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5일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 회의에서 "코로나가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발언한 강경화,
"두고두고 기억하고 정확히 계산(응당의 대가 치르게 해주겠다)"는 北 김여정의 협박엔
아무 말도 못 하고, 북한과의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방역 협력 의사 내비쳐...'對北 저자세' 비판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강경화 외교부 장관.(사진=연합뉴스)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 김여정에게 “두고두고 기억하며 계산하겠다”는 식의 원색적 비난을 들을 강경화 외교부 장관이 이에 아랑곳 않고 북한과 중국발 ‘우한코로나바이러스’ 협력을 제안했다. 강 장관의 거취를 압박한 북한에 아무 대응도 못 한 외교부가 저자세로 일관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강 장관은 11일(현지시간) 화상 회의의 형태로 열린 ‘아스펜안보포럼’에서 “북한은 올해 코로나라는 도전 과제에 집중하고 있고 대화 재개를 위한 우리의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코로나와는 별개로 인도주의적 문제에 대해 관여할 준비가 돼 있다”고 말했다.

강 장관의 이같은 발언은 북한 조선로동당 제1부부장인 김여정이 강 장관의 거취를 압박한 지 이틀 만에 나온 것이다.

김여정은 지난 5일 바레인에서 열린 국제 회의에서 강 장관의 발언을 문제삼았다. 강 장관은 당시 “코로나로 인한 도전이 북한을 더욱 북한답게 만들었다”며, 중국발(發)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사태 속에서 북한의 폐쇄성이 더욱 심해진 것을 지적했다. 이에 김여정이 발끈하고 나선 것이다. 김여정은 관련 담화에서 “주제넘은 망언”이라며 “정확히 계산돼야 할 것”이라는 표현으로 강 장관의 발언을 콕 집어 지적했다. 북한에서 ‘계산한다’는 말은 ‘잘잘못을 가려 대가를 치르게 한다’는 뜻으로 사용돼 북한이 강 장관의 거취를 압박한 것으로 해석됐다.

김여정의 담화에 강경화 외교부는 아무 대응도 하지 않았다. 최영삼 외교부 대변인은 지난 10일 정례 브리핑에서 김여정 담화와 관련한 세 차례의 질문에 “북한을 포함한 국제적 방역 협력의 필요성을 강조한 것”이라고만 답했을 뿐이었다.

북한의 무례한 언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는 내지 못하면서 ‘우한 코로나바이러스’ 방역과 관련해 북한과의 협력을 언급한 강 장관과 외교부가 보인 굴종적 자세에 외교가에서는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성윤 터프츠대학 플레처스쿨 교수는 자신의 트위터에서 “굴종에 가까운 정중함은 이웃으로부터 경멸과 적대감만 불러 일으킨다”고 지적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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