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의 상급자가 맞다"?

지난 26일 국회 법제사법위원회 종합감사에 출석한 추미애 법무부 장관은 “법무부 장관이 총장의 상급자라는 표현이 맞는가”라는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의 질의에 이와 같이 답변했다. 지난 22일 대검찰청 국정감사에서 윤석열 검찰총장이 “검찰총장은 장관의 부하가 아니다”라고 답한 것에 대하여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다.

추미애 장관을 비롯하여 여권이 검찰총장을 법무부 장관의 ‘부하’ 내지는 ‘하급자’ 로 표현할 때는 다음 법률조항에 근거하고 있다. 첫째, 법무부장관이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 검찰총장을 지휘ㆍ감독할 수 있도록 규정한 검찰청법 제8조. 둘째, 장관의 지휘ㆍ감독권을 규정하는 정부조직법 제7조 및 법무부장 관 소속으로 검찰청을 둔다고 규정하는 같은 법 제32조. 셋째, 상관의 직무상명령에 복종할 것을 규정한 국가공무원법 제57조이다.

요컨대, 검찰청은 법무부에 소속된 외청에 불과하고, 법무부 장관은 검찰총장을 지휘 ㆍ감독할 권한을 지니고 있으며, 이에 따라 검찰총장은 장관의 지시에 복종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 총장의 국감 발언을 계기로 여권은 일제히 공수처 출범 압박에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국회 시정연설에서 야당에“공수처 출범 지연을 끝내달라”면서 다시 한번 공수처의 조속한 출범을 강조했다.

이에 윤석열 검찰총장과 공수처를 둘러싼 여권의 주장을 하나씩 검토해보고자 한다. 

검찰총장과 법무부장관은 ‘상명하복’ 관계인가?

검찰은 이중적 지위의 특수한 기관이다. 검찰은 검찰권 행사에 수반되는 각종 행정사무를 수행하는 행정기관으로서 지위를 지니지만, 이와 동시에 범죄에 대한 수사 및 형사 소추 같은 사법적 권한을 행사하는 준사법기관의 지위도 지닌다.

따라서 행정기관으로서의 검찰총장은 법무부장관의 지휘와 감독을 받는 하급기관이라 할 수 있으나, 준사법기관으로서의 검찰총장은 다른 행정 각부의 장관과 그 소속 청장 사이의 관계처럼 단순 상명하복관계로 규정할 수 없다.

검찰은 다른 어떤 행정기관보다 직무범위나 권한 측면에서 정치적인 영향을 받거나 이용될 가능성이 큰 기관이다. 그러므로 검찰은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를 위해서 정치적 중립성과 독립성이 더욱 특별하게 요구되는 것이다. 검찰이 정치에 예속됨으로써 정권 유지의 도구로 전락하는 것을 제도적으로 방지할 필요가 크다.

법적인 논리가 아니라 일반 상식에 비추어도 검찰총장은 수사에 관한한 장관의 하급자라고 볼 수 없다.

검찰 이외에도 검찰과 같이 중립성과 독립성을 특별히 요구하는 기관들이 있다. 예로 감사원이나 중앙선거관리위원회 같은 대통령 직속 기구를 들 수 있다. 공정한 방송의 책무를 지닌 방송통신위원회도 마찬가지다.

이들 기관장들 모두 대통령이 임명하지만, 그럼에도 대통령이 직무에 간섭할 수는 없 으며 그래서도 안 된다는 것은 상식이다. 특검도 대통령이 임명한다. 하지만 대통령이 수사에 관여할 수는 없는 것이다. 즉, 중립ㆍ독립 기관의 장은 직무에 관하여 대통령과도 상명하복관계가 아닌 것이다.

더욱이 대통령은 임명권자이지만 해임권은 지니고 있지 않다. 현행법을 위반하는 행위를 하지 않는다면 임기는 보장된다. 이는 권력의 눈치를 보지 말고 독자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장한 것이다. 여권이 ‘눈엣가시’로 생각하는 윤석열 총장에게 “나가라”고 윽박지르면서도 실제로 해임할 수 없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논란의 검찰청법 제8조

현재 논란의 중심에 있는 검찰청법 제8조도 검찰의 독립을 보장하기 위한 조항이다. 여권은 이 조항을 근거로 추미애 장관의 개입을 정당화시키고 있으나 본래의 취지는 수사에 대한 정치적 영향을 배제하려는 것이다.

검찰청법 제8조는 “법무부장관은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로서 일반적으로 검사를 지 휘ㆍ감독하고, 구체적 사건에 대하여는 검찰총장만을 지휘ㆍ감독한다”고 규정한다.

이 법률조항은 법무부장관이 검찰사무의 최고 감독자임에는 틀림 없으나, 동시에 그는 정치적 공무원이기 때문에 일반 검사에 대하여 지휘감독권을 남용하지 못하도록 하였다. 법무부 장관과 일반 검사 사이의 연결 고리를 끊어내고 검찰총장을 매개하도록 수사 지휘권을 제한한 것이다.

그런데 법무부장관이 검찰총장에게 수사에 관련된 지시를 한다면 이러한 입법 취지가 훼손될 수 있다. 검찰총장이 일반 검사의 검찰권 행사를 컨트롤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구체적 사건에 대한 장관의 지휘라고 할지라도 그것에 대한 수용 여부는 온전 히 검찰총장의 몫으로 남겨진다. 검찰총장은 검사를 정치적 외풍으로부터 보호함으로써 공정한 수사를 담보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장관 발동의 수사지휘권은 합법적이고 정당해야만 한다

추미애 장관은 재임중 세 번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하였다. 71년 헌정사에서 2005년에 딱 한 번 발동되었지만 추 장관은 최근에만 세 번의 수사지휘권을 발동한 것이다.

첫 번째는 지난 6월 18일 “한명숙 전 총리의 불법 정치자금 수수 사건이 검찰의 거짓 진술로 강요됐다”고 주장한 재소자 한모씨의 참고인 조사를 서울중앙지검 인권감독관 실이 아니라 대검 감찰부에서 진행하라는 것이었다. 당시 대검 감찰부장은 진보 성향 법 관 모임 소속의 판사 출신으로 조국 전 장관이 추천한 인물이었다. 이 사건은 현재도 감찰중에 있다.

두 번째는 지난 7월 2일 채널A 사건 수사팀이 윤 총장에게 보고하지 말고 감독받지도 말라고 지시하여 사건지휘에서 윤 총장을 배제시킨 것이다. 제보자 지모씨가 7000억원 대 불법사기 혐의로 징역 14년 6월을 선고받고 복역중인 금융사기범 이철 전 VIK 대표 가 채널A 기자로부터 협박당했다고 주장하면서 시작되었다. 소위 ‘검언유착’ 사건으 로 알려져 있다. 이 사건 역시 현재까지 유착 당사자로 지목된 한동훈 검사장의 혐의를 찾지 못하고 있다.

세 번째는 얼마전인 10월 16일 라임 펀드사기와 관련된 수사에 마찬가지로 윤 총장을 배제하도록 지휘하였다. 정관계 로비 의혹의 핵심인 김봉현 전 스타모빌리티 회장이 ‘윤 총장은 야권 인사 수사에 부정적’이라는 취지의 ‘옥중편지’를 공개한 것에서 촉 발되었다.

이상 세 번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모두 ‘사기 전과자의 일방적 폭로’에서 시작되었다 는 공통점이 있다. 한명숙 관련 재소자 한모씨는 사기ㆍ횡령 등의 전과로 징역 20년을 선고받고 복역중이다. 검언유착 관련 제보자 지모씨는 사기ㆍ횡령 전과 5범이다. 라임 사건 김봉현 전 회장도 현재 사기, 배임, 범인도피, 무고 혐의로 현재 구치소에 수감중이 다.

사기 전과자라고 진실을 말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지만, 이들의 과거 핵심 진술이 번복 된 사례가 있다는 사실은 후자의 신빙성을 매우 떨어뜨린다. 김봉현 전 회장은 당초 공 판에서 강기정 전 청와대 정무수석에 금품을 전달하였다고 말했지만, ‘옥중편지’에서 는 ‘검찰의 강압수사로 강기정 등 여권 인사들에 대해 허위로 진술했다’면서 재판중 증언도 뒤집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추미애 장관은 검찰총장의 말 보다 사기 전과자의 말을 더욱 무겁게 받아들인 것이다.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합법하고 동시에 정당해야만 한다. 신뢰할 수 없는 근거에 기초한 수사지휘권 발동은 부당한 것이다. 공직자는 국민 전체의 봉사자로서, 공직사회 의 위계질서 속에서도 상급자의 지시가 위법부당하다면 이를 따라서는 안된다.

특히나 윤 총장은 “(추미애 장관의 수사지휘권 발동은) 위법하고 근거와 목적이 보이 는 측면에서(외관상) 부당하다”고 답하였다. 이런 점에서 정치적 영향으로부터 검사를 보호하고 공정한 수사를 담보해야할 책임이 있는 윤 총장이 ‘위법부당한’ 수사지휘를 모두 수용한 것은 잘못이 크다.  

위법부당한 개입을 ‘민주적 통제’라는 이낙연...문 대통령도 공수처 박차

“(윤 총장은) 무인지하만인지상이다”

박상기 전 법무부 장관은 TBS 뉴스공장에 출연해 “(윤 총장이) 누구로부터도 통제받 지 않고 모든 사람을 통제하려고 하는 그런 그 지위에 있다고 생각하는 게 아닌가”라면 서 이와 같이 말하였다. 자신이 ‘조국의 선처를 부탁했다’는 윤 총장의 국감 발언을 적극 반박하기도 하였다.

윤석열 총장의 국감 발언에 대한 여권의 불편한 심기는 더욱 여과없이 쏟아지고 있다. 윤 총장이 그간의 수사지휘권을 모두 수용했음에도 불구하고, 법무부 장관과 견해를 달리하는 발언들을 한 것이 화근이 되었던 것이다.

여권은 윤 총장 국감 발언을 계기로 일제히 공수처 출범의 필요성을 역설하고 나섰다. 문재인 대통령도 오늘 시정연설에서 야당을 겨냥해 “공수처 출범 지연을 끝내달라”고 다시 한번 강조했다.

지난 23일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이낙연 대표는 “대검 국감을 통해 검찰의 민주적 통제는 더욱 절실해졌다. 검찰 스스로 잘못을 고치기를 기대하기가 어렵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그래서 공수처는 더 시급해졌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검찰총장은 법무부 장관의 부하가 아니라는 윤 총장의 말은 선 출되지 않은 권력이 누구의 통제도 받지 않겠다고 선언한 것이나 다르지 않다”, “‘국민의 대표가 행정부를 통제한다’는 민주주의 기본원칙도 무시하는 위험한 인식을 드러낸 것이다.”고 강하게 비판하기도 하였다.

그러나 이는 추미애 장관이 발동한 세 건의 수사지휘권이 모두 위법하고 부당하다는 법조계 일반의 견해나 ‘추 장관이 무리한 방식을 고집한다’는 민주당 일각의 우려와도 크게 대비된다.

특히나 ‘국민의 대표가 행정부를 통제한다’는 발언이나 위법부당한 수사지휘가 ‘정당한 민주적 통제’라는 이 대표의 인식은 더욱 위험해 보인다.

범죄수사는 정부의 그 어떤 권력작용 보다도 정파적 영향을 배제하고 객관적이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 ‘국민의 대표’는 정치권에 다름이 아니다. 범죄 수사에 대한 정치의 통제를 정당화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

여권이 공수처에 어떠한 기대를 하고 있는지 단적으로 드러나는 대목이라고 할 수 있 다. 만일 공수처장이 ‘민주적 통제를 받아들인다’는 명목 아래에 정치적 중립을 지키 지 않고, 임명권자이자 ‘상급자’인 대통령에게 ‘상명하복’한다면, 공수처는 민주주 의에 심대한 악영향을 끼치는 대한민국 역사상 최고, 최악의 권력기관이 될 것이다.

공수처장 추천위원회는 최근 국민의힘이 야당 몫의 위원 2명을 임명하면서 현재 구성이 완료된 상태이다. 민주당은 야당의 지연 전술로 공수처가 연내 출범하지 못하면 야당 의 비토권을 무력화시키는 개정안을 추진하겠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지난 22일에는 ‘라임 펀드 의혹 및 정치권 로비’ 수사 지휘를 맡아온 박순철 서울남부지검장이 전격 사퇴하였다. 그는 “검찰총장 지휘배제의 주요 의혹들은 사실과 거리가 있다”면서 “정치가 검찰을 덮어버렸다”고 비판하였다.

오늘날 정치는 ‘민주적 통제’ 혹은 ‘검찰개혁’이라는 이름으로 검찰을 뒤덮고 있다. 그 피해는 고스란히 국민들이 보고있다.

이세호 객원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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