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급 기술직 국사 필기시험 A형 17번·B형 12번 문항
교과서 '대한민국 수립' 지워놓고…"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설립" 버젓이
'09년 공시 북한사 등장 논란 이후 8년 만…"정권 바뀌자마자"

지난 24일 서울시 9급 공무원(기술직) 필기시험 중 20문항에 불과한 국사 과목에 '북한의 정권 수립 과정'을 묻는 문제가 출제됐다. 선택지에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설립'이 포함돼 있어, 현 정부에서 한국사 교과서 내 '대한민국 수립'이라는 용어도 스스로 배제한 것과 한층 대조된다는 지적이다.

조선일보의 26일 보도에 따르면 9급 기술직 국사 필기시험 17번 문항(A형·B형은 12번)은 '북한 정권 수립 과정을 시간순으로 바르게 나열하라'는 객관식 문제였다.

신문은 "공무원 시험 응시생(이하 공시생) 대부분은 '당황스럽다'는 반응"이라고 전했다. 대한민국 공무원 뽑는 시험에 북한 역사를 이렇게 자세히 알 필요가 있느냐는 의문 제기가 주를 이뤘다고 한다.

문제는 북조선임시인민위원회 성립, 조선인민군 창설, 토지개혁 실시, 북조선노동당 결성, 조선민주주의인민공화국 설립 등을 보기로 제시하고, 이를 시대순으로 바르게 나열한 것을 고르라는 내용이었다.

조선일보에 따르면 필기시험을 치르고 나온 대학생 이모씨(23)가 "20문항밖에 되지 않는 국사 시험에 대한민국과 관련한 다른 역사 문제를 얼마든지 출제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문제가 9급 기술직(일반기계, 일반전기, 일반토목, 건축)에 지원한 응시생들을 대상으로 출제된 것은 의문을 한층 증폭시킨다.

응시생 한모씨(26)는 "9급 기술직 공무원한테 북한 정권 수립 과정을 물어보는 의도가 무엇인지 모르겠다"며 "변별력을 높이기 위한 것이었다면 출제 범위 내에 북한 말고도 다른 내용이 많지 않으냐"고 토로했다.

공무원 시험에 북한사 관련 문제가 나온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6·25전쟁 이전 북한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연대순으로 바르게 나열한 것'을 묻는 문제가 2009년 4월 공무원 9급 공채시험 한국사에 나왔다가 논란이 됐다.

그 후 8년 동안 공무원 시험에는 북한사가 출제되지 않았다. 한 공시생 커뮤니티엔 "정권이 바뀌자마자 한동안 안 나오던 북한 문제가 나왔다"며 "다른 공무원 시험에도 북한사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는 글이 올라오기도 했다고 신문은 전했다.

한기호 기자 rlghdlfqj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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