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실의 '신성불가침' 선언한 태국 헌법에도 아랑곳않고
지난 7월부터 본격적으로 시위 이어와...벌써 3개월째
8일, 1만여명의 反정부 시위대, 왕실 향해 행진...최소 5명 부상자 발생

태국 경찰이 '왕실 개혁'을 요구하며 왕궁으로 행진하는 태국 반(反)정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태국 경찰이 '왕실 개혁'을 요구하며 왕궁으로 행진하는 태국 반(反)정부 시위대를 향해 '물대포'를 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왕실 개혁’을 요구하는 젊은이들의 반(反)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는 태국에서 8일 또다시 대규모 시위가 일어났다. 경찰과의 물리적 충돌도 일어나 부상자가 발생하는 등 인명 피해도 잇따랐다.

태국에서는 지난 7월부터 10대와 20대 청년 및 학생들을 중심으로 ‘왕실 개혁’과 ‘표현의 자유’ 쟁취를 위한 시위가 격렬해졌다. 지난 2월 태국 젊은이들로부터 폭넓은 지지를 받아온 야당인 ‘퓨처포워드당’(FFP)이 강제 해산된 데에다가 국왕 마하 와치랄롱꼰 국왕의 방탕한 왕실 재정 지출 문제가 국가적 이슈로 부상한 것이 반정부 시위대의 분노에 기름을 끼얹었다. 이들의 시위는 3개월째 지속되고 있다.

이들은 쁘라윳 짠오차 태국 총리의 사임과 헌법 개정, 왕실 개혁 등을 요구하며 시위를 이어왔다.

반정부 시위가 사그러들 기미가 보이지 않자 태국 정부는 반정부 시위에 가담하고 있는 젊은이들과의 대화를 추진하기 위해 위원회 설치를 제안했지만 반정부 성향 젊은이들은 이날 대규모 시위로 맞서며 정부 측 제안을 거부한다는 뜻을 표명했다.

이날 1만명 규모의 시위대는 ‘왕정 개혁’ 실현을 염원하는 국민의 목소리를 직접 와치랄롱꼰 국왕에게 전한다며 왕궁을 향해 행진했지만 태국 정부는 경찰을 동원해 시위대의 앞을 가로막았다. 살수차와 바리케이트도 등장했다. 이윽고 시위대와 경찰 간의 물리적 충돌이 일어났고, 양측 모두에서 부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전해졌다. 태국 경찰에 따르면 최소 5명이 병원으로 이송됐다.

1782년 현 왕조인 ‘짜그리 왕조’가 세워진 이래 태국에서 국왕의 존재는 ‘신성불가침’으로써 왕실과 관련한 이야기를 꺼내는 것은 국가적 금기였다.

태국 헌법은 ‘국왕은 존엄한 지위에 있으며 어떠한 사람도 모독할 수 없으며 그 어떤 사람도 어떤 방법으로도 국왕을 비난하거나 고발할 수 없다’고 규정하고있으며 태국 형법은 ‘국왕·왕비·왕세자를 비방하거나 위협한 자에게는 최하 3년에서 최고 15년의 징역형을 선고할 수 있다’고 정하고 있는 등 왕실에 대한 도전을 엄히 금하고 있다.

하지만 반정부 시위대는 왕실 자산에 대한 감독 강화와 ‘왕실모독죄’ 폐지 등을 주장하고 있어 국제적 관심을 모으고 있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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