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미애 법무부 장관과 윤석열 검찰총장 간의 정면충돌 사태를 둘러싸고 여권내 차기대권지도에 이상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여권 내 차기대선후보 ‘빅2’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 지사가 아닌 제3의 인물이 부상했다. 정세균 국무총리가 바로 그다.

추 장관의 공세에 힘을 실어주는 입장을 취해 오던 이낙연 대표는 추 장관의 윤 총장 직무정지 조치에도 힘을 보탰다. “윤 총장은 당장 사퇴해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일관된 메시지였다. 이 같은 태도는 그 동안 문재인 대통령과 친문 핵심의 기류와 부합하는 것으로 해석됐다. 이재명 경기도 지사는 ‘침묵 모드’를 선택했다.

그런데 변화가 생겼다. 지난 달 30일 문재인 대통령과의 주례회동에서 정 총리가 ‘윤 총장의 자진 사퇴를 전제로 한 윤-추 동반 사퇴’를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낙연은 ‘윤총장 사퇴’ 외치고 정세균은 ‘동반사퇴’ 건의, 달님 뜻은 어디에?

여권의 한 관계자는 “평소 신중한 언행으로 소문난 정 총리가 대통령의 의중을 거스르면서 ‘동반사퇴’를 건의하지 않았을 것”이라면서 “사전 교감을 통한 수순일 가능성이 높다”고 전했다.

사실 이 대표가 ‘윤 총장 사퇴’를 외치는 상황에서 정 총리가 ‘동반사퇴’를 건의한 것은 누가 봐도 정 총리가 빛나는 그림이다. 이 대표는 머쓱해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이 대표와 이 지사로 압축된 여권내 양강구도를 둘러싸고 최근 친문 중심으로 ‘제3후보론’이 흘러나오던 상황이다. 정 총리, 대통령비서실장을 지낸 임종석 대통령비서실 외교안보특별보좌관, 더불어민주당 이광재 의원 등이 당사자이다.

‘추-윤 갈등’이라는 정치적 갈등의 마무리 국면에서 정 총리에게 ‘해결사’ 역할이 부여된 것은 친문 핵심의 의중과 무관치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유력하다.

친문 핵심으로 꼽히는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의원(전 원내대표)이 바로 뒤이어 정 총리와 비슷한 발언을 한 것도 예사롭지 않다. 홍 의원은 지난 1일 한국일보와의 인터뷰에서 ‘추 장관의 강경 행보가 정권에 부담이 된다는 평이 많다’는 지적에 “검찰개혁이 다음 단계로 나가는 것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이 아닌) 다른 사람이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홍 의원은 “검찰의 저항을 뚫고 검찰개혁을 할 사람은 추 장관”이라면서도 “다만 추 장관이 영원히 장관을 하는 것도 아니고, 공수처가 출범하고 지금 검찰 상황이 진정되면 추 장관으로선 모든 검찰 개혁을 완수했다고 본다”고 했다. 다만 “(추 장관에게) 귀책 사유가 있어서 물러나는 게 아니다”라는 표현으로, 그간 추 장관의 역할에 대해서는 문제가 없었음을 시사했다.

윤 총장이 물러난 뒤 추 장관이 검찰개혁을 주도한다는 문대통령과 친문계의 ‘큰 그림’에 변화가 생긴 것이다. 이 변화에서 이낙연 대표는 ‘소외’된 듯한 분위기이고, 이 지사는 여전히 거리두기를 하고 있다.

정 총리 ‘해결사’ 역할로 주목받지만 지지율은 ‘찻잔 속 태풍’

정 총리의 해결사 역할은 일과성이 아니다. 정 총리는 지난 1일 국무회의 직전 추 장관에게 독대를 요청했다. 10분 정도로 시간은 길지 않았으나, 동반 사퇴문제가 테이블에 올랐을 가능성이 점쳐진다. 전날 주례회동에서 전해들은 문 대통령의 입장을 전달하는 메신저 역할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국무회의 직후 문 대통령은 추 장관을 청와대에서 만나 30분간 현안 보고를 받았다. 이 자리에서 문 대통령은 추 장관과 윤 총장의 거취 등에 대해서 폭넓게 논의했을 가능성이 높다. 정 총리가 건의한 ‘동반사퇴’ 문제가 논의됐을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법무부는 ‘동반 사퇴 얘기는 없었다’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이 같은 해명은 추 장관의 ‘동반사퇴 거부’ 의사 표명으로 해석된다. 추 장관의 버티기가 길어질수록 정 총리의 역할은 중요해지는 구도이다.

물론 정 총리의 지지율은 이 대표나 이 지사에 비하면 대단히 취약한 수준이다. 문 대통령이 힘을 실어줘도 여론이 따라오지 않으면 ‘찻잔 속 태풍’에 불과하다.

여론조사 업체 알앤써치가 데일리안 의뢰로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1일까지 전국 18세 이상 남녀 1011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차기 정치 지도자로 적합한 인물’에 대해 윤 총장이 24.5%, 이 대표는 22.5%, 이 지사 19.1% 등의 응답률이 나왔다. 윤 총장이 처음으로 1위에 등극한 것 말고는 큰 변화가 없다.

정 총리는 2.0%의 지지율을 얻었다. 이광재 의원이나 임종석 특보는 아직 순위에도 없다.

박지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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