與, 지난해엔 야당 거부권 보장해온다고 했다가 지난달 野 무력화하는 개정안 발의...연내 출범 강행할 듯
공수처장 후보에 與가까운 인사 거명되는 가운데 野서는 "정치적 중립성 지킬 인사가 올라야" 반발...격론 예상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위촉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박경준 변호사,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임정혁, 이헌 변호사 등 7명의 추천위원들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30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 접견실에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장 후보추천위원회 위원 위촉식이 열렸다. 왼쪽부터 박경준 변호사, 김종철 연세대 로스쿨 교수,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임정혁, 이헌 변호사 등 7명의 추천위원들이 국기에 경례를 하고 있다.(사진=연합뉴스)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회가 첫 회의를 열고 활동을 시작했다. 더불어민주당은 공수처 연내 출범을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민의힘은 정치적 중립성을 지킬 수 있는 인사가 공수처장에 올라야 한다며 동의하지 않고 맞서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30일 오전 추미애 법무부 장관, 조재연 법원행정처장, 이찬희 대한변호사협회장, 김종철 연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박경준·이헌·임정혁 변호사를 공수처장 후보 추천위원으로 위촉했다. 이 중 국민의힘 추천 위원은 이헌, 임정혁 변호사 두 명이다.

박 의장은 "공명지조(共命之鳥·목숨을 공유하는 새)라는 말이 있다. 한 마리의 새에 머리가 두 개인데 서로 다투면 그때는 죽어버린다는 뜻"이라며 "여기 계신 추천위원들께서 정치적 견해를 배제하고 법의 정신과 국민의 여망에 부응할 수 있는 분을 추천해주길 기대한다"고 했다. 위촉식 후 첫 회의에서는 위원장 선출과 함께 후보 추천 방식, 일정 등 세부사항이 논의된 것으로 알려졌다. 

지금까지 공수처장 물망에 오르는 인사는 이광범 엘케이비앤파트너스(LKB) 대표변호사, 이용구 전 법무부 법무실장 등이다. 이 밖에 여권과 가까운 인사로 신현수 전 국가정보원 기획조정실장, 김진국 감사원 감사위원도 언급된다. 다만 민주당은 공수처장 후보와 관련해 함구하고 있다.

후보 추천까지는 시일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민주당에선 공수처 연내 출범을 위해 오는 11월까지는 공수처장 후보 선임을 마쳐야 한다는 계획이다. 문재인 대통령도 지난 28일 국회 시정연설에서 공수처 출범을 서둘러 달라는 당부의 말을 하기도 했다.

야당에선 전면 반발하고 있다. 그동안 야당이 반대하는 사람은 공수처장이 될 수 없다고 언급해왔는데, 거부권을 행사하는 경우 법안 발의까지 해 무력화하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지난해 말 공수처법을 야당 동의 없이 강행 처리하면서 "야당 몫 추천위원 2명이 반대하면 후보 추천이 불가능하다"며 야당의 비토권을 보장한다고 했다. 그런데 이들은 지난달 보 추천위 구성을 ‘여야 각각 2명씩’에서 ‘국회 추천 4명’으로 바꾸고, 추천위 의결 정족수를 현행 6명에서 5명으로 낮추는 게 골자로 하는 공수처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위원회는 이날 후보군을 추린 뒤 자체 심사를 거쳐 6명 이상의 찬성으로 최종 후보 2명을 추천하게 된다. 세부 룰을 정하는 과정에서부터 여야 간 대리전 성격을 띤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공수처법과 추천위 규칙은 세부적인 방식을 위원회 의결로 정하도록 한다. 전례도 없는 만큼 신속한 추천을 원하는 여당 입장과 이를 견제하는 야당의 입장이 위원회 내에서도 대립할 전망이다.

김종형 기자 kjh@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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