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고법 형사1부, 안준영 PD-김용범 CP 등에 1심과 동일하게 각각 징역 2년과 1년 8개월 선고
재판부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습생과 시청자 농락...일부 연습생들은 정식 데뷔해 가수 될 수 있는 기회 박탈당했다"
'프로듀스 101' 시즌2 강동호, 시즌3 이가은 등 피해 연습생 12명 명단 공개..."억울하게 탈락한 연습생들"

가수 이가은. (사진=이가은 유튜브 캡처)
가수 이가은. (사진=이가은 유튜브 캡처)

Mnet '프로듀스 101' 시리즈의 투표 조작 혐의를 받고 있는 안준영 PD, 김용범 CP가 항소심에서도 실형을 선고 받았다.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송영승·강상욱 부장판사)는 18일 오전 업무방해, 사기 등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안준영 PD와 김용범 CP 등에 대한 항소심 선고 공판을 열고, 이들에게 1심과 동일하게 각각 징역 2년과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최종 선발 멤버를 미리 정해둔 상태였음에도 이를 알리지 않고 문자 투표를 실시해 시청자들을 속인 사실을 인정할 수 있다. 문자투표 수익금을 방송사인 CJ ENM에 귀속시키려는 의사가 있었음을 충분히 인정할 수 있다"며 "원심 판단은 정당하며 사실오인이나 법리오해의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또 "이 사건 범행으로 방송 프로그램 공정성이 훼손됐고, 프로그램에 출연한 연습생과 시청자를 속이고 농락하는 결과가 야기됐을 뿐만 아니라 일부 연습생들은 정식 데뷔해 가수가 될 수 있는 기회를 부당하게 박탈당했다"며 "CJ ENM의 대표이사도 지난해 12월 이 사건과 관련해 시청자와 팬들에게 공개 사과를 하면서 순위 조작으로 피해를 입은 연습생에 대해선 책임지고 보상할 것이며, 향후 활동 지원 등 실질적 피해 구제를 위해 관계되는 분들과 심도 있게 논의해 필요한 조치를 시행해나가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고 했다.

재판부는 이날 "이 사건으로 가장 큰 피해를 입은 사람들은 피고인들의 순위조작으로 억울하게 탈락한 연습생들"이라며 '프로듀스 101' 시즌2 강동호, 시즌3 이가은 등 피해 연습생 12명의 명단을 공개하기도 했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이 순위조작으로 탈락시킨 피해 연습생이 누구인지 밝혀져야 피해보상도 가능하다"면서도 "고민 끝에 유리하게 조작된 연습생들은 공개하지 않는 차선을 선택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해당 연습생들 역시 자신의 순위조작 사실을 모르고 있던 것으로 보이고, 순위조작을 빌미로 연예기획사에 예속되는 등 이들도 피해자로 볼 측면이 있다"며 "이들이 공개되면 피고인들을 대신해 희생양이 될 위험이 크다. 이 재판은 최선을 다해 젊음을 불태운 연습생들을 단죄하는 재판이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안준영 PD 등은 케이블 방송사 Mnet의 '프로듀스 101' 시즌 1~4 생방송에서 유료 문자 투표 결과를 조작해 데뷔조에 선정될 수 있도록 특정 후보들에게 이익을 제공한 혐의로 지난해 12월 구속기소됐다. 안준영 PD는 기획사 관계자들로부터 유흥업소에서 수차례에 걸쳐 수천만원 상당의 향응을 받은 혐의도 받는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안준영 PD에게 징역 2년과 추징금 3700만원을, 김용범 CP에게 징역 1년 8개월을 선고했다. 이 밖에 보조 PD 이모 씨에게는 1000만원, 기획사 임직원 2명에게는 각각 벌금 500만원, 다른 임직원 3명에게는 각각 벌금 700만원이 선고됐다.

판결에 불복해 항소한 안준영 PD 측은 법정에서 사실관계는 인정하면서도 "피고인이 과연 기만행위를 했다고 볼 수 있을지 의문"이라며 "본인이 맡은 프로그램의 완성도를 위하는 과정이었다는 점을 참작해달라"고 주장한 바 있다. 항소심 2차 공판을 앞두고 안준영 PD, 김용범 CP는 각각 10월 15일과 19일 재판부에 반성문을 제출하기도 했다. 그러나 항소심 재판부는 1심 판결을 유지하며 철퇴를 내렸다.

심민현 기자 smh418@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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