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오는 25~27일 방한해 문정인 만나는 등 광폭 행보...방일 일정과 대비 이뤄
文정권 외교안보 물밑 조율하는 문정인...평소 "한미동맹도 언젠가 해체돼야" 주장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체제 중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 단속에 나서는 듯

왕이(王毅) 중국 국무위원 겸 외교부장이 오는 25~27일 한국을 방문해 문정인 대통령 통일외교안보 특보,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등 정권 실세들과 별도 회동을 갖는다. 왕이 외교부장이 2박3일 동안 정부의 고위급 실무진 뿐 아니라 현 정권의 핵심 인사들을 두루 만나는 광폭 행보를 보이는 데 대해 여러 해석이 나온다.

24일 외교가에 따르면 왕이 부장은 조 바이든 차기 미국 행정부 출범을 앞두고 일본과 한국을 잇달아 찾을 예정으로 현재 일본을 방문 중이다. 왕이 부장은 25일 저녁 인천 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한 뒤 26일 오전 강경화 외교부 장관과 오찬을 겸한 외교장관 회담을 갖는다. 

특히 왕이 부장은 이번 방한에서 문정인 특보와 서울 모처에서 별도 회동을 갖기로 했다. 문 특보는 현 정권의 외교안보정책을 물밑에서 조율하는 '자주파 그룹', 또는 '연정(연세대 정외과)라인'의 수장으로 널리 알려졌다. 실제로 문 특보는 이론적으로나 현실적으로나 동맹관계 자체가 국제외교관계에서 운신의 폭을 좁히는 기능을 하기 때문에 한미동맹도 언젠가 해체돼야 한다는 주장을 한 바 있다. 왕이 부장과 문 특보의 공식 회동은 이번이 처음인 것으로 알려졌다.

왕이 부장은 이해찬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 박병석 국회의장 등 여당 주요 인사들과도 따로 만날 예정이다. 왕이 부장은 지난해 12월 방한 당시 이해찬 당시 당 대표와 만나 한중 관계를 더욱 밀접하게 만들기 위해 머리를 맞댄 바 있다.

왕이 부장의 이번 방한 일정은 앞서의 방일 일정과 대비된다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왕이 부장은 24~25일 일본 방문 기간 동안 모테기 도시미쓰(茂木 敏充) 외무상과 스가 요시히데(菅 義偉) 총리만을 예방했다. 일본에선 필수적 일정만을 소화한 것과 달리 한국에선 정권 실세들을 줄줄이 만나는 셈이다. 

때문에 외교가에선 왕이 부장의 이번 순방 자체가 일본보다 한국에 더 무게를 두고 있는 것이라고 이해하고 있다. 중국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의 연내 방한이 사실상 물 건너간 상황에서 한미일 3국 안보 협력체제 중 가장 '약한 고리'인 한국을 단속하기 위해 나섰다는 관점이다. 

왕이 부장이 미국 행정부 교체기의 한반도 정세와 시 주석 방한 등과 관련해 어떤 메시지를 내놓을지 관심이 모아진다.

김진기 기자 mybeatle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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