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원순의 9년' 바로잡고 서울을 메트로폴리스의 격에 맞는 도시로 재건할 신념 필요
상대당을 몰아붙일 후보보다 "우리의 대안은 무엇인가?" 메시지로 제시할 줄 알아야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박원순 시장이 허망하게 가버린 뒤 4개월이 흘렀다. 허망하다는 건 그를 지지했든 증오했든 대선 출마까지 준비하던 그가 갑작스레 죽음을 선택한 방식과 그 사유 때문이다. 박 시장은 떠나며 여러 가지 과제를 안겼다.

첫 번째 과제는 당연히 공직사회의 권력형 성범죄를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이다. 여성존중특별시라는 이름으로 각종 친여성정책을 내놨던 당사자에 의해 벌어지고, 또 공무원 사회 특성상 그것이 엄폐되기가 너무나도 쉬웠다는 것이 비극의 맨얼굴이다.

두 번째는 내년 4월의 재보궐 선거가 대선의 전초전 수준에서 미니대선 급으로 격상됐다는 것이다. 패배하는 진영의 출혈이야 당연하겠지만 특히 국민의힘에는 치명적일 것이다. 서울시장을 4번 연속 민주당에 내어준다는 것은 인구 1300만 수도 서울의 민심을 얻지 못했다는 것이고 이는 더 이상 국민의힘이 수권정당이 아닌 ‘경상도당’ 일 뿐임을 증명시키게 될 것이다. 세 번 째는 박원순 시장 9년의 서울이다. 

서울의 문제는 크게 세 가지다. 첫째, 도시계획에 의한 것이 아닌 포풀리즘성 임대주택의 난립이다. 학교나 주민편의시설이 들어와야 할 자리에 청년주택이나 신혼부부임대주택이 들어오는 형식이다. 당연히 과밀학군이 조성되고 주민편의시설은 모자르게된다. 대개는 ‘지어만 주고 끝’ 인 이들 주택은 분리수거 등 쓰레기 배출문제 관리소홀로 선주민들과의 갈등이 지속적으로 분출되고 있다.

둘째, 일자리 창출이나 경제 활성화, 기간시설 정비 및 건설에 쓰여야 할 예산이 무상복지예산으로 투입되고 있는 실정이다. 일례로 2010년 착공한 월드컵대교는 10년 째 공사만 진행 중이다. 박원순 시장에 의해 최소한의 유지비용만 투입 돼 왔기 때문이다.

셋째, 좌파 시민단체들의 완벽한 생태계 조성이다. 박 시장과 그의 동지들이 좌익 시민사회에서 하던 일을 서울시 조직과 사업으로 촘촘히 녹여냈기에 시장이 바뀐다고 들어내기도 쉽지 않은 수준이다. 문제는 그 사업들이 건실한 일자리 창출로 이어지거나 서울산업에 이바지 하는 것이 아닌 교육 사업이나 (그것도 편향된 현대사를 가르치는 수준) 시민운동 수준이기에 사회적 비용을 생각하면 그 해악이 만만찮다. 

이 외에도 시민 세금으로 선거운동을 하는 수준의 TBS 문제와 시민단체 출신의 시민 대표들이 최대 1조원의 예산을 편성할 수 있게 하는 시민민주주의위원회, 친박원순계 임기제공무원의 난무 등 범주화하기 어려운 하고많은 문제들이 있다.

이런 서울시에 어떤 사람이 후보로 적합할까? 

이명박 전 대통령은 서울시장 임기를 성공적으로 수행하는 과정에서 보수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격상 됐다. 이명박 시장은 당시 당내 지지율이 더 높았던 박근혜 의원을 꺾고 이듬해 대통령 선거에서 당선 됐다. 이후 서울시장이 대통령으로 가는 개선문이라는 인식이 일반적인 것이 됐다.   

이번 선거 양상은 특이하다. 서울시장 보궐 선거 약 11개월 후 대선이 치러지고, 또 다시 3달 후 다시 서울시장을 뽑는 지방선거가 있기 때문이다. 벌써 재야의 많은 정치인들이 거론되고 있다. 정치 공학적 판단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서로를 견제하고 있을 것이다. ‘누가 서울시장이 돼야 그를 서울시에 묶어두고 내가 대선후보가 될 수 있을까?’, ‘서울시장 찍고 대선으로 가자’, ‘저 사람이 서울시장이 되면 대선후보까지 해먹을 텐데?’. 이런 생각들에 서울은 없다. 이런 생각으로 서울시장을 준비하느니 시정 혼란이라도 방지하자는 차원에서 민주당에서 서울시장이 또 나오는 게 차라리 나을 수 있다. 

서울시장만 재선, 혹은 삼선까지 바라보고 ‘박원순의 9년’을 바로잡고 서울을 메트로폴리스의 격에 맞는 도시로 재건할 신념을 가진 사람이 서울시장 후보가 돼야 한다.  또 그래야 서울시민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 우리는 서울시민이 뭘 몰라서 계속 민주당에 표를 주는 것이 아니라, 뭘 모르지 않기 때문에 보수야당에 표를 주지 않았다는 진실을 바로 봐야 한다. 

두 번째는 좋은 의미의 정치적이어야 한다. 광화문 광장에서 시뻘건 옷을 입고 우리끼리 모여 “문재인 스탑!” 이라는 무의미한 구호만 고래고래 외치던 모습들이 총선 참패에 기인했다고 보는 필자다. 서울시 선거를 준비하며 4년 내내 먹히지 않은 ‘경제파탄·정권심판’만 반복할 후보라면 사양이다. 어쨌든 서울은 강남서초송파용산 정도를 제외하고는 모두 험지이다. 기본적으로 보수야당 혐오의식을 갖고 있는 것을 떠나서 젊은 세대에게는 아예 고려의 가치가 없는 수준의 존재감이다.

선거 운동과정에서 당색을 갖고 상대당을 몰아붙일 후보보다는 우리의 대안을 메시지로 제시할 줄 알아야 한다. 당선이 된 후 같이 일 해나가야 할 24개 구청장들과 서울시의회의 구도는 더욱 극악하다. 서초구 1구를 제외한 24개 구청장은 모두 민주당 출신이며, 서울시의회는 정원 110인 중 민주당 102석, 국민의힘 6석, 정의당 1석, 민생당 1석이다. 국민의힘은 교섭단체도 안 되는 실정이다. 서울시의회가 작정하고 서울시의 예산·조례안·조직개편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으려고 하면 1년 동안 손발이 묶여 아무것도 못 할 수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 시의원들을 끊임없이 만나고 설득하며 일을 헤쳐나가려고 하는 정무적 능력이 있는 사람이어야 한다. 

절체절명의 상황이다. 지도부와 몇몇 시끄러운 국회의원들과 다르게 풀뿌리에서의 민주당은 평시에도 선거철인 것처럼 일한다. 이러다 민주당이 일본의 자민당처럼 당내에서 보수·진보 모두 역할을 맡을 수 있을 만큼 공고한 집권당이 될까봐 두려운 생각마저 드는 요즈음이다. 보고 싶은 언론만 보며 10년 정권교체주기설을 맹신하는 기득권 보수가 더 이상은 안 보이기 바란다.

여명 객원 칼럼니스트 (서울시의원·국민의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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