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된 5개 자문기관장, 이번 정권이 임명한 좌파성향
설치장소 주변 주민 동의까지 요구

4.2m 크기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서울=연합뉴스)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 제작해 경기도 고양에 보관 중인 높이 4.2m 크기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4.2m 크기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서울=연합뉴스) '이승만·트루먼·박정희 동상건립추진모임'이 제작해 경기도 고양에 보관 중인 높이 4.2m 크기의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

서울 마포구 상암동 박정희대통령기념도서관에 세워지려는 박정희 전 대통령 동상(銅像)이 서울시(시장 박원순)의 까다로운 새 심의 기준에 걸려 건립이 늦어지고 있다.

박정희기념재단(이사장 좌승희)이 추진하는 박 전 대통령 동상은 지난해 11월 건립 절차가 시작했지만, 도서관 부지는 시유지에 속하기 때문에 시 심의를 거쳐야 동상 설립이 가능하다.

28일 조선일보 보도에 따르면 서울시는 최근 재단 측에 “역사 자문기관 3곳 이상에서 인물 평가와 고증을 받아오라”고 했다. 지난달 신설된 ‘근현대 역사 인물 동상 건립 기준’에 따른 것이다. 또 동상이 설치될 곳 인근의 상인과 주민의 동의를 받고 시민 의견도 제출하라고 했다.

시가 정한 자문 기관은 한국근현대사학회·동북아역사재단·한국학중앙연구원·독립기념관·국사편찬의원회 등 5곳이다.

시는 이 중 최소 2곳에 자문을 하고, 원하는 기관 1곳에 추가로 자문을 해 제출하라고 했다. 조선일보 측에 익명을 요구한 한 사립대 사학과 교수는 “시가 지정한 5곳은 현 정부가 들어선 뒤 새로 수장(首長)을 임명했거나 박 전 대통령이 주도한 산업화보다 이후의 민주화를 높게 평가하는 기관들”이라며 “그 같은 곳에서 자문을 해 오라는 것은 동상 건립을 막으려는 노림수로 보인다”고 했다.

특히 독립기념관의 이준식 관장은 좌파 기관인 민족문제연구소 출신으로, 지난해 박정희 대통령 동상 건립에 공개적으로 반대 목소리를 냈다.

시는 앞서 동상 건립 심의를 두 번이나 반려했다. 마포구청은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이 신청한 ‘박 전 대통령 동상 건립에 대한 신고서’를 지난 1월 19일, 이달 5일과 14일 세 번 시에 접수했다. 첫 심의 회의는 접수 두 달 만인 이달 중순에 열렸다. 시 위원회는 “문서에 마포구 주관 부서의 의견이 없다”는 이유로 접수를 반려했다. 그러나 시 조례에 따르면 주관 부서의 의견이 없어도 심의에 올릴 수 있다. 세 번째 접수 후에야 열린 심의위원회는 “새로 마련한 기준을 충족시켜 오면 다음 달에 다시 심의하겠다”며 결정을 미뤘다.

좌승희 박정희대통령기념재단 이사장은 “절차를 거칠수록 요구하는 게 많아져서 감당하기 벅차다”고 전했다.

한편 새로운 시의 기준에 따라 최근 동학농민운동 지도자인 전봉준의 동상은 조건부 건립 허가를 받았다. 전봉준 동상은 박 전 대통령 동상과 비슷한 시기인 1월에 심의 신청해 2개월 만에 통과됐다.

조준경 기자 calebca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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