칠레·라트비아·그리스·한국 등 법인세 올렸지만, 미국·영국·일본 등은 인하해 투자 유치
2018년 법인세율 인상 후 국내 설비투자증가율 감소...반면 해외투자증가율은 증가
법인세 1%p 낮아지면 설비투자 6.3% 늘어...법인세 최고세율 인상은 글로벌 흐름 역행

법인세 인상으로 국내기업들의 투자가 해외로 빠져 저성장이 고착화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2011년 이후 OECD 37개국 중 법인세를 인상한 국가는 칠레·라트비아·그리스 등 8개국 밖에 없었는데, 이 중 한국이 포함되어 지난 2년간 국내투자 유치에 악영향을 줬다는 지적이다.

한국경제연구원(이하 한경연)은 '법인세율이 설비투자에 미치는 영향 및 법인세부담 수준 국제비교' 분석을 통해 이같이 밝혔다.

보고서에 따르면 1980년 40%를 정점으로 지속적으로 낮아졌던 법인세 최고세율은 2018년부터 22%에서 25%로 3%p 인상됐다. 이후 설비투자증가율은 2019년까지 2년 연속 마이너스를 나타냈다.

한경연이 수행한 회귀분석 결과에 따르면, 법인세 부담(평균 실효세율)이 1%p 낮아지면 설비투자는 6.3%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경연은 설비투자에 여러요인들이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법인세율 인상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국내투자가 감소하고 해외투자가 늘어난 것도 늘어난 법인세 영향이 크다고 한경연은 설명했다.

최근 4년간(2016~2019년) 설비투자 증가율과 해외투자 증가율 추이를 비교해 보면, 2018년 법인세율 인상 후 국내 설비투자증가율이 2년 연속 감소하는 동안, 해외투자증가율은 2017년 11.8%에서 2018년 13.9%, 2019년 24.2%로 2년 연속 증가하는 추세를 보였다.

한경연 제공

우리나라 기업들의 세부담은 선진국과 비교 시 높은 편으로 나타났다.

2011∼2020년 한국의 법인세 최고세율 상승폭은 3.3%p로(지방세 포함) OECD 4위다. 같은 기간 OECD 37개국 중 법인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칠레, 라트비아, 그리스, 한국 등 8개국인 반면 인하한 국가는 미국, 일본, 영국 등 19개국, 호주 등 10개국은 같은 세율을 유지했다.

세부담 증가속도 순위는 물론, 절대수준 순위도 OECD 상위권을 기록했다. 2018년 기준 GDP대비 법인세수 비율은 4.5%로 OECD 6위, 전체세수 중 법인세수 비중은 15.7%로 콜롬비아와 칠레에 이어 OECD 3위였다.

한경연 제공

이에 한경연은 OECD 37개 회원국 중 2011∼2020년 중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한 국가는 8개국에 불과한데, 여기에 우리나라가 포함돼 글로벌 흐름에 역행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나아가 기업의 조세부담 수준도 상위권에 속해 있어 일자리를 만들고 경제를 성장시켜 나가는 기업의 기능과 역할을 약화시킬 수 있다고 우려했다.

추광호 한경연 경제정책실장은 “경제의 활력이 약화되고 저성장 국면으로 접어든 시점에서 법인세 최고세율을 인상한 것은 ‘저성장 국면진입’이라는 경제 진단과는 반대되는 처방을 한 것이다”라며, “지금이라도 법인세율 하향조정으로 세부담 완화의 국제흐름에 동참해 기업 투자의욕을 높이고 성장활력을 되살려야 한다”고 말했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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