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의 측근 사망사건이 여권내 권력지도 균열을 가속화시키는 중대변수로 부상하고 있다. 이 대표의 선거운동을 도와온 측근이 지난 3일 서울중앙지검에서 옵티머스펀드 관련 비리 혐의로 수사를 받던 중 사망한 채로 발견됐고, 윤성열 검찰총장은 4일 즉각 수사를 지시했다.

추미애 법무장관의 최측근으로 분류돼온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은 진퇴양난의 곤경에 처했다. 자신이 이끌던 차장검사들에 의해 ‘사퇴권고’를 받는 시점에서 사망사건이 발생함으로써 법적 도의적 책임을 한 몸에 끌어안게 됐기 때문이다. 추 장관도 주 공격수인 이성윤 지검장을 보호하기 어려워졌다.

문 대통령 선택의 폭 좁아져, 윤석열 징계 강행시 이낙연 방어작전 논란 불가피

이에 문재인 대통령의 선택의 폭이 좁아졌다. 추 장관이 윤 총장 징계를 밀어붙이면 이낙연 대표를 방어하는 결과를 초래하게 된다. 추 장관은 흔들리고, 윤 총장의 직무수행 정당성은 강화된다. 윤 총장을 흔들면, 여권 차기 대선후보 1순위인 이 대표 관련 사건에 대한 검찰 수사가 동력을 상실할 수밖에 없다.

공교롭게도 ‘추-윤 갈등’이 정점으로 치닫는 시국에 터져나온 이 대표 측근 사망사건은 여권내 강경파와 온건파간의 권력지도 변화를 촉발시키는 중대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옵티머스 연루 의혹으로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를 받던 이낙연 대표 측근인 이 모 부실장이 숨진 채 발견된 것은 지난 3일 밤이다. 윤 총장은 전광석화처럼 움직였다. 다음 날인 4일 오전 “이낙연 측근 사망 진상을 조사하라”고 지시했다.

이날 경찰에 따르면 이 부실장은 전날 밤 9시15분쯤 서울중앙지검 인근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경찰은 극단적 선택에 무게를 두고 감식을 통해 정확한 사인을 확인 중이다.

이 부실장은 옵티머스 관련 업체가 지난 2월에서 5월까지 이낙연 대표의 당시 종로 선거사무실에 복합기 임대료 월 11만5000원 가량을 지원했다는 의혹으로 지난 2일 검찰 조사를 받았다. 이후 저녁 식사를 하겠다며 검찰을 나서 숨진 채 발견됐다.

검찰은 복합기 임대료 대납 의혹과 별도로 옵티머스 로비스트로부터 '김재현 옵티머스 대표의 지시를 받아 이 대표의 서울 사무실에 소파 등 1000만 원 상당의 가구와 집기를 제공했다'는 진술도 확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권 관련 인사 검찰 수사중 사망사건 많아 의혹 커져

여권 관련 인사가 검찰 수사를 받다가 극단적 선택을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해 12월에는 2018년 6·13 지방선거에서 김기현 당시 울산시장 수사를 경찰에 하명했다는 의혹을 받는 전 청와대 행정관이 숨진 채 발견됐다.

전 행정관 A씨는 백원우 민주연구원 부원장이 청와대 민정비서관으로 있을 당시 밑에서 일했다. 참고인 신분으로 서울중앙지검에 출석해 관련 의혹을 받기로 한 당일 극단적 선택을 했다. 현장에는 "가족에게 미안하다"는 내용의 메모가 발견됐다.

올해 6월에는 회계 비리 의혹을 받는 정의기억연대의 마포 쉼터 관리 소장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당시 길원옥 할머니 가족은 쉼터 소장 손모씨가 후원금 수천만원을 통장에서 빼냈다는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검찰은 마포 쉼터에 대한 압수수색을 했지만, 손씨를 조사하거나 출석을 요구하지는 않은 상태였다. 사망 전에는 윤미향 더불어민주당 의원과 통화한 기록이 확인돼 의문이 일기도 했다.

이처럼 검찰 수사를 받던 여권 인사들의 극단적 선택이 연이어지고 있는 만큼 이러한 죽음의 배경에 관심이 쏠린다. 이 부실장의 죽음을 보도한 기사에 “벌써 몇 명째냐” 혹은 “자살당했다” 라거나 “얼마나 숨길게 많으면 이렇게 하는지, 정말 무섭다”라는 댓글이 줄을 이었다.

검찰은 이 부실장에 대한 수사를 바탕으로 이 대표의 연루 가능성을 살피려 했지만, 더는 진행이 어려울 전망이다. 이 부실장의 극단적 선택으로 이번 사건은 공소권 없음 처분이 내려지기 때문이다. 하지만 대권 가도를 향해 달려가는 이낙연 대표의 정치적인 위상에 큰 충격파가 가해질 가능성은 높다. 거취문제로까지 이어질 개연성도 배제할 수 없는 실정이다.

중앙지검은 조사받던 이 대표 측근의 ‘실종’도 파악 못해, 주검으로 발견돼

이 대표의 최측근인 대표실 부실장의 죽음이라는 사실 자체도 충격적이지만, 조사를 받던 부실장이 사라진 사실조차도 중앙지검에서는 모르고 있었다는 점이 더 큰 문제점으로 지적되고 있다. 추미애 장관이 밀어붙인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징계가 ‘검찰의 붕괴로까지 이어지는게 아닌가’ 라는 분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전국 최대 규모의 검찰청인 서울중앙지검이 리더십 붕괴로 인해 사실상 업무 마비 사태에 빠진 것으로 관측된다. 이성윤 서울중앙지검장의 사퇴 요구가 연일 이어지는 와중에 이낙연 대표 측근의 실종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검찰 내에서는 여당 당대표와 관련된 사건이 만 하루 이상 방치된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서울 중앙지검의 내홍이 심각한 상태에 이르렀다고 지적한다.

검찰 관계자에 따르면 지난 2일 오후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은 이성윤 지검장을 찾아가 "지금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고 설득한 것으로 파악됐다. 앞서 지난 1일쯤 서울중앙지검 김욱준 1차장검사, 최성필 2차장검사, 구자현 3차장검사, 형진휘 4차장검사와 박세현 중앙지검 공보관은 이 지검장을 찾아가 윤 총장 직무 정지 및 징계 청구에 관한 중앙지검 구성원들의 의견을 전달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 지검장의 핵심 보좌 역할을 한 김욱준 1차장검사는 따로 이 지검장을 찾아가 사표를 제출하며 중앙지검 내 1∼4차장이 모두 이 지검장과 함께 사의를 밝혀야 한다며 이 지검장을 설득했다고 전해진다. 하지만 이 지검장이 “나는 할 일이 많다. (당신) 사표는 수리하겠다”며 거절했다는 얘기가 검찰 내부에서 돌고 있는 상황이다.

중앙지검 차장검사 4명, 윤 총장 직무정지 문제점 지적하며 이성윤 사퇴 건의

이 지검장은 심지어 "조금만 더 생각해보겠다"며 다음날인 2일 오전 반차를 내고 출근조차 하지 않았다. 2일 오후 차장검사들이 사표를 제출해야 한다고 재차 요구하자 이 지검장은 "버텨달라는 분들이 많다"며 물러나지 않겠다는 뜻을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이 지검장의 이같은 태도에 김욱준 차장검사는 대외적으로 자신의 사의 표명 의사를 알리고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존재 가치를 위협하는 조치들을 즉각 중단해 달라"는 메시지까지 냈다. 서울중앙지검 검사들 사이에선 이 지검장의 무책임한 태도에 대한 실망감을 표출한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서울중앙지검 차장검사들이 이 지검장에게 일제히 사퇴를 요구한 것은 이 지검장이 무리하게 윤 총장 관련 사건의 수사를 압박하며 위법 소지를 불러일으킨 것에 대해 책임을 질 필요가 있다는 판단 때문으로 풀이된다. 서울중앙지검은 윤 총장 장모 최모씨의 요양병원 불법수급 사건을 비롯해 '검언유착' 의혹 사건 등을 밀어붙이면서 무리한 수사를 강행했다는 논란을 빚었다.

이처럼 이 지검장이 차장검사들의 사퇴 요구에 버티기로 힘겨루기를 하던 중, 소환조사를 받던 이낙연 대표 측근인 부실장이 숨진 채 발견되는 사건까지 발생한 것이다. 조사를 받다가 저녁식사를 하고 다시 오겠다던 부실장이 사라져 만 하루 이상 소재가 확인되지 않았는데도 서울중앙지검은 실종자 수색은커녕 이를 윤 총장을 비롯해 대검에 보고조차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 관계자는 "여당 당대표와 관련있는 사건 관계자가 조사를 받다가 사라졌으면 당장 대대적인 실종자 수색에 나섰어야 한다"라며 "이 지검장이 조직 내에서 신망을 잃고 조직을 내홍에 빠지게 만들다 보니 이런 일까지 생긴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성윤 지검장은 측근들의 사퇴 압박과 더불어 이낙연 대표 측근의 실종에 대한 책임까지 져야 하는 사면초가의 상황에 빠졌다.

박지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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