이후에는 침묵을 지키고 있는 상황이 이를 반증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 북한은 트럼프와 같은 미국 대통령 개인이 아닌 미국이라는 국가 전체, 시스템을 상대해야 한다. 바이든의 대북 정책은 트럼프와 정반대로 밑에서부터 시스템적으로 접근하는 이른바 ‘상향식(bottom-up)’ 방식을 예고하고 있다.

바이든이 강조하는 전통적 한미동맹의 회복도 문재인 정부에 큰 부담이 될 것이다. 급격한 방위부담금 인상 보다 한미동맹을 강조하는 반대 급부로 한국이 일본과 더불어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서 대중국 견제의 일원으로 참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얼마전 왕이 중국 외교부장을 초청해서 보여준 행태처럼 친중국 노선을 걷고자 하는 여권으로서는 큰 부담이 아닐 수 없다.

전문가들은 전통적으로 이념을 떠나 공화당의 외교노선에 비해 명분과 도덕을 중시했던 민주당이 북한과 김정은을 보는 시각도 남북연합을 추구하는 문재인 정부에 큰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이와관련, 외교부 고위 관리 출신 한 인사는 “북핵 문제와 관련해서 민주당 소속인 클린턴 대통령 시절에 영변 핵시설 폭격을 가장 구체적으로 추진했던 것을 되돌아 봐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3.180석 거대 여당의 오만과 독선

흔히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위성 정당의 의석이 180석에 달하는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과 정권 안보에 최대의 안전판으로 치부된다. 하지만 이것이 정권 추락의 핵심 원인이자 그 속도를 가파르게 만드는 요인이 될 것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더불어민주당이 그동안 보수 야당에 비해 훨씬 더 국민적 지지를 받을 수 있었던 것 핵심 요인은 ‘민주주의’라는 최고의 명분을 쥐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최근 윤석열 총장 찍어내기를 비롯한 각종 밀어붙이기 입법과정에서 더불어민주당이 유지해온 ‘민주주의’의 정체성은 사라지고 말았다.

내로남불로 시작해서 최소한의 합리성도 찾아볼 수 없는, 억지와 궤변으로 일관하면서 더불어민주당은 민주주의를 내평겨치고 말았다. 오랫동안 민주당과 동행하던 정의당까지 이탈하게 된 큰 이유기도 하다.

민주당이 박근혜 전 대통령을 탄핵에 이르게 했던 과거 집권세력처럼 내부 반대자, 딴 목소리를 내는 국회의원이 전혀 없다는 것도 좋은 징조가 아니다. 현재 민주당 의원들이 일치단결된 모습을 보여주는 것은 아직 총선이 끝난지 8개월 정도밖에 되지 않았고, 이들 대부분이 개인 의 역량 보다는 당의 힘으로 국회의원이 된 것이 가장 큰 이유다.

일반적으로 대통령의 임기가 끝나갈수록 정당의 구심력은 약해진다. 민주당이 조용하고 단합된 모습을 보이는 것은 최근 몇 년간의 일로 당 지지율이 꾸준히 보수정당 보다 높았기 때문이다.

이와관련, 정치분석가 최우영씨는 “국민적 반감을 사고있는 윤석열 찍어내기로 시작해 내년 봄 코로나19 백신 문제로 민심이 최악의 상황에 이르면 이낙연 이재명 등 대권주자를 시작으로 딴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할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는 또 “지금은 민주당 의원들이 이른바 친노 친문세력의 눈치를 보고있지만 중도층이 급격히 이탈할 경우 친문세력 또한 자중지란에 빠질 가능성이 높은데 그들 내부의 ‘빅 마우스’인 나꼼수 멤버들이 최근 분열 조짐을 보이는 것이 그 반증”이라고 말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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