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인사이드]박지선의 죽음, 개그맨들은 왜 무대를 잃었을까?
[뉴스인사이드]박지선의 죽음, 개그맨들은 왜 무대를 잃었을까?
  • 이상호 객원기자
    프로필사진

    이상호 객원기자

    이메일

    기자의 다른기사보기

  • 최초승인 2020.11.04 09:23:50
  • 최종수정 2020.11.05 10:15
  • 댓글 2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최고의 풍자대상은 권력, 정치인데 문재인 개그는 없으니...”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공부도 잘하고 웃기기도 잘했던’ 개그우먼 박지선의 지난 2일 죽음이 우리 사회와 대중문화 및 방송계에 던진 충격은 만만치 않다. 그동안 유명 연예인들이 여러 가지 이유로 극단적인 선택을 하곤 했지만 최근 SNS 등에서 박지선씨 사건의 파장은 크기만 하다.

박씨가 불행한 선택을 한 직접적인 이뉴는 평소 앓았던 지병 때문으로 알려지고 있다. 하지만 동료 개그맨 및 방송가에서는 최근 개그맨들의 무대가 없어지고, 코로나19 등으로 활동이 급격히 위축된데 따른 우울증도 작용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상파 마지막 개그 프로그램, KBS ‘개그콘서트’ 지난 6월 막 내려

대한민국 최장수 개그 프로그램인 KBS ‘개그콘서트(이하 개콘)’는 지난 6월 26일 1050회를 끝으로 막을 내리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1999년 9월 정규 편성된 개그콘서트는 한때 일요일 밤을 알리는 국민 예능 프로그램이었다. 하지만 세월의 흐름 속에서 자리를 잃어가다가 결국 21년만에 막을 내린 것이다.

당시 ‘개콘’의 마지막 방송에는 KBS가 배출한 개그맨들과 이제 막 개그를 시작한 후배들이 함께 출연했다. ‘개그콘서트의 장례식’이라는 컨셉으로 짜여진 이날 코너에서 개그맨들은 울먹이며 땅을 치며 곡을 하는 연기를 했다.

이로서 SBS ‘웃음을 찾는 사람들’, MBC ‘개그야’에 이어 지상파에 남아있던 개그맨들의 마지막 무대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졌다. 개그맨들은 가장 영향력이 큰 미디어인 지상파 무대를 잃어버린 것이다.

개그콘서트는 공개 코미디 프로그램의 상징이었다. 1999년 편성당시 개그맨 전유성의 제안으로 대학로에서 운영되던 공연 형식의 코미디 쇼를 TV로 옮겨온 뒤, 콘서트 같은 무대효과와 개그를 섞은 새로운 무대로 반향을 일으켰다.

개그콘서트는 기존의 코미디가 아닌 ‘개그’라는 용어를 처음으로 퍼트렸다. ‘갈갈이 삼형제’, ‘박성호의 뮤직토크’, ‘사랑의 카운슬러’, ‘3인 3색’, ‘달인’ 등 셀 수 없이 숱한 인기 코너와 개그맨들이 활약했다. TNMS가 전국 시청률을 집계하기 시작한 2000년 1월부터 ‘개그콘서트’는 13년 동안 2~30%대 시청률을 유지하며 남녀노소로의 사랑을 받았다.

그러나 2013년부터 시청률이 급격히 하락해 10%로 내려앉았고, 2019년에 5%대 이하로 떨어졌다.

개그프로 몰락의 이유...“가장 실랄한 풍자는 정치인데...”

개그콘서트의 몰락에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변화하는 미디어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했다. 1박2일에서 런닝맨, 놀면 뭐하니 같은 융복합 형식의 버라이어티나 관찰 형식의 예능 프로그램이 유행하면서, 한정된 무대에서 짜여진 극을 연출하는 개그프로그램은 점점 시청자의 흥미를 잃어갔다.

또 유튜브 시대가 본격화되면서 개인 크리에이터들이 제작한 대체 콘텐츠가 넘쳐나기 시작했고, 예능과 웃음을 찾아 굳이 TV를 켤 필요성도 없어졌다.

더불어 여러 가지 코너에서 외모비하나 성인지감수성 문제를 일으키면서 이에대한 시청자의 가치관 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비판을 받기도 했다.

또 한편으로 코미디보다 더 웃기는 정치, 사회적 현실도 한몫을 했다. 인터넷을 기반으로 한 미디어의 발달로 국내는 물론이고 해외에서 웃기는 일이 넘쳐나는데 굳이 억지로 만든 개그나 몸짓을 볼 필요가 없어진 것이다.

방송, 특히 지상파 방송은 가장 많은 사람들이 보는 매체다. 그러다보니 어떤 특정 계층에게라도 불쾌감을 유발하면 엄청난 질타를 받게 된다. 웃음을 주기 위해 다룰 수 있는 소재와 표현에 제약이 많다.

때문에 개그 프로는 가장 많은 ‘사회적 물의’를 일으켰고, 방송국 자체 및 방송통신심의위원회의 규제를 엄격하게 적용받아 왔다.

방송 개그의 몰락의 또 다른 이유는 문재인 정부 출범 이후의 정치상황이다. 개그의 본질은 풍자다. 풍자의 대상으로 삼은 여러 가지 사회적 현상, 세태 중 가장 많이 국민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것은 정치다.

1987년 민주화 이후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 이명박 박근혜 정부를 거치면서 개그 프로그램의 성역은 점차 없어져 왔다. 현직 대통령도 예외가 아니었다.

하지만 문재인 정부 들어서 대통령과 집권세력에 대한 풍자는 찾아보기 어려워졌다. 문재인 정부식 ‘코드인사’를 통한 방송장악, 진보세력의 대중문화 헤게모니 점령이 직접적인 이유다.

4·15 총선을 전후한 더불어민주당의 폭주, 조국사태와 검찰개혁을 빙자한 추미애 법무부장관의 검찰장악 시도 등 집권세력의 행태는 최고의 코미디, 풍자의 대상이지만 지상파를 비롯한 그 어떤 정규방송에서도 이런 프로를 만들지 않는다.

이와관련, 정치평론가 최우영씨는 “임금님의 귀는 당나귀 귀라는 우화처럼, 동서고금을 통해 가장 실랄한 풍자의 대상은 집권세력, 정치인데 문재인 정부와 진보세력의 방송 및 대중문화 장악으로 최고의 풍자와 해학이 사라진 것”이라고 진단했다.

“유튜브로 이사가자”, 개그맨들의 ‘생존법’

미디어 및 방송환경의 변화에 따라 상당수 개그맨들이 제약없는 풍자를 통한 생존을 위해 유투브로 활동무대를 옮기고 있다.

대표적인 성공 케이스는 200만 구독자를 앞두고 있는 ‘흔한남매’다. SBS 웃찾사 출신으로 TV 무대에서 진행한 꽁트를 그대로 가져왔지만 게임, 여행, 먹방 등의 소재를 섞어 훨씬 다채롭게 연출한다.

‘일주어터’ 김주연은 다이어트 도전기를 코믹하게 풀어내며 20만 구독자를 확보했다. 개그콘서트 출신인 강유미와 김준호도 40만대 구독자를 확보한 상태로 유튜브에서 보다 자유로운 개그 콘텐츠를 시도하고 있다.

기존 개그맨 출신이 아니지만 유튜브에서 활동하는 개그 소재 크리에이터들은 보다 자유로운 소재를 다양한 형식으로 표현, 인기를 끌고 있다. ‘장삐쭈’는 우스꽝스러운 더빙과 내용을 담은 성인향 코미디 애니메이션으로 인기를 끌고 있고, 별 내용 없이 ‘삑삑’ 소리를 내는 풍선 닭인형의 배를 눌러 음악을 연주하는 것만으로 재미를 유발하는 ‘빅마블’같은 경우도 있다.

최근 미디어 환경은 예능, 오락 분야는 개그와 게임이 융합된 형태로 나아가고 있다. 오리지널 개그 프로그램은 닫히지만 개그 무대로 양산된 개그맨들이 활약하기에 좋은 상황이다.

‘봉숭아 학당’은 끝났고, 개그맨들은 힘들게 '변신 생존 실험'을 하고 있는 중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2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