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은도시 서울’ 리모델링이야 말로 최선의 부동산 정책이다
‘낡은도시 서울’ 리모델링이야 말로 최선의 부동산 정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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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4일 마감한 서울시 공공재개발사업 공모에 70곳이 신청,경쟁률이 4대1을 육박했다.

자치구별로는 영등포구가 9개로 가장 많고 ▲성북구 8 ▲은평구 7 ▲용산·동대문·서대문구 각 5 ▲종로·강동구 각 4 ▲성동·강북·마포·중구 각 3 ▲중랑·송파·양천·동작구 각 2곳 ▲관악·구로·노원구 각 1곳이다.

박원순 전 시장 10년간의 극심한 부동산개발 억제정책에 따른 인한 서울 강북지역의 노후화와 시민들의 리모델링 욕구가 분출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다.

공공재개발사업 공모 열기에서 드러난 ‘서울 리모델링 ’필요성

공공재개발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서울주택도시공사(SH공사) 등 공공이 정비사업에 참여해 추진하는 재개발사업이다. 공공재개발에 참여하면 용적률 상향, 인허가 절차 간소화, 분양가상한제 적용 제외 등의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다. 통상 10년 이상 걸리던 사업 기간을 5년 이내로 단축한다는 것이 정부의 방침이다.

반면 정부가 '8·4 주택공급대책'을 통해 추진중인 공공참여형 고밀재건축(공공재건축)에는 냉담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사업 사전 컨설팅을 신청했던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4424가구)와 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 5단지(3930가구), 동대문구 청량리 미주아파트(1089가구)에 이어 성동구 마장동 세림아파트까지 내부 반발로 컨설팅 신청을 철회했다. 사전컨설팅을 신청한 재건축 단지 15곳 중 남은 곳은 대부분 500가구 미만의 소규모 단지다.

서울시 재건축의 용적율을 완화해 주기로 했지만 개발이익 대부분을 환수하겠다는 단서를 달았기 때문이다.

박원순 10년이 '낡은 서울'에 , 아파트 문제 초래

‘장장 10년’, 최장수 서울시장을 역임한 박원순 전 시장은 재래식 주택이나 낡은 아파트를 허물고 새로 아파트를 짓는 재개발 재건축에 극도로 부정적인 정책을 펼쳤다.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중 서울 잠실 주공 5단지에 내걸렸던 플래카드
박원순 전 서울시장 재임 기간 중 서울 잠실 주공 5단지에 내걸렸던 플래카드

애당초 아파트는 급팽창하는 서울의 주택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그러나 여기저기 우후죽순, 성냥갑 모양 일색의 ‘회색빛 콘크리트 덩어리’들이 북한산과 관악산, 한강을 끼고있는 아름다운 서울의 풍광을 망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부분의 주택과 건물들이 1980년대 이전, 콘크리트로 마구 지어진 서울은 기본적으로 낡은 도시다. 고층 아파트로의 재개발 재건축을 막는 대신 골목을 재생하고 담벼락에 벽화를 그리는 정도로는 도시의 외관도, 시민의 주거환경도 개선할 수 없는 한계상황에 이르렀다.

현재 서울시에는 모두 600여곳의 재개발·재건축 현장(조합등록 기준)이 있다. 재개발·재건축을 하게되면 기존 가구 수 보다 30~60%의 집이 늘어난다. 서울의 허파인 그린벨트나 도심속 녹지인 태릉골프장을 뭉개고 아파트를 짓는 것 보다 재개발·재건축을 제대로 하는 것이 주택공급 측면에서 훨씬 본질적인 대책이다.

용적률을 완화시킨 고밀도 개발에 대한 우려가 있지만 대신 충분한 공원용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도시학자들의 반론도 만만치 않다. 성북동이나 한남동 같은 부촌에 수백억원대 단독주택을 지어 살 형편이 아니라면 서울시에서 아파트 외에 다른 주거 대안은 없는 실정이다.

하지만 정부, 특히 집권 여당은 강남 아파트 가격상승, 투기광풍에 대한 노이로제 때문에 재개발·재건축을 통한 도심 내 아파트 공급에 대해 겁을 먹은 모습이 역력하다.

그래도 투기를 막을 수 있는 것은 풍부한 공급 뿐이다. 그린벨트는 한번 허물면 영원히 복원할 수 없다. 지금 서울시 4대문 안에도 비를 막기위해 지붕에 비닐을 덮어놓은 낡은 주택단지가 부지기수다.

이런 동네들은 친환경적으로 잘 재개발하기만 하면 강남 못지않은 명품 주거단지가 될 것이다. 올초 시공자가 결정돼 본격적인 재개발이 시작된 '단군이래 최대 재개발', 한남 3구역 같은 곳이 속속 공급된다면 강남 노른자위 지역 집값을 떨어 뜨리는 요인이 될 것이다.

김정일 이어 김정은도 평양을 고밀도, 초고층 도시로

북한의 수도 평양 인구는 약 300만명, 면적은 2,600㎢로 면적 605㎢ 인구 약 1,000만명인 서울에 비해 면적은 세배가 넓지만 인구는 1/3에 불과하다. 하지만 북한 정권은 평양을 고밀도· 초고층 도시로 발전시키고 있다.

북한은 서울 잠실에 롯데월드타워가 세워지기 30년 전에 평양의 랜드마크로 만들고자 105층짜리 류경호텔을 짓기 시작했다. 김정일·김정은 정권에서는 려명거리 등 대동강변에 고층 건물과 30층이 넘는 초고층 아파트들이 들어서 사람들로 북적이고 있다. 수십만명에 불과했던 평양의 인구가 급격히 100만명을 돌파해서 300만명에 이르게 된 것도 이런 개발을 부치긴 것으로 보인다.

뉴욕과 도쿄, 베이징, 서울 등 거대 도시들의 공통점은 초고층 건물이 즐비한 고밀도 도시라는 점이다. 이런 도시들이 유럽에 있는 2~300년된 중세풍의 고도(古都)보다 아름답다고 말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급격한 산업화 과정에서 좁은 도시에 인구가 몰리다 보니 불가피한 일이었을 뿐이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아시아 국가에서는 유럽식 옛 도시를 찾아보기 어렵다. 유럽의 고도는 대리석을 소재로 한 석조(石造) 건물인 반면, 아시아의 도시는 보존성이 약한 목조(木造) 건물로 지어졌기 때문이다. 토지이용의 경제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지금에 와서 서울에 전주의 한옥마을 같은 한옥거리를 만들기도 어렵다.

지금 정부가 골머리를 앓고있는 아파트 문제는 서울의 아파트 공급 부족에서 비롯됐다. 서울에 좋은 아파트가 부족하다 보니 수도권은 물론 지방의 아파트 가격이 함께 치솟고 그 와중에 투기수요까지 가담했다.

결국 낡은 도시 서울의 대대적인 리모델링이야 말로 최고의 부동산 대책인 것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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