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차기 대선주자 지지도 여론조사의 빈도가 잦아지고 있는 것은 문재인 대통령이 임기만료가 다가오는 상황과 더불어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각종 무리수로 나타나는 ‘내로남불’식 개혁에 대한 피로감의 반증으로 볼 수 있다.

실제 여론조사 결과도 이런 점을 반영하고 있다. 잇달은 여론조사의 특징은 양강체제를 유지했던 이낙연 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의 지지율이 정체 및 하락 기미를 보이는 가운데 윤석열 검찰총장의 인기가 급부상하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의 바이든'을 표방하며 여권의 대선주자 행보를 본격화 하고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추미애 장관 처리문제 등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국의 바이든'을 표방하며 여권의 대선주자 행보를 본격화 하고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추미애 장관 처리문제 등 행보가 주목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낙연 이재명의 지지율 정체 하향세는 “추미애 효과”

이달 들어 실시된 여론조사만 봐도 리얼미터가 지난 2일 발표한 ‘차기 대권주자 선호도 조사’에 따르면 윤 총장은 17.2%의 지지율로 공동선두(21.5%)인 더불어민주당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경기도지사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이어 한길리서치가 11일 발표한 조사에서 윤 총장은 24.7%의 지지율로 이 대표(22.2%)와 이 지사(18.4%)를 오차범위 내에서 앞서며 1위를 차지했다.

이틀 뒤인 13일 한국갤럽 및 한국사회여론연구소(KSOI)의 조사에서는 윤 총장이 이 대표와 이 지사에 이어 3위로 밀려났지만 야당 내 다른 주자에 비해서는 큰 차이로 1위를 보였다.

그러다 윈지코리아컨설팅이 17일 내놓은 조사에서 윤 총장은 윤 총장(42.5%)은 이 대표(42.3%)와 맞붙으면 오차범위 내에서 앞섰고, 이 지사(42.6%)와는 41.9%로 오차범위 내에서 뒤지는 결과를 나타냈다.

이런 상황이 초래된 직접적인 원인은 중도층 내지 무응답층 때문으로 분석되고 있다.

현재 추미애 법무부장관이 윤석열 검찰총장에 대해 ‘검찰개혁’을 명분으로 벌이고 있는 온갖 기행(奇行)에 대한 여론의 반응은 차갑기만 하다. 현직 법조(法曹) 출입(법원 법무부 검찰) 출입기자를 상대로 한 조사에서 소속 매체의 성향과 상관없이 94%의 기자가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에 대해 부정적으로 응답했다. 한 일간지의 독자 상대 조사에도 비슷한 결과가 나왔다.

한국 정치사상 여당의 대선주자는 현직 대통령과 일정한 ‘각’을 세우는 것이 기본이었다. 노태우 정권 때 김영삼 여당 대표, 김영삼 대통령 시절의 이회창 대표, 김대중 대통령 때 노무현 후보가 그랬고, 노무현 대통령 때 정동영 후보도 일정 부분 차별성을 강조했으며, 이명박 대통령 때 박근혜 후보 또한 심하게 대립각을 세웠다.

친문 눈치보기 바끈 이낙연 이재명...정세균 추미애 처리 총대 메나?

현직 대통령과 갈등하는 것은 모험이 따른 일이다. 하지만 어느 정권이라도 후반기에 들어가면 국민들 사이에 피로감이 쌓이게 마련이고 차기 주자는 차별화를 통한 지지도 유지를 위해 대립각을 세워왔다.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인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는 작금의 ‘검란(檢亂)’ 상황에서 추미애 장관을 응원하며 윤석열 총장을 비난하는 메시지로 일관하고 있다. 국민정서와는 동떨어진 행보다.

이낙연 대표는 지난 17일 있었던 관훈토론회에서 “대통령에게 할 말은 한다”고 했지만 추미애 장관 문제에 대해서는 윤석열 총장을 비판했다. 이재명 지사 또한 SNS를 통해 추미애 장관에 대한 지지를 보내고 있다.

이런 점에서 최근 대권행보를 향한 발걸음을 재촉하고 있는 정세균 국무총리의 선택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정 총리는 여야를 아우르는 폭넓은 대인관계와 중도적이고 실용적인 가치관에 따른 ‘안정감’을 정치적 자산으로 삼고 있다.

정 총리는 평소 통합·실용의 리더십을 강조했고, 총리 취임과 함께 '통합 총리', '경제 총리'가 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신사적인 의정활동을 한 국회의원에게 주는 '백봉신사상'을 15차례 받기도 했다.

‘핫 이슈’인 추미애 장관 문제와 관련, 정 총리쪽 관계자는 최근 “그 문제에 대해 정 총리가 자신만의 주관과 입장을 갖고 있다”고 기류를 전한 바 있다.

지난 10일 정 총리가 기자간담회를 통해 두차례로 나눠서 하는 연말 개각일정을 공개하고 청와대 인사수석 등 개각 관련자들과 접촉한 사실이 드러나자 정 총리의 역할, 즉 추미애 장관 처리 문제에 ‘총대’를 메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왔다.

이후 청와대 핵심 관계자가 “개각과 관련해 너무 많은 말이 나온다”하면서 불을 끄는 모습을 보였는데, 추미애 장관 처리 문제에 대한 정 총리의 입장 때문에 초래된 상황으로 추정되고 있다.

연말 개각과 추 장관의 처리 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청와대가 ‘추미애 교체론’이 확산 내지 기정사실화 되는 것을 막기 위해 나선 것이다.

정세균 총리는 ‘한국의 바이든’을 표방하고 있다. 바이든의 정치를 품격과 안정감, 포용으로 규정했다. 그가 지향하겠다는 품격과 안정감, 포용으로 따지면 가장 먼저 추미애 장관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정반대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것은 고양이 목에 방울을 다는 일이다.

친문 거대조직 ‘민주주의 4.0’ 출범... 여당주자 ‘소신행보’ 불가

민주당의 대선주자가 되기 위해서는 중간층 보다 ‘친문세력’의 지지를 얻는 것이 관건이다.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이 만든 집권 경로로 범국민 지지도가 우선인 보수 야당과 큰 차이가 있다.

이런 가운데 22일 더불어민주당 친문재인(친문) 의원들의 싱크탱크인 ‘민주주의4.0연구원’(이사장 도종환)이 22일 출범했다. 현역 국회의원 56명을 포함해 친문 정치인만 58명이 모인 대규모 조직이다.

‘민주주의 4.0’이라는 이름은 김대중 노무현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네 번째 민주당 대통령을 만들겠다는 의미로 이들이 차기 대선에서 특정 후보지지 등 역할을 할 것임을 선언한 것이다.

어쩔 수 없이 ‘꿀먹은 벙어리’ 모습을 하고 있는, 이낙연 대표와 이재명 지사와 달리 정세균 총리가 차별화된 행보를 보이기 쉽지 않은 이유다.

정 총리가 이낙연 이재명 지사와 함께 여권 대선구도를 ‘3각체제’로 만들 수 있을 것인지 여부는 일차적으로 연말개각에서의 역할에 달려있다. 최근 주목받는 그의 행보가 의미있는 파장을 만들지, 아니면 ‘찻잔속 태풍’에 그칠지 주목된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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