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임 법무차관 사표 이틀 만에 文이 황급히 내세운 후임은 “원전비리 사건 변호인”
‘尹 징계 의지’ 해석, 秋 사석작전 가능성...文, 징계 제청 ‘재가’시 정치적·법적 책임 발생
野, “秋 직권남용 묵시적 공모” 배후로 文 정조준...박근혜 대통령 ‘묵시적 청탁’ 법리 주목

문재인 대통령이 2일 내정한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이 원전비리 의혹으로 현재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부 장관의 초기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윤석열 검찰총장이 수사를 최종 지휘하는 사건에서 핵심 피의자인 백 전 장관의 변호인이 윤 총장의 징계위원으로 참여하게 돼 정치권에 큰 파장이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야권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취한 일련의 조치들에 대해 위법·부당성을 집중 부각하는 한편 추 장관 ‘직권남용’의 배후자로 문 대통령을 지목했다. 국민의힘은 2일 “사태를 침묵으로 일관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무부 장관의 직권남용을 묵시적으로 공모한 책임이 있다”면서 대통령을 직접 겨냥했다.

이는 대법원이 작년 박근혜 전 대통령 재판에서 뇌물죄로 인용한 ‘묵시적 청탁’ 법리를 빗댄 표현이다. 문 대통령도 추 장관의 전횡에 묵시적으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한 공범이라는 주장이다.

文, 전임 법무차관 사표 이틀 만에 황급히 후임 내세워

문 대통령은 이날 이용구(사법연수원 23기·56) 전 법무부 법무실장을 신임 법무차관으로 내정했다. 전날 전임 고기영 법무부 차관이 사퇴한지 이틀 만에 내린 신속한 결정이었다. 대통령이 사실상 전면에 나선 것으로 여겨질 수 있는 대목이다.

고기영 전 차관은 추미애 장관에게 윤 총장 징계 절차와 해임의 부적절함 등 반대 의견을 표시하다 징계 위원회를 이틀 앞둔 지난달 30일 끝내 사의를 표명한 것으로 전해진다. 당초 이날 예정된 징계위원회는 위원장을 맡아야 할 고 전 차관의 전격 사퇴로 인해 오는 4일로 미뤄졌다.

이 차관은 4일 징계위원회에 참석하지만 문 대통령의 뜻에 따라 징계위원장 직무대리가 아닌 위원으로 관여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이 나서서 징계를 강행하려고 한다는 비판과 징계위원장을 직접 앉 히는 모양새를 피하려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용구 신임 법무부 차관은 누구? “원전비리 사건 변호인”

이용구 신임 차관은 판사 출신으로 과거 진보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핵심 회원으로 활동했다. 과거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심판 국회 측 대리인을 맡았었고 지난 대선 때는 문재인 후보 선거대책위원회 에서 법률자문으로 활동하는 등 명실상부 ‘문재인 사람’으로 전해진다.

그는 특히 현재 대전지검에서 월성 원전 1호기 중단 의혹 수사를 받고 있는 백운규 전 산업통상자원부 장 관의 수사단계 변호를 맡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사건 핵심 피의자의 변호인을 수사 책임자 징계위원으로 참여시켜 큰 논란이 예상된다.

이밖에도 이 신임 차관이 ‘강남 2주택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이번 인사를 두고 “다주택자 배제한다는 인사원칙도 무시할 정도로 서둘렀다”는 지적도 나왔다. 이 차관은 서울 서초구 서초동 서초래미안아파트 와 배우자 명의의 강남구 도곡동 삼익아파트 등 시가 41억원 상당의 아파트 2채를 보유하고 있다.

‘尹 징계 의지’ 해석, 秋 사석작전 가능성...文 징계 제청 ‘재가’시 정치적·법적 책임 발생

이처럼 신속히 후임 차관을 임명한 것은 윤 총장에 대한 징계 절차를 예정대로 강행하겠다는 문 대통령의 강한 의지로 풀이된다. 이 가운데 추미애 장관에 대한 국민적 비판 여론이 비등해 여권의 기존 구상에도 차질이 빚어짐에 따라 여권이 추 장관을 사석(버림돌)으로 활용할 것이라는 관측이 등장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하더라도 윤 총장 해임에 따르는 책임을 추 장관이 모두 떠안는 것은 아니다. 1일 법원과 법무부 감찰위원회가 추 장관의 직무정지 조치 및 징계청구의 위법성을 사실상 인정하면서 장관의 직권 남용 혐의도 더욱 짙어지고 있다. 추 장관이 내린 징계 처분의 위법·부당성 논란을 알면서도 재가하게 될 경우 문 대통령에게도 즉시 최종 책임자로서 정치적·법적 책임이 지워진다.

검사징계법에 따르면 징계위원회는 심의를 마친 뒤 출석위원 과반수의 찬성으로 징계를 의결하고 여기에 서 해임과 면직, 정직 등 감봉 이상의 징계가 결정되면 법무부 장관의 제청으로 대통령이 ‘집행’을 하게 된다.

野, “秋 직권남용 묵시적 공모” 배후로 文 정조준

국민의힘은 2일 “문재인 대통령은 징계위원회를 중단하고 추미애 법무부 장관을 즉각 파면하라”면서 문 대통령을 향해 파상공세를 이어갔다. 윤 총장 해임 가능성과 관련해 “직무배제가 부당한데 해임이 정당할 수 없다”면서 “이는 독재정권의 즉결 처형과 다름 없다”고 날을 세웠다.

양금희, 전주혜 의원 등 국민의힘 초선 의원 전원은 이날 오전 국회 소통관을 찾아서 기자회견을 열고 이 러한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특히 “사태를 침묵으로 일관한 문재인 대통령에게 법무부 장관의 직권남용을 묵시적으로 공모한 책임이 있다”고 강조했다.

박근혜 대통령에 적용된 ‘묵시적 청탁’ 법리 주목

‘秋·尹 사태’가 파국으로 치닫고 있는 동안에도 문재인 대통령의 침묵이 길어지면서 ‘묵시적 청탁’이라고 알려진, 박근혜 대통령에게 적용된 뇌물죄 법리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지난 2019년 9월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본인의 경영권 승계작업에 도움을 받 기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에게 ‘묵시적 부정한 청탁’을 했다고 인정했다. 이는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된 말 3마리 가격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 지원금을 다시 뇌물로 인정한 것이다.

다수의견은 부정한 청탁은 구체적일 필요가 없고, 대가관계를 인정할 수 있을 정도로 특정되면 충분하다 고 판단했다. 또한 명시적이지 않아도 묵시적으로 가능하다고 판단했다.

이에 문 대통령도 추미애 장관에 묵시적으로 동의의 의사표시를 한 공범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야권은 추 장관이 행한 조치들의 정치적 파급력을 고려하면 단독 결정이 불가능한 일들이기 때문에 어떤 식으로든 문 대통령의 의중이 전해진 것이라고 추측하고 있다.

이세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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