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개월 방송중단되면 회복에 6년 이상 걸릴 것”... 방송계 ‘충격’
“사형 대신 팔다리 자르라는 함무리비 법전 식 원시적 발상” 지적도
서울 부산시장 재보선, 문재인 임기말 정국 ‘언론 길들이기’ 지적도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30일 종합편성채널, MBN에 대해 방송을 포함해 ‘6개월 영업정지’ 처분을 내렸다. 2011년 종합편성채널 사업자로 선정될 당시 약속한 납입자본금 3950억원 중 556억원을 임직원 차명주주를 활용해 회사자금으로 납입하고, 2014년, 2017년 재승인 심사에서도 허위 주주명부와 허위 재무제표 등을 제출했다는 이유에서다.

정부의 이같은 조치에 대한 반응은 엇갈린다.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의원들은 “문정권의 종편 길들이기”라며 비판 성명을 냈다. 국민의힘 추천 김효재·안형환 방송통신위원회 상임위원은 심의과정에서 하루 24시간 내내 방송중단을 반대하기도 했다. 반면, 처음부터 승인취소를 요구해왔던 했던 진보진영 시민단체들은 이같은 징계가 너무 약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방통위는 영업정지 처분과 함께 “업무정지로 인한 시청자와 외주제작사 등 협력업체의 피해를 최소화한다”는 이유로 6개월간의 유예기간을 두었다. 이를 두고 진보진영 언론에서도 “지금까지 종편에 내려진 제재 가운데 가장 강한 중징계”(한겨레), “어떤 불법·위법을 저지른 방송사도 승인 취소는 없다는 안전망을 깔아준 것과 다름없다”(경향신문)로 평가가 엇갈렸다.

“6개월 방송중단되면 회복에 6년 이상 걸릴 것”... 방송계 ‘충격’

하지만 막상 방송계에서는 이같은 영업정지 6개월 조치를 충격적인 중징계로 받아들이고 있다. 어떤 방송 채널이 180일 동안 24시간 내내 화면이 안나오면 매출 중단은 물론, 충성 시청층 이탈, 취재·제작 인력 유출, 브랜드 악화 등이 예상되기 때문이다. 한 방송계 관계자는 “6개월동안 화면이 안나오는 블랙아웃 상태가 되면 예전의 시청률을 회복하는데 6년은 걸릴 것”이라고 말하기도 했다.

지난 2005년 노무현 정부 당시 방송위원회는 충남 지역의 종합유선방송사업자에 대해 승인과정에서의 불법성을 근거로 승인취소 결정을 내린 바 있다. 이번 MBN에 대한 조치는 승인취소에 까지는 이르지 않았지만 최근 종합편성채널의 영향력이 KBS MBC 등 지상파를 턱밑까지 추격하고 있다는 점에서 충격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방통위는 MBN의 불법행위가 승인취소 사유지만 이에까지 이르지 않았다는 점에서 ‘생색’을 내는 모양새다. 하지만 법조계에서는 헌법상의 ‘과잉금지 원칙’을 넘어선 행정처분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헌법 제37조 제2항은 “국민의 모든 자유와 권리는 국가안전보장·질서유지·공공복리를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법률로 제한할 수 있으며, 그 경우에도 자유와 권리의 본질적인 내용은 침해할 수 없다”는 과잉금지의 원칙을 명시하고 있다.

언론의 제재 등 국민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법률이나 행정처분이 과잉금지의 원칙을 지키려면 목적의 정당성과 더불어 방법의 적절성, 피해의 최소성, 또 법익 및 조치의 균형성이라는 요건을 갖추어야 한다.

“사형 대신 팔다리 자르라는 함무리비 법전 식 원시적 발상” 지적도

MBN에 대한 조치가 목적의 정당성은 있을지 몰라도 24시간 내내 방송금지라는 방법의 적절성과 피해의 최소성, 균형성에서는 상당한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이다.

이와관련, 행정법원 부장판사를 지낸 한 법원장 출신 변호사는 “사회적 공기(公器)인 언론, 방송은 상법상 소유관계와 별도의 생명체로 봐야 합당한데, 탄생 과정의 문제를 근거로 생명을 빼앗거나 그에 준하는 조치를 하는 것은 과잉금지에 해당된다는 생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상당한 액수의 과징금 등 다른 방법도 있었을텐데 방송금지 조치는 마치 사형 대신 팔다리를 자르라는 함무라비 법전식의 원시적 발상”이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당사자인 MBN은 현재 정기적인 재승인 심사를 앞두고 있어 대응을 자제하고 있다. 재승인 심사 결과가 나온 이후 행정소송을 비롯해 대응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추후 법률다툼의 핵심은 방통위가 내린 조치의 과잉금지 위반 여부가 될 전망인데 헌법소원이 제기될 가능성도 높다.

서울 부산시장 재보선, 문재인 임기말 정국 ‘언론 길들이기’ 지적도

한편 방통위의 이번 조치가 내년 서울시장 및 부산시장 재보선 정국과 더불어 임기말을 향해 치닫는 문재인 정권의 여론장악을 위한 언론 길들이기가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그동안 MBN이 보여준 논조(論調)에 대해서는 논란이 있지만 MBN에 대한 강도 높은 일벌백계식 조치를 통해 다른 종편에 경고장을 날린 것 아니냐는 것이다.

진보 변호사 출신인 한상혁 방통위원장은 오랫동안 진보진영 언론단체에서 활동했으며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 9월 그를 방통위원장에 임명하자 야권에서는 ‘언론장악 시도’로 받아들였다. 한 위원장은 지난 3월 지인인 한 변호사에게 전화를 걸어 윤석열 검찰총장을 쫓아내야 한다고 말한 사실이 알려져 물의를 빚기도 했다.

애당초 한상혁 위원장이 임명될 때부터 유투브 등 새로 부각되고 있는 우파 매체에 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받아들여졌다. 전임 이효성 이효선 전 방송통신위원장은 가짜뉴스 자율규제에 대한 소신을 끝까지 지켰다는 평을 들었다. 실제 한상혁 위원장 취임 이후 방통위는 유투브에 대해 여려가지 제재조치를 가하고 있다. 현재 방통위에는 김현 전 민주당도 부위원장으로 활동하고 있다.

언론사에 대한 활동중단은 유례를 찾아보기가 쉽지 않다. 일제 강점기 때 총독부는 민족의식 고취와 독립정신 함양을 이유로 조선 동아일보에 대해 수차례 정간 및 1940년 폐간조치를 취한 바 있다.

이승만 정권 때 경향신문이 폐간당하는 일이 있었지만 박정희 정부시절에도 정권과 대립한 동아일보에 대해 광고탄압에 그쳤을 뿐 정간조치는 없었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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