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앞에서 1인 시위를 이어가고 있는 국민의힘 초선의원들. [사진=허은아 의원 페이스북] 

문재인 대통령을 보좌하는 정부기구인 대통령 비서실이 오작동을 하고 있다.

최재성 대통령비서실 정무수석이 벌인 해프닝은 단적인 사례로 꼽히고 있다. 시종일관 코로나19 타령을 하면서 정무수석의 직분인 ‘야당과의 소통’을 내팽개치고 있다. 야당인 국민의힘 초선 의원 10명이 자신들이 파악한 국정 난맥상을 전달하고 대화를 하기 위해서 찾아왔으나 얼굴도 비치지 않았다.

정무수석이라면 당연히 야당의원들을 만나 대화하고 설득해야 했다는 지적이다. 국민의힘 관계자는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정치를 보좌하는 중요한 자리”라면서 “야당의원과의 소통을 통해 대통령의 국정에 협력하게끔 하는 역할을 감당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무수석이 코로나 핑계로 야당의원 문전박대, 지역구 표심은 열공

놀라운 것은 코로나를 핑계로 야당의원을 외면했던 최 수석이 지난 4.15총선에서 낙선했던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과는 축구시합을 가지면서 친목을 다졌다는 사실이다. 조기축구 회원 수가 야당의원 10명보다 훨씬 많았을 것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최 수석은 문 대통령이 아끼고 신임하는 인물이다. 낙선 직후인 지난 8월 정무수석에 기용됐다. 정무수석의 최대 임무는 원활한 여야관계 구축을 위한 윤활유 역할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지만, 사람이 자리의 비중을 다르게도 한다. 과거 정권의 역대 정무수석은 인물의 크기에 따라 역할과 위상도 달랐다.

최 수석의 경우 여야의 정치적 갈등이 극심한 상황에서 제발로 찾아온 야당의원들을 문전박대했다. 최 수석이 외면한 것은 국민의 힘 의원들이 아니라 문 대통령이 부여한 정무수석이라는 직분이라는 비판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대통령 비서실이 제 역할을 찾지 못한 채 대혼돈에 빠져 있는 것이다.

4.15총선 낙선 후 정무수석에 기용된 최재성, 문 대통령 ‘보은’은 커녕 ‘외면’

사건의 전말은 이렇다.

국민의힘 초선인 김은혜 의원, 정희용 의원 등 현역 의원 10명은 지난 달 27일 청와대로 갔다. 문 대통령을 만나 검찰총장 직무정지 사유,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 문제, 청와대의 울산시장 선거 개입 의혹에 대해 질의서를 전달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청와대에 들어가지 못했다.

청와대 방문에 참여했던 초선 의원실 관계자는 3일 전화 통화에서 “애초 청와대와의 일정을 조율하지 않아 바로 정무수석을 만나지 못했다”면서 “게다가 코로나 방역 지침에 따라 10명 이하의 모임 자제를 지키지 않고 10인이 한꺼번에 연풍문으로 몰려가는 바람에 정무수석에게 빌미를 주었다”라고 말했다. 그렇다고 해도 최 수석의 대응은 상식 이하라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최재성 수석은 당초 “오후 1시 30분에 나오겠다”고 했으나 해가 질 무렵에 행정관 한 명을 내보내 질의서를 수령해갔다.

최 수석이 얼굴을 보이지 않은 이유는 ‘코로나19 방역’이었다. 하지만 최 수석은 이틀 뒤인 지난 달 29일에 서울 송파구을 지역구 조기축구 모임에 참석해 경기를 뛰었다. 이 사실이 보도되자 야당은 들끓었다.

국민의힘 허은아 의원은 페이스북에서 “대통령을 측근에서 모셔야 하기 때문에 불특정 다수와 접촉할 수 없다면서 제1야당 의원을 코로나 바이러스로 취급한 최 수석이 자신이 낙선한 지역구 조기축구 모임에서 참석해 경기까지 뛰었다”면서 “대통령은 비겁했고, 참모진은 비열했다”라고 맹공을 퍼부었다.

야당 초선 의원들,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무수석’을 경험 중

국민의 힘 초선 의원들은 최 수석과의 면담을 재시도했다. 지난달 30일 오전에 최 수석을 방문했으나 만나지 못했다.

대신에 최 수석은 이날 입장문을 통해 조구축구회 참석에 대해서만 사과했다. 그는 "소홀함이 있었다. 죄송하다"며 "정부 기준보다 더 강력한 방역수칙을 자체적으로 만들고 준수하는 분들을 격려하는 자리였지만 더 신중해야 했다. 앞으로 공직자로서 더 신중하게 판단하고 처신하겠다"고 밝혔다. ‘야당의원들과의 소통’을 내팽개친 것에 대한 해명이나 사과는 찾아볼 수 없었다. 시종일관 코로나 탓이었다.

이날 오후가 되서야 일부 초선 의원들이 최 수석과 10여분 정도 면담할 수 있었다. 하지만 최 수석은 “대통령에게 전달하지는 못했다. 다 쟁점사안이어서 국회에서 질의하거나 여‧야‧정 대표 회동에서 얘기할 문제”라고 답변했다.

정무수석이 야당의원들과 정치쟁점에 대해서 논의하고 실타래를 풀어나가기 위해 노력할 필요가 없다는 게 핵심인 셈이다. 정치를 제대로 해보겠다고 나선 야당 초선 의원들이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정무수석’을 경험하고 있는 셈이다.

박지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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