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선산에 마련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장지에서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장지로 이동하고 있다. 2020.10.28
28일 오후 경기도 수원시 선산에 마련된 고(故) 이건희 삼성 회장 장지에서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왼쪽부터), 이부진 호텔신라 대표,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이 장지로 이동하고 있다. 2020.10.28/연합뉴스

지난달 25일 별세한 고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경기도 수원시 이목동의 선영에서 영면에 들었다. 이건희 회장의 부친인 삼성 창업주 이병철 회장은 생전 고향인 경남 의령이 있던 선대의 묘를 모두 이곳으로 이장해 선영을 만들었다.

이건희 회장이 묻힌 수원시 이목동은 경기도의 수부(首府) 도시이자 도청 소재지인 수원시 북단으로 의왕시와 접하고 있다. 한편 이목동 이건희 회장 묘소 인근에는 200여년전 정조대왕과 아버지 사도세자의 애틋한 사연이 담긴 유적이 있어 화제다. 바로 지지대(遲遲臺) 고개이다.

의왕시에서 수원시로 넘어가는 산길인 지지대 고개는 조선의 22대 왕 정조가 아버지 사도세자의 능인 현륭원에 참배를 하러 오가던 길이다. 정조 임금은 이 고개에서 화성에 있는 아버지의 묘가 내려다보이는 데도 묘까지 가는 시간이 너무 더디게 느껴져 “왜 이리 더딘가”하고 한탄하고, 참배를 마치고 한양으로 돌아가는 길에 이 고개를 넘으면 더 이상 아버지의 묘가 보이지 않아, 안타까워하며 이 고개에서 눈물을 흘리며 한참 지체하였다고 한다.

이에 임금의 행차가 늦어지는 곳이라 하여, 느릴 지(遲)자를 두 번 붙여 지지대라는 명칭이 붙여졌다고 전해진다. 정조는 이곳에 장승과 표석을 세웠고, 1807년(순조 7년)에 지지대 서쪽에 지지대비와 비각을 건립하였다. 이 비는 경기도 유형문화재로 지정되어 있다.

정조가 사도세자 생각하며 걸음 떼지 못했던 지지대고개 바로 옆에 이건희 회장 묘소

정조는 아버지 사도세자의 묘가 있는 화성에 정약용 등을 시켜 근대식 성곽을 축조하고 백성을 이주시켜 화성신도시를 만들었다. 삼성그룹 이병철 창업주와 이건희 회장도 화성과 수원, 용인에 삼성전자 관련 공장을 집중 건설한 바 있다. 지난달 28일 이건희 회장은 영결식을 마치고 장지로 가기 전, 삼성전자를 세계 초일류 기업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자신의 의지가 담긴 화성사업장으로 ‘마지막 출근’을 하기도 했다.

화성시는 과거 연쇄 살인사건의 여파로 도시의 이미지가 극도로 악화되자 시 명칭 변경에 착수했는데 당시 유력한 후보 중 하나가 ‘삼성시(三星市’)였다. 수원시를 비롯, 동탄신도시를 비롯한 화성, 용인은 삼성전자와 관련업체 직원들이 많이 살고 삼성이 지역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결정적이다.

당초 이건희 회장의 묘역은 경기도 용인 에버랜드 경내, 선친 이병철 회장의 묘가 있는 호암미술관 쪽으로 예상되기도 했다. 하지만 본인의 유언인지, 유가족의 뜻인지는 알려지지 않았지만 수원 선영으로 결정됐다.

이건희 회장이 선친 이병철 회장 쪽이 아닌 수원 선영을 묻힘으로써 삼성가의 장손 집안인 CJ그룹 일가와의 화해에도 결정적인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이병철 회장의 용인 묘소는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삼성에서 관리해왔는데 그동안 형이자 장남인 고 이맹희 회장 집안의 참배를 제한하는 등 갈등을 빚어왔다.

이상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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