大法, 항소심 판결에 불복하고 항소한 시사만화가 윤서인 씨와 검찰 측의 상고 모두 기각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 집회 참여했다가 경찰의 살수차 진압 과정에서 부상해 숨진
백 모 씨의 유가족 관련 만평 그려 게재한 윤 씨에게 '벌금 700만원' 선고한 원심 판결 확정돼

시사만화가 윤서인 씨.(사진=연합뉴스)
시사만화가 윤서인 씨.(사진=연합뉴스)

지난 2016년 사망한 백 모 씨의 유족과 관련한 만평(漫評)을 게재해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위반 혐의(명예훼손)로 기소된 시사만화가 윤서인 씨에게 대법원이 ‘유죄’를 확정했다.

대법원은 26일 윤서인 씨와 검찰 측의 상고를 모두 기각했다고 밝혔다.

이에 앞서 지난 2018년 10월26일 1심 사건을 심리한 서울중앙지방법원 최미복 판사(형사16단독)는 윤 씨의 ‘사실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를 인정해 7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했다.

윤 씨는 지난 2015년 11월 ‘민중총궐기’(제1차) 집회에 참가한 백 모 씨가 경찰의 살수차 진압 과정에서 부상(負傷)해 병원에서 숨진 사건과 관련해 백 씨가 병원에서 사경(死境)을 헤매는 사이 정작 백 씨의 유족은 인도네시아 발리로 휴가를 갔다는 내용의 만평을 그려 모(某) 인터넷 매체에 게재했다.

이에 백 씨 유족 측은 윤 씨를 형사 고소했고, 검찰은 윤 씨를 ‘허위사실 적시에 의한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했다.

윤 씨는 ‘비방의 목적’이 없었기 때문에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무죄를 주장했다.

하지만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항소4-2부(반정모 부장판사)는 “피해자가 공인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고, 피해자를 특정 시기에 한정해 공적 인물로 본다고 해도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정치인과 동일한 수준의 도덕성과 책임감이 요구될 수 없다”며 “당시 공적 관심 사안은 경찰의 직사 살수행위를 위법한 공권력 행사로 볼 수 있는지, 망인(亡人)의 생명권과 집회의 자유 침해 여부였다”고 판단, 윤 씨가 만평을 그리고 게재한 데에는 ‘비방의 목적’이 있었다고 판시했다.

정보통신망법상 명예훼손죄가 성립되기 위해서는 ‘비방의 목적’이 인정돼야 한다. 사실 또는 허위사실을 적시해 특정인의 명예가 훼손됐다고 하더라도 가해자에게 ‘비방의 목적’이 없었음이 인정된다면 위법성이 없어 처벌될 수 없다. 또 ‘비방의 목적’과 ‘공공의 이익’ 간에는 상충관계가 있다는 것이 한국 사법부의 일관된 판단이기 때문에 적시한 사실 또는 허위사실의 공익성이 인정될 경우에도 ‘비방의 목적’은 부인된다.

1심 판결에 불복한 윤 씨와 검찰 측은 모두 항소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윤 씨와 검찰 측의 항소를 모두 기각했고, 사건은 대법원으로 올라갔다. 하지만 대법원 역시 이날 쌍방의 상고를 모두 기각하고 윤 씨에게 ‘유죄’를 확정했다.

윤 씨는 이날 자신의 페이스북 게시물을 통해 “나의 무죄 주장은 모두 기각되고 벌금 700만원이 확정됐다”며 “내 만화 내용이 모두 사실이었다는 것을 대법원이 인증해 줘 참 마음이 아프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씨는 “불행히도 나만 이렇게 두들겨 맞고 끝나지 않을 것을 알기에 너무 슬프다”며 “표현의 자유가 깔끔하게 죽었다”고 덧붙이고 “나는 지금도 내가 죄를 지었다고 전혀 생각하지 않기에 전혀 반성하지 않는다” “시사만화가에게 ‘사실적시 명예훼손’이라는 터무니없는 죄목으로 유죄를 선고하는 나라가 반성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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