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이건희 회장 별세 후 재계 안팎의 관심사 중 하나는 삼성과 외가(外家) 관계인 중앙미디어그룹과의 관계 개선 여부다. 삼성은 몇 년째 중앙일보와 JTBC 등 중앙미디어그룹 관련 매체에 광고를 중단하는 등 양측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을 맞고 있다.

중앙미디어그룹은 고 이건희 회장의 부인 홍라희 여사의 친정이다. 현재 중앙미디어그룹은 고 홍진기 법무부 장관의 장남이자 홍라희 여사의 바로 아래 동생인 홍석현 중앙홀딩스 회장과 큰 아들인 홍정도 중앙홀딩스 대표 겸 중앙일보 및 JTBC 사장이 이끌고 있다.

중앙일보와 JTBC 등 중앙미디어그룹의 주축 언론사 또한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이 만든 회사다. 이병철 회장은 삼성전자를 만들기 전인 1964년 JTBC의 전신인 TBC를, 1965년에는 중앙일보를 설립했다.

삼성전자가 생기기 이전, 중앙일보는 삼성그룹의 가장 큰 회사였다. 고 이건희 회장이 중앙일보 이사와 JTBC 이사, 부회장을 역임한 사실에서도 삼성그룹 내 중앙미디어그룹이 위상이 드러난다.

탄핵 국면에 JTBC 잇단 보도로 삼성과 중앙미디어그룹 관계 ’최악‘

하지만 삼성이 전자산업에 진출하는 등 규모가 비약적으로 커지면서 중앙일보 등 중앙미디어그룹은 자연스럽게 이병철 회장의 사돈이자 이건희 회장의 처가, 이재용 부회장의 외가인 홍라희 여사 집안 쪽으로 넘어갔고, 지난 2007년 삼성특검을 전후해 최종적으로 이건희 회장 등 삼성과의 관계가 정리됐다.

이건희 회장 생전, 이 회장과 큰 처남 홍석현 회장의 사이는 썩 좋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1997년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이건희 회장이 홍석현 회장을 통해 당시 김대중 후보에게 전달을 부탁한 선거자금을 홍 회장이 다 전달하지 않은 사실이 나중에 밝혀진 것도 큰 계기가 됐다고 전해진다. 이건희 회장은 자신의 중앙일보 지분을 홍석현 회장에게 넘겨주는 것에 대해서도 썩 내키지 않아 했다고 한다.

최근 몇 년간 삼성과 중앙미디어그룹이 최악의 관계를 보이고 있는 것은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과 이를 둘러싼 JTBC의 보도 때문으로 전해진다. 홍석현 회장이 손석희씨를 JTBC의 간판으로 영입한 이래 이 방송은 이른바 태블릿PC 특종 등 최순실씨 국정농단 의혹과 촛불시위, 박근혜 대통령 탄핵국면을 주도하면서 삼성과 이재용 부회장에 대해서도 수없이 많은 의혹을 제기했다.

당시 삼성 관계자들 마저 “한때 같은 삼성그룹이었던 JTBC와 중앙일보가 가장 심하다”면서 혀를 내두를 정도였다.

최순실 국정농단 의혹으로 이재용 부회장이 2017년 2월 17일 구속되자 어머니 홍라희 여사가 3월 6일 일신상의 이유를 들어 삼성미술관 리움과 호암미술관 관장직을 사퇴하고, 홍석현 중앙일보 회장도 비슷한 시기에 퇴진했는데 그 배경에는 이재용 부회장과 삼성에 대한 JTBC 보도가 있었다는 이야기가 파다했다.

이후 삼성전자 등 삼성그룹 관계사 홍보라인에서 중앙일보와 JTBC에 대한 광고와 협찬을 사실상 전면 중단하면서 양측의 관계는 최악으로 다달았다.

중앙일보 JTBC는 이재용 부회장 외가, 어머니 홍라희 여사 역할 ’주목‘

이재용 부회장 시대 삼성과 중앙미디어그룹과의 관계는 복원될 것인가? 혈연만 따지면 중앙미디어그룹은 이 부회장의 외가로 이 부회장은 이건의 회장의 아들인 동시에 홍라희 여사의 아들이어서 관계회복 가능성도 꼽혀진다. 하지만 삼성과 중앙미디어그룹과의 관계가 이건희 회장의 와병 중 이재용 부회장의 대리경영을 하는 중에 악화됐다는 점에서 낙관적으로 보기만 어렵다.

이와 관련해 가장 중요한 역할을 할 사람은 홍라희 여사로 보인다. 이건희 회장의 조문기간 동안 전해진 뉴스에서 그 근거를 찾을 수 있다. ‘삼성 저격수“ 역할을 하고 있는 더불어민주당 박용진 의원이 이 회장 빈소를 찾았을 때, 박 의원에 따르면 홍라희 여사는 그에게 ’간절한 이야기‘를 했다고 한다.

홍라희 여사가 집안일 뿐 아니라 삼성 문제에 대해 일정한 역할을 하고 있다는 의미다. 이재용 부회장은 홍 여사로부터 반듯한 가정교육을 받은 효자로 알려져 있다. 이 문제의 ’키‘는 결국 홍라희 여사가 쥐고있다고 보는 것이 맞을 것이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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