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일부가 3일 공개한 '2021년 통일부 예산·기금 주요내용' 살펴보니
'납북피해자문제 및 인도적 송환업무 지원' 항목 예산 3억8000만원 삭감돼
통일부, "서해 軍부대 내에 북송 희망 탈북자 임시 대기 시설 만들었다"고 설명
이영환 전환기워킹그룹 대표 "감시의 사각 지대에서 강제 북송 결정 가능성도"

통일부가 배포한 2021년도 통일부 예산 주요 내용 가운데 ‘탈북자 송환 시설’ 완공 내용이 포함돼 논란이 예상된다. 통일부는 ‘인도적 업무’라고 하고는 있지만 문제의 시설이 군부대 내에 설치된 만큼 해당 시설을 거쳐간 탈북자들의 북한 송환이 탈북자 본인들의 의사에 따라 이뤄진 것인지 검증할 방법이 없다는 지적이다.

통일부는 3일 ‘2021년 통일부 예산·기금 주요내용’을 통해 내년 통일부 예산과 관련한 주요 내용을 공개했다. 내년도 통일부 예산 총액은 1조4749억원으로 ▲일반회계 2294억원 ▲남북협력기금 1조2456억원 등으로 구성됐다.

금년과 비교해 내년 통일부 예산에서는 북한이탈주민(탈북민) 관련 예산이 가장 큰 폭으로 삭감된 사실이 확인됐다.

주목할 만한 부분은 ‘납북피해자문제 해결 및 인도적 송환업무 지원’ 예산이 3억8000만원 감액됐다는 것이다. 동일 항목 전년도 예산 8억4000만원 대비 45.2%가 삭감된 것. 이와 관련해 통일부는 ‘인도적 송환’ 관련 임시 수용시설이 거의 완공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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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통일부 예산·기금 주요내용’의 주요 내용.(출처=통일부)

해당 시설과 관련해 어느 통일부 관계자는 “서해 지역에서 선박을 타고 남하한 북한 주민들 중 북측으로 돌아가기를 희망하는 이에 대해서는 조사 후 판문점 인계 전까지 임시로 대기시키기 위해 만든 것”이라며 서해에 위치한 모(某) 군부대 내에 설치돼 이달 말이면 완공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를 두고 일각에서는 통일부가 지난해 11월 논란이 된 ‘오징어잡이배 선상 살인 사건’ 관련 탈북민 청년 2명을 북한으로 강제 송환한 사건을 의식해 ‘탈북민 대북(對北) 송환 시설’의 존재를 예산 관련 자료를 통해 어물쩍 공개한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이와 관련해 이영환 전환기정의워킹그룹(TJWG) 대표는 “통일부가 예산안 자료에 완공 내역을 포함시켜 어물쩍 넘어가려 한 것 같다”며 “’인도적 송환 시설’이라는 용어를 썼는데, 해당 시설이 감시의 사각(死角) 지대인 군부대 내에 위치한 만큼 ‘북송’ 결정이 탈북민 본인의 의사와 관계없이 자의적으로 이뤄질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즉, ‘인도적 시설’이라는 허울을 쓰고 실질적으로는 ‘구금시설’(detention facility)의 기능을 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이어서 이 대표는 “예산 항목명을 납북피해자문제 해결 및 인도적 송환업무 지원이라고는 했지만, 구체적 사업 내용을 확인해 봐야 할 것”이라며 실제 예산 편성이 납북 피해자 문제 관련보다는 탈북민 북송 사업 쪽에 치중돼 있을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통일부는 ‘해당 시설의 예산 주체는 통일부가 맞는다’고 밝혔는데, 이 말은 예산 주체는 통일부이지만 관리·운영 주체는 따로 있다는 의미로 해석이 가능하다”며 “인권 주무 부처인 법무부와 국가인권위원회가 나서서 해당 시설을 감시하는 한편 해당 시설과 관련된 사업 내용을 재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표는 이 사실을 유엔(UN)에 보고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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