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ep리드]이건희 회장이 남긴 ‘슈퍼카’와 이재용의 ‘팰리세이드’
[Deep리드]이건희 회장이 남긴 ‘슈퍼카’와 이재용의 ‘팰리세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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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 소유의 경기도 용인 애버랜드 스피드웨이에는 고(故)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생전에 즐겨 몰던 10여대의 슈퍼카가 있다.

자동차를 좋아하는 ‘스피드광(狂)’이었던 이건희 회장은 김영삼 정부 때 완성차 업계에 진출하기도 했는데, 2014년 쓰러지기 전 까지 조수석에 간호사를 앉히고 슈퍼카의 굉음을 울리며 트랙을 질주하곤 했다.

이건희 회장의 슈퍼카 목록에는 수억원에서 수십억원에 이르는 전 세계의 유명한 차들이 망라돼 있다. 이 회장이 병상에 누워있던 지난 7년간 이 차들은 관리 직원에 의해 유지관리 차원에서 이따금 트랙을 달릴 뿐이었다.

용인 스피드웨이에는 이건희 회장의 슈퍼카 10여대, 이재용 부회장은 국산차 ‘애용’

여염(閭閻)집 같으면 ‘아버지 차=내 차’이니까, 아들이 대신 몰아보기기도 했지만 이건희 회장의 와병 중 이재용 부회장은 이 차들의 근처에도 오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한편으로는 이 부회장을 비롯한 유족들이 이 슈퍼카들을 어떻게 처리할지도 궁금하다.

지난 7년간의 ‘대리경영’ 중 이재용 부회장의 승용차로 공개된 것은 쌍용차의 ‘체어맨’ 현대차의 ‘제네시스 G90’ 최근 이건희 회장 장례식 기간 중 직접 몰고 나타난 팰리세이드 등 1억원 미만의 국산차들이다.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기업으로 만든 이건희 회장의 유업을 이재용 부회장이 어떻게 계승, 한단계 더 도약시킬지 여부는 재계를 넘어 대한민국 전체의 관심사이자 국가경제의 미래가 달린 문제이기도 하다.

이재용 장례식 후 첫 경영행보,“다시한번 디자인 혁명을 이루자”

이 부회장은 12일 부친 장례식을 마친 뒤 첫 공개 경영행보로 서울 서초구 우면동에 있는 서울R&D 캠퍼스를 방문해 디자인 전략회의를 주재했다. 이 부회장은 이 자리에서 “다시 한번 디자인 혁명을 이루자”고 주문했다.

이건희 회장이 생전 강조했던 ‘디자인 경영’을 한 차원 더 발전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건희 회장은 1996년 제품 성능 만으로는 글로벌 경쟁력을 갖추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디자인 혁명의 해’를 선언하는 등 일찍이 디자인의 중요성을 강조해왔다.

이날 회의에서 이 부회장과 경영진은 진 리드카(Jeanne Liedtka) 버지니아대학 다든 경영대 부학장, 래리 라이퍼(Larry Leifer) 스탠포드대학 디스쿨 창립자 등 세계 석학들의 인터뷰 영상을 통해 최신 디자인 트렌드와 혁신 사례를 공유했다.

이 부회장은 가정에서 운동·취침·식습관 등을 관리하는 로봇, 서빙·배달 로봇, 개인 맞춤형 콘텐츠 사용이 가능한 웨어러블(착용형) 스마트 기기 등 차세대 디자인이 적용된 시제품들을 살펴보기도 했다.

애플이 글로벌 전자업계에서 아직까지는 삼성전자보다 한발 앞서가는 것은 창업자 스티브 잡스의 디자인에 대한 집착이 가장 큰 이유다. 스티브 잡스는 매킨토시와 아이팝, 아이폰과 아이패드 등 애플의 각종 제품에서 기술 못지않게 디자인을 중시했다. 아이폰이 추격자인 삼성전자의 갤럭시에 가장 먼저 ‘태클’을 건 것도 디자인이었다.

디자인에 대한 스티브 잡스의 광적인 집착은 자신이 타던 자동차에서 드러나기도 했다. 디자인에 매혹돼 독일 벤츠사의 특정 모델 승용차를 즐겨 몰았던 스티브 잡스는 번호판이 승용차 디자인을 죽인다며 번호판을 달지 않아도 되는 임시운행 제도를 악용하기도 했다.

지난 3월 경제전문지 포춘(Fortune)이 발표한 ‘가장 위대한 현대 디자인 100선’에서 아이폰이 1위를 차지한 것을 비롯, 애플은 8개 제품이나 이름을 올렸다.

이재용의 검소함과 겸손, “정치권력에 길들여진 것이라면 ‘승어부’ 어려워”

이재용 부회장이 국산차를 애용하는데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재계에서 가장 친한 사이로 알려진 정의선 현대차 회장과의 관계, 검소함, 외제차를 능가하는 현대차의 성능과 편리성 등 실용성도 있다.

또 한편으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은 대중적인 이미지다. 경영권 승계 문제를 둘러싸고 이 정권 내내 수사와 재판, 구속 등 사법리스크를 안고있는 이 부회장이 이건희 회장처럼 세계 최고급 외제 승용차를 타고 다니기에는 부담이 많을 것이다.

지난 달, 이건희 회장의 영결식 때 어릴적 친구는“아버지를 뛰어넘었다”는 의미의 ‘승어부(勝於父)’라는 표현으로 그의 업적을 기렸다. 이건희 회장이 선친이자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의 일등주의를 뛰어 넘을 수 있었던 것은 세계 모든 일류제품들을 사서 쓰고, 분해에 조립까지 해봤기 때문이었다.

이재용 부회장이 검소, 겸손해야 한다는 것은 세계와 경쟁하는 그에게 대한민국이 바라는 덕목이 될 수 없다. 이 부회장의 국산차 애용을 마냥 미담이라고만 치부할 수는 없는 것이다.

이건희 회장은 1995년 “(대한민국의) 정치는 4류, 행정은 3류, 기업은 2류”라고 일갈한 바 있다. 하지만 그 뒤로도 대한민국의 정치와 언론 등 지배권력은 점점 더 자유 시장경제와 대기업에 대해 억압적이고 수탈적 양상을 보이고 있다.

지금 보여주고 있는 이재용 부회장의 겸손과 검소함이 이런 외부적 요인으로 길들여진 것이라면 그에게 이건희 회장을 뛰어넘는 승어부(勝於父), 애플을 제치는 것 또한 기대하기 어렵다는 것이 재계의 중론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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