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우성향 유튜버들의 '트럼프 지지' 현상은 트럼피즘의 발로
바이든의 국제동맹 중시 '엉클샘 미국' 복귀 전략은 한국에 매우 유리
바이든, '중국 때리기' 계속 이어갈 것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

트럼프 대통령이 11월 3일 대선 결과에 불복하여 소송들을 제기하고 바이든 당선자의 정권인수 작업이 늦어지면서 한국에서는 ‘우파들의 트럼프 지지’라는 난해한 현상이 발생했다. 일단의 우성향 유튜버들은 ‘트럼프 파이팅’을 외치면서 대선 결과가 곧 뒤집힐 것이라는 가짜 뉴스들을 토해냈고, 그 과정에서 ‘트럼프는 억울한 낙선, 바이든은 부정 당선’라는 이분법적인 논지들도 대거 등장했다. 우파들의 SNS에서도 트럼프를 성원하는 격문들이 나돌았다. 하지만 필자로서는 한국의 우파들이 트럼프를 성원하는 이유들이 도무지 석연치가 않다.

한국의 우파들이 트럼프를 지지한 이유들은 다양했던 것 같다. 혹자들은 트럼프가 속한 공화당이 보수정당으로서 전통적으로 미국의 국제적 역할을 중시하고 동맹을 존중했다는 이유로, 또 다른 혹자들은 팽창주의 위협세력으로 부상한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했다는 이유로 트럼프를 성원했다. 또한 트럼프가 현란한 외교술로 김정은을 효과적으로 다루었기에 트럼프가 재집권해야 북핵을 해결하고 평양정권의 붕괴시킬 수 있다는 이유로 트럼프를 성원한 우파 지식인들도 있었고, 김대중 정부 동안 바이든이 속한 미국 민주당이 한국의 대북 포용정책에 동의했고 양국 진보정당 간의 인연이 있었다는 이유로 반대편인 트럼프에게 동지 의식을 느낀 우파 인사들도 있었다. 또한, ‘4·15 부정선거’ 규명을 위해 투쟁하는 애국세력 중에는 미국 대선의 부정이 밝혀져 승부가 뒤집히면 한국 총선의 부정을 밝히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기대하는 인사들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필자로서는 모두가 동의하기 어려운 이유들이다.

트럼프 정책은 공화당 정책아닌 트럼피즘의 발로

전통적으로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대외기조에 있어서 별반 차이가 없었다. 즉 군사적·경제적·도덕적 패권국으로서의 미국의 지위를 유지하는 일이나 민주주의 수호를 위해 동맹국과 협력하거나 군사개입을 통해 세계경찰의 역할을 수행함에 있어서는 공화당과 민주당이 크게 다르지 않았다. 때문에 트럼프가 ‘미국 우선주의(America First)’라는 구호 아래 “미국은 더 이상 세계경찰이 아니다”라고 선포한 것이나 동맹을 경시하고 미국의 국제적 위상과 도덕적 리더쉽을 추락시킨 것은 전통적인 공화당 또는 민주당 정책과는 무관한 트럼피즘(Trumpism)의 발로였다.

이에 반해, 바이든은 국제적 의무와 동맹관계를 중시하는 ‘엉클샘(Uncle Sam) 미국’으로 복귀하기를 원하며, 파리기후협약, 이란핵합의(JCPOA), 핵군비통제 조약 등 트럼프 대통령이 탈퇴했거나 파기한 국제적 장치들에 복귀함으로써 글로벌 거버넌스를 다시 수츠르고 실추된 미국의 도덕적 패권을 회복하려 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 동안 세계질서의 관리자인 미국이 “나부터 살고 보자”는 식의 신고립주의로 빠져들면서 글로벌 거버넌스가 무너지고 각자도생(Self-help) 체제로 퇴보했음을 감안한다면, 이러한 변화는 매우 바람직한 것이다. 나토(NATO), 독일, 일본 등 트럼프 대통령의 ‘후려치기’식 방위비분담금 압박에 시달려온 동맹국들도 한숨을 돌릴 수 있게 될 것이다. 이 점에 있어서는 한국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우파들이 바이든보다 트럼프를 선호한다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일이다. 단적으로 말해, 자국 이기주의를 신봉하는 트럼프와 분열된 미국 그리고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을 중시하는 바이든과 단합된 미국 중 어느 쪽이 한반도 유사시 미군을 파병할 가능성이 높은지를 따져보면 알 일이다. 공화당이어서 트럼프를 지지한다는 말은 성립되기 어렵다.

미국의 ‘중국 때리기’는 계속된다

트럼프가 재선되어야 팽창주의 위협세력인 중국을 강력하게 견제할 수 있다는 논리도 설득력이 부족하다. 바이든은 상원의원 시절인 2001년 중국을 방문하여 중국을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시켜 새로운 미·중 관계를 수립하기 위한 정지작업에 참여했다. 하지만 2020년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된 이후 대중(對中) 유화적인 태도를 보이지 않았으며, 대통령 취임 이후에도 그럴 것이다.

사실 클린턴, 부시, 오바마, 트럼프 행정부 등을 거치면서 미국의 대중(對中) 인식은 크게 악화되었고 미국의 대중 기조도 관여(engagement)에서 대결(confrontation)로 바뀌었다. 이 기간 동안 중국은 ‘공산당 일당독재 하의 자본주의’라는 중국 특유의 정치·경제 체제를 십분 활용했다. 풍부한 노동력과 값싼 인건비를 앞세우고 세계 제조업을 장악하고 무역을 확대했으며, 독재체제를 활용하여 노동자 권익, 민원, 인권요구 등을 묵살하면서 쉽게 부를 축적하여 정부나 인민해방군이 경영하는 공사들을 세우고 이 공사들은 자금력을 앞세우고 세계시장을 공략했다. 동시에 중국은 커진 경제력을 기반으로 군사력 첨단화를 가속화하면서 경제·군사·외교 강대국으로 급성장하여 급기야 미국 패권을 위협하는 현상타파 세력으로 부상했다. 당연히 미국의 대중 인식도 변해갔다. 클린턴 행정부는 ‘책임있는 국제사회 일원으로서의 중국’을 기대했지만, 오바마 행정부에 와서는 ‘책임있는 핵심 당사국(responsible stake-holder)’ 또는 ‘협력이 가능한 경쟁국(competitor but possible cooperative partner)’으로 그리고 트럼프 시대에 와서는 ‘함께 갈 수 없는 적대국’으로 인식되었다. 미국의 대중 전략은 ‘재균형 전략(Rebalancing Strategy, Pivot to Asia Stategy)’에서 인도-태평양 전략(Indo-Pacific Strategy)‘으로 강화되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하는 것은 미국 정부의 대중 인식 변화는 민주당-공화당 구분과는 무관한 전미국적인 현상으로서 미국 여론을 반영한 것이라는 사실이다. 2020년 3월 퓨리서치센터(Pew Research Center)가 실시한 여론조사에 따르면 미국인의 66%가 중국에 비호감을 가지고 있으며, 공화당 지지자의 72%와 민주당 지지자의 62%가 비호감을 표시했다. 또한 미국인 열명 중 여섯 명이 중국을 위협세력으로 보았고, 여덟 명이 위험한 질병을 퍼뜨리는 나라로 그리고 일곱 명이 테러리즘과 핵무기를 확산하는 나라로 보았다. 이런 수치들은 최근들어 모두 급격히 증가한 수치들을 나타내고 있다. 이런 여론 하에서 트럼프 행정부가 기존의 무역과 금융에서 통신장비, 안보 문제, 스파이, 코로나 백신, 홍콩 보안법 등으로 반중 전선을 넓혀 가면서 중국과의 ‘대결별(great decoupling)’을 선언하고 '쿼드안보대화(Quad Security Dialogue)'의 부활과 미국 중심 경제 블록인 ‘경제번영네트워크(EPN)’을 주창했을 때 민주당은 전폭적으로 지지했다. 요컨대 미국 국민은 공화당 또는 민주당 지지와 무관하게 중국의 도전에 대해 위협을 느끼고 있으며, 이런 여론 지형을 감안할 때 바이든 행정부 동안 민주당과 공화당이 코로나바이러스 대처, 인종차별 등 국내 문제에서 이견과 갈등을 보이겠지만, 대중 견제와 ‘중국 때리기’에 있어서는 초당적 협력을 이어갈 가능성이 크다. 실제로도 개정된 ‘2020 민주당 강령’에는 ‘미국 제조업을 약화시키는 중국에 공격적인 행동’, ‘중국에 대항하기 위한 동맹국들과의 협력’, ‘위구르 등 소수민족에 대한 잔혹 행위 규탄’ 등을 언급하고 있으며, 2016년 강령에 포함되었던 ‘하나의 중국 원칙(One China Policy)’은 삭제되고 ‘공산당’이라는 표현이 사용되었다.

트럼프의 북핵 접근법이 더욱 위험했다

트럼프 대통령의 재집권이 북핵 해결에 유리하다는 논리도 혼란스럽다. 물론 트럼프가 두 차례에 걸쳐 김정은 국무위원장과 정상회담을 개최하고 십수 차례에 걸쳐 친서를 교환하면서 ‘똑똑한 사람’ ‘현명한 사람’ 등 김정은을 치켜 세우는 표현들을 사용했다는 이유로 “북핵을 정당화해주고 가장 악랄한 인권 탄압자를 칭송했다”고 해서는 안 된다. 미국의 대통령이라면 핵외교를 펼치는 과정에서 그런 언행들을 사용할 수 있는 것이며, 트럼프 대통령이 김정은을 가지고 놀았다고 말하는 것이 틀리지 않다.

하지만 트럼프 대통령은 북핵 협상과정에서 한반도 종전선언을 너무 가볍게 다루었고, “미국을 위협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북한의 단중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를 방조했으며, 동맹국 한국의 안위보다는 김정은과의 딜을 통한 외교적 성과에 집착했다. 이는 트럼프의 자국 이기주의 기조와 맞아 떨어지는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2019년 2월 베트남에서 열린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은 한국의 우파들을 불안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당시는 트럼프가 북한 핵능력의 일부를 포기시키는 조건으로 대북제재를 완화해주고 북한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스몰딜(small deal)’에 서명할 가능성이 점쳐지고 있었는데, 그렇게 된다면 한국의 우파들에게는 북한의 핵보유를 사실상 기정사실로 인정해주는 ‘참극’이 될 판이었다. 하지만, 공화당과 민주당은 물론 한반도 전문가들은 한 목소리로 북한과의 나쁜 거래에 반대했고, 이에 굴복한 트럼프는 ‘노딜’을 선언하고 하노이를 떠났다.

여기에 비하면 바이든의 북핵 접근법은 훨씬 더 원칙적이다. 바이든은 비핵화 진전이 없는 상황에서 섣불리 김정은과 만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못박았고 지속적인 대북제재를 공약했다. 북한이 여전히 한미동맹을 무력화하고 북한을 위협할 수 있는 미국의 핵영향력을 먼저 제거해야 한다는 의미를 담은 ‘조선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로 한국 국민을 현혹하면서 내부적으로는 헌법에 핵보유국 지위를 명시하고 핵보유법(2013)까지 제정하여 핵보유 기정사실화를 노리는 상황에서, 핵문제의 본질적 해결보다는 ‘이벤트성 쇼’에 집착하는 트럼프식 접근은 한국 안보를 위태롭게 할 수 있는 것이었다. 이에 비해 바이든은 ‘동맹 중시’와 ‘원칙적 북핵 접근’을 천명하고 있다. 당연히 북한의 비핵화 여부를 덮어둔 채 ‘선순환론에 입각한 한반도 평화쇼’를 선행시키기를 원하는 문재인 정부의 입장에서는 바이든이 더욱 껄그러울 수밖에 없다. 이런 상황에서 한국의 우파들이 북핵 해결을 위해 트럼프가 재선되어야 한다는 논리를 펴는 것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4·15 부정선거’ 규명을 위해 투쟁하는 애국세력들이 미국 대선의 부정이 밝혀져서 한국 총선의 부정을 밝히는 기폭제가 되어줄 것을 바라는 심정은 충분히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미국 선거는 미국 선거이고 한국 선거는 한국 선거일 뿐이다. 때문에 부정선거 주장은 부정선거에 국한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 때문에 마치 트럼프가 한국 우파들의 동지인양 확대 주장하는 것은 논리적으로도 맞지 않고 현실적이지도 않다.

바이든 행정부 출범을 동맹복원의 기회로 삼아야

트럼프 대통령은 자국 이익만을 중시하는 상업주의적 정책기조로 미국의 세계경찰 역할에 피곤증을 느끼는 국민들에게 카타르시스를 제공하면서 그들을 정치적 우군으로 만들었고, 보호주의 산업정책으로 과거 같으면 민주당을 지지했을 러스트 벨트의 백인 노동자들을 지지세력으로 만들었다. 그런가 하면 철저하게 ‘내편’을 챙기면서 미국을 남북전쟁 이후 가장 분열된 나라로 만들었고, 탑다운(top-down)식 정책 결정, 무절제한 대국민 트윗 대화, 즉흥적 결정, 경솔한 발언, 저속한 표현 등을 쏟아냈다. 이 모두는 양당의 정책기조와는 무관한 트럼프적(Trump-specific) 현상일뿐이었다.

트럼프가 방위비분담금 인상 요구와 함께 주한미군 감축을 위협하던 2018년 미국의 공화당과 민주당은 주한미군을 2만2천 명 미만으로 감축하지 못하게 한 ‘국방수권법’을 통과시켰고, 한국과 일본을 포함한 아시아 동맹국들과의 안보협력을 촉구한 ‘아시아안심법(ARIA),’ 미국 관리들과 대만 지도자들 간의 교류를 촉구한 ‘타이완여행법’ 등을 합작했다. 2019년 2월 제2차 미북 정상회담을 앞둔 시점에 백악관에 보낸 서한을 통해 “북한의 동맹이간 술책에 놀아나지 말라”는 경고를 보낸 것도 공화당의 크루즈(Ted Cruz) 의원과 민주당의 메넨데즈(Robert Menendez) 의원의 합작품이었다. 2020년 6월 미 상원이 채택한 ‘한미동맹 강화 결의안’도 공화당의 가드너(Cory Gardner)의원과 민주당의 마키(Ed Markey) 의원의 합작품이었다. 때문에 트럼프 대통령이 한미동맹이 죽든 말든 주한미군 철수를 위협하면서 방위비분담금을 급격히 올리라고 요구한 것은 공화당 정책도 민주당 정책도 아닌 트럼프의 일탈된 동맹정책이었다.

한국은 시급한 동맹 복원을 위해서 지금부터 할 수 있는 바를 찾아서 해야 하며, 바이든 행정부의 출범은 기회가 될 수 있다. 바이든의 당선이 확실시되면서 한국의 집권당 인사들이 과거 김대중 정부 시절의 인연을 내세우면서 ‘미국 민주당 인맥찾기’에 나서는 모습을 보였지만, 문재인 정부 인사들이 내심으로는 트럼프의 재선을 원했다는 사실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문 정부는 진작부터 남북한 평화쇼에 집착하면서 전작권 조기 분리, 방위비분담금 협상의 장기화, 연방훈련 페기·축소 등을 통한 ‘동맹 약화’라는 자해(自害) 조치들을 취해왔는데, 여기에 맞장구를 친 것이 트럼프의 자국 이기주의였다. 동맹강화를 원하는 바이든은 문 정부의 이러한 자해 시도에 제동을 걸 것으로 보이며 주한미군 감축설 등도 물밑으로 가라앉을 것으로 보인다. 막연히 트럼프를 지지한 한국의 우파들에게 이런 점들을 다시 한번 생각해 볼 것을 권하고 싶다.

김태우 객원 칼럼니스트(전 통일연구원장·전 한국국방연구원 책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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