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인권 단체 물망초재단(이사장 박선영), 11일 서욱 국방부 장관 앞으로 공개 서한
"탈북 국군포로의 부고 소식을 전한 '미국의소리' 방송 기사를 우리한테 수정하라고 한 이유가 뭐냐?"
국방부, "탈북 국군포로의 실명 공개될 경우 北에 남은 유가족에 불이익 갈 수 있어서..."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 "국방부 해명은 핑계...쉬쉬하다가 들통난 것"

북한 인권 단체 물망초재단(이사장 박선영)이 국방부로부터 압력을 받았다며 서욱 국방부 장관의 공개 사과를 요구했다. 미국의 관영 매체 ‘미국의소리’가 지난 8일 전한 탈북 국군포로 우 모 씨의 부음 기사와 관련해 기사의 작성 및 배포 등과 관련해 아무런 관련이 없는 재단에 전화를 걸어 기사 내용 중 일부를 삭제·수정해 달라고 요구했다는 것이다.

11일 물망초재단은 국방부 군비통제과 소속 지 모 주무관이 물망초재단에 전화를 걸어 탈북자 우 모 씨의 부음 소식을 전한 ‘미국의소리’ 방송 기사를 문제삼 았다며 서욱 장관의 공개 사과를 요구하는 서한을 국방부 앞으로 보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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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방부.(사진=연합뉴스)

국방부가 문제 삼은 기사는 지난 8일 〈국군 포로의 쓸쓸한 안장식〉이라는 제목으로 작성됐다. 해당 기사에는 6.25전쟁 당시 국군 포로로 잡혀 북한에 억류된 채 수십년간 강제 노역을 하다가 일흔여섯이 된 지난 2008년 가까스로 북한을 빠져나와 조국의 품에 다시 안긴 탈북 국군포로 우 모 씨의 이야기가 실렸다.

지 모 주무관이 물망초재단에 전화를 건 시점은 지난 9일 오전으로, 총 두 차례. 물망초재단의 설명에 따르면 국방부 소속의 해당 주무관은 우 씨의 장지(葬地) 사진이 공개된 점과 우 씨의 탄광 생활 관련 서술에 문제가 있다며 해당 부분을 삭제 내지 수정해 줄 것을 재단 측에 요구했다.

관련 사실관계를 확인하고자 한 펜앤드마이크에 국방부 측은 “(사망한 국군포로의) 실명이 공개되면 북한에 잔류한 가족들에게도 불이익이 돌아갈 수 있어 실명 사용을 자제해 줄 것을 요청한 것”이라며 ‘미국의소리’ 측에도 기사 내용을 수정해 줄 것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기사의 작성과 관련해 관련이 없는 물망초재단에도 연락을 한 이유에 대해서 국방부는 “해당 재단이 탈북 국군포로들을 돌보는 데에 깊이 관여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물망초재단 측은 국방부의 이같은 설명에 강력 반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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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사진=연합뉴스)

박선영 물망초재단 이사장(前 국회의원)은 “‘미국의소리’에서 그같은 기사가 나갔는지도 국방부 전화를 받고서 인지하게 됐다”며 “이번에 돌아가신 우 어르신의 경우 이미 수 차례에 걸쳐 실명이 언급된 기사가 난 사실이 있는 공적(公的) 인물”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박 이사장은 “사람이 없어졌는데 북한이 인지하지 못했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면서 “유족 측이 공개를 꺼릴 경우 우리도 국군포로 어르신들의 실명을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하고 있지만, 이미 이름이 다 알려진 우 어르신의 경우 그분의 실명이 다시 공개된다고 해서 북한에 남은 우 어르신의 가족들이 또다시 불이익을 당할 일은 없다”고 지적했다.

북한 인권 운동에 매진해 온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 역시 “국방부가 유가족을 앞세우고 있는 것은 핑계로 보인다”며 “국방부는 올해 들어 돌아가신 세 분의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과 관련해서도 쉬쉬했다”고 설명했다.

물망초재단에 전화를 건 지 모 주무관이 소속된 군비통제과는 남북 및 국제 군비(軍備) 통제의 기본 정책을 수립하고 군축(軍縮) 업무 및 전략물자 내지 기술의 수출 통제 관련 업무를 맡는 국방부 내 부서다. 부서 업무의 주요 내용으로 볼 때 군비통제과가 탈북 국군포로 관련 업무까지 맡게 된 것은 국방부 내 부서 간 권력관계의 영향이 미친 결과로 보인다.

이와 관련해서도 박 이사장은 “탈북 국군포로 관련 업무는 국가보훈처 소관이 돼야 할 텐데 국방부가 이 업무를 쥐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고 코멘트했다.

그러면서 박 이사장은 “이산가족들도 북한에 있는 가족들의 생사 소식을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데, 북한에 남아 있는 탈북 국군포로 어르신들의 가족들도 마찬가지일 것 아니냐”며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알려야 북에 남은 가족들이 제사라도 지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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