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3위, SK그룹의 최태원 회장이 ‘뉴코드 경영’을 가속화 하고 있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SK그룹은 2021년 경영 화두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와 ‘BM(Business Model·비즈니스 모델) 혁신’을 새로운 경영가치로 채택했다.

이와관련, 최태원  회장은 지난달 제주에서 열린 SK CEO 세미나에서 “유럽 투자의 50%는 ESG 관련 펀드이고, 미국은 ESG 관련 펀드 비중이 25%를 넘었다”라며 “펀드의 수명이 7년 정도라고 보면 최근의 돈은 거의 다 ESG로 흘러간다고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SK그룹은 매년 이 무렵 제주도에서 최태원 회장 주재로 사장단 회의를 갖고 그룹의 경영전략을 논의해왔다.

최태원 회장, ESG(환경 사회 지배구조)를 2021년 경영화두로 채택

기업경영에 있어 환경과 사회적 여론, 지배구조 등을 중시하는 ESG 최근 전 세계적으로 경영의 화두로 떠오르고 있는 ‘뉴코드’이다. 최 회장이 ESG라는 경영의 뉴코드를 강조함에 따라 SK 계열사들은 ‘원 모어 라운드(One More Round)’를 진행 중이라고 한다. 내년 경영 계획 등에 최 회장의 의중을 최대한 반영해 추인받는 절차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 구름에 리조트에서 열린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뮤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지난달 30일 경북 안동시 구름에 리조트에서 열린 제7회 21세기 인문가치포럼에 참석하고 있다. [사진=연합뮤스]

올들어 SK는 ESG 전략을 가시화하고 있다. SK그룹 8개 계열사는 국내 최초로 ‘RE100’에 가입했다. ‘RE100’은 ‘재생에너지(Renewable Energy) 100%’의 약자로 기업이 2050년까지 사용전력량의 100%를 풍력, 태양광 등 재생에너지 전력으로 조달하겠다는 것이다.

또 SK건설이 국내 1위 폐기물업체인 EMC홀딩스를 인수했고, SK E&S는 새만금 간척지에 264만㎡(80만평) 규모의 태양광발전 단지를 조성하는 사업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이런 ESG 경영과 함께 최근 SK하이닉스가 인텔의 낸드 플래시 메모리 사업 부문을 국내 기업 인수·합병(M&A) 사상 최대인 10조3104억원에 인수한데 이어 내년에도 공격적인 투자를 통해 BM 고도화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SK그룹이 LG그룹을 제치고 삼성과 현대에 이어 재계 3위 그룹으로 올라선 것은 지난 2005년이었다, 선친 최종현 회장이 타계하면서 38세의 젊은 나이에 회장직을 물려받은 뒤 7년만의 일이다. 재계순위를 따지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자산총액 규모에서 LG와의 격차는 더 벌어지는 추세다.

감옥에서 “이윤보다 사회적 가치창출”로 경영철학 전환, “한 여인을 만난 뒤...”

최태원 회장이 사회적 가치 창출을 SK그룹의 핵심 기업정신으로 제시한 것은 회사자금 횡령 혐의로 옥중에 있던 2014년 10월, ‘새로운 모색, 사회적기업’이라는 저서를 내면서 부터다. 2015년 8월 경영에 복귀한 뒤 사회적 기업 지원을 확대하고 임직원들에게는 사회적 가치 구현을 독려했다. 2017년 3월에는 SK그룹 주요 계열사들이 ‘기업의 핵심가치’로 정관에 적혀있던 ‘이윤 창출’을 빼고 ‘사회적 가치 창출’을 적시하기도 했다.

2018년 4월 보아오포럼, 5월 베이징포럼, 11월 닛케이 세계경영자회의 등 국내 뿐 아니라 국제사회에서도 사회적 가치의 중요성을 알리는 데도 적극적으로 나섰고, 지난해에도 3월 보아오포럼, 5월 상하이포럼, 9월 뉴욕 SK의밤, 11월 베이징포럼, 난징포럼, 12월 도쿄포럼 등에서 사회적 가치와 관련된 SK그룹의 경영철학을 전파해왔다.

최태원 회장의 가치경영 배경에는 한 여인이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5월 28일 서울 광장동 워커힐호텔에서 열린 ‘소셜밸류커넥트 2019’ 폐막식 무대에서 동거인인 김희영 티앤씨재단 이사장을 통해 사회적 가치에 관심을 지니게 됐다고 털어놨다.

이날 ‘Social Value, 미래 인재의 핵심 DNA’를 주제로 열린 마지막 세션에서 최 회장과 김 이사장이 함께 참석했다. 대담에서 최 회장은 개인적으로 왜 사회적 가치를 추구하게 됐냐는 질문을 받았다. 이에 최 회장은 “나는 착한 사람과는 거리가 먼 사람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지독한 기업인이었고 살아남기 위해 무엇이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면서 “그때 나와 아주 반대인 사람을 만났다”고 말했다.

이어 “돈 같은 것에는 전혀 관심도 없고 오직 사람만을 향하는 사람이었다. 그 사람을 관찰해보니 내가 잘못 살아온 것 같았고 그때부터 새로운 생각을 했다”면서 “나의 분석력을 가지고 공감능력을 배워서 사람에게 다가가는 방법을 고민했고 사회적 기업을 배우기 시작했고, 영리 기업도 사회적 가치를 꼭 해야 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털어놨다.

최 회장은 2015년 12월 한 언론을 통해 사랑하는 사람이 있다고 고백하면서 김 이사장이 딸을 출산한 사실을 밝혔었다. 최 회장은 현재 부인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과는 이혼 소송을 벌이고 있다.

조강지처 아닌 여인이 바꾼 최태원 회장의 ‘경영철학’

부인 노소영씨와의 갈등 및 이혼소송을 놓고, 최태원 회장을 향한 시선은 따가운 편이다. 작년 5월 행사는 최태원 회장의 가치경영 행보를 우습게 만든 측면도 있다.

세간의 여론은 노소영씨에 대해 훨씬 우호적이다. 최태원 회장 관련기사에 달리는 댓글에는 빠지지 않고 ‘불륜’과 관련된 단어가 나온다. 노소영씨가 “나는 무슨 일이 있어도 가정을 지키겠다”고 메시지를 선점한 것도 큰 이유다.

노소영 관장은 최태원 회장이 이혼소송을 제기한 뒤 지속적으로 이혼을 반대해왔지만 작년 12월 태도를 바꿔서 불륜에 대한 위자료와 함께 최태원이 보유한 SK 지분의 42.3%를 재산분할 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1조4000억원 규모다.

당시 노 관장은 SNS를 통해 통“지난 세월 동안 치욕적 시간을 보내면서도 가정을 지키려고 애쓰며 일말의 희망을 지니고 기다렸다”며 “하지만 이제는 그 희망이 보이지 않게 됐으며 남편이 그토록 간절히 원하는 행복을 찾아가게 하는 것이 맞지 않나 생각한다”고 심경을 밝히기도 했다.

“재산증식 기여한 바 없다” VS “시골 농부가 이혼해도 재산절반 떼주는 추세”

이혼 뿐 아니라 모든 민사소송에서 법원은 당사자간의 합의를 먼저 시도한다. 최 회장의 이혼요구와 노소영 관장의 1조4000억원대 위자료 및 재산분할에 대해 법원은 양쪽의 의견을 들었지만 최 회장측은 위자료 및 재산불할 규모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SK가 SK그룹의 지주회사 역할을 하고있는 만큼, 노 관장이 요구하는 지분을 주게되면 최태원 회장의 그룹 경영권에 문제가 생기는 것도 큰 이유로 보인다. 실제로 이런 재산분할이 받아들여지면 노 관장이 주식 7.73%를 가져가 2대주주가 되고, 최 회장 지분율은 10.64%로 떨어져 경영권 방어에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

최 회장의 대리인 측은 노소영 관장이 실제 최 회장의 재산증가에 기여한 바가 별로 없기 때문에 요구한대로의 재산분할은 부당하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노 관장측은 2차변론을 앞두고 대표적인 엘리트 판사로 꼽혔던 전주지법원장 출신 한승(연수원 17기) 변호사를 새로 선임, 맞서고 있다.

최근 법원의 이혼시 재산분할 판결은 일정기간 이상 결혼생황을 한 부부에 대해서는 거의 무조건 재산을 절반씩 나눠주는 추세를 보이고 있다. 최 회장과 노 관장은 1985년에 결혼, 35년간 부부로 살았다. 상당수 판사들은 이론 부부의 재산목록 중 처분이 쉬운, 현금화하기 쉬운 재산을 부인 몫으로 지정하기도 한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10년 정도의 결혼기간에, 결혼 후 졸곧 전업주부로만 살았던 배우자에게 수천억원의 위자료 및 재산분할을 해주었던 것도 이런 추세의 반영이다.

최태원 회장은 전경련(전국경제인연합회)이 없는 재계에서 맏형 역할을 하고 있다. 사회적 가치를 중시하는 경영으로 통해 문재인 정부와의 코드도 잘 맞추고 있는 편이다. 하지만 이런 거대담론 경영이 가정사, 유교사회에서 가장 민감한 ‘조강지처’ 문제에서 발목을 잡히고 있는 것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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