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럿 판사 “오늘 밤 내가 엄숙히 선서한 것은 나의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어떠한 두려움이나 편향성이 없을 것이며 정치적 기구들로부터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성향으로부터도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는 것”

미 상원은 26일(현지시간) 본회의를 열고, 에이미 코니 배럿(48) 미 연방대법관 지명자의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대선을 불과 8일 앞둔 상황에서 미 상원은 민주당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찬성 52대 반대 48로 배럿 지명자의 인준안을 통과시켰다.

동성결혼을 지지하는 등 ‘진보의 아이콘’으로 불렸던 루스 베이더 긴즈버그 대법관이 지난 9월 사망하자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6일 배럿 판사를 후임 연방대법관에 지명했다. 민주당은 대선이 끝난 후 승자가 대법관을 지명해야 한다고 반발했다. 앞서 배럿 지명자의 인준안은 지난 22일 미 상원 법사위에서 민주당이 보이콧한 가운데 공화당 단독으로 처리된 바 있다.

이날 표결에서 민주당은 45명 전원이 배럿 인준안에 반대표를 던졌다. 민주당이 연방대법관 지명에 모두 반대한 것은 1869년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무소속 2명도 반대표를 던졌다. 공화당 53명 가운데 ‘대선 전 대법관 임명’에 반대한 수전 콜린스 의원이 반대표를 행사했다.

상원 다수당 리더 미치 맥코넬 의원은 “모든 면에서 대법원은 단순히 재능있는 법관을 얻은 것뿐만 아니라 환상적인 인물을 얻게됐다”며 “공화당 상원의원들이 한 일은 미국인들이 우리에게 부여한 권한을 행사한 것이었다”고 했다. 독실한 가톨릭 신자인 배럿 판사는 낙태에 반대하고, 헌법상 총기 소지 권리를 옹호하며, 동성애에 부정적인 견해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배럿이 연방대법관에 임명되면서 미국의 최고 고등법원의 이념적 지형은 보수 6 대 진보 3으로 굳어졌다. 트럼프 대통령은 취임 이후 보수 성향을 대법관을 3명 연속 임명해 연방대법원의 이념적 지형을 바꿨다.

민주당은 트럼프 대통령이 고 긴즈버그 대법관의 후임으로 배럿 판사를 임명한 것에 반대했다. 민주당은 지난 2016년 오바마 대통령이 대선을 일 년 앞둔 상황에서 연방대법관을 지명해선 안 된다며 공화당이 반대했던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고 했다. 그러나 공화당은 당시와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현재는 공화당이 백악관과 상원을 모두 차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배럿은 오는 11월 10일로 예정된 오바마케어에 대한 위헌 소송 심리에 참여한다. 트럼프 대통령과 공화당은 건강보험에 가입하지 않으면 벌금을 부과하도록 한 오바마케어의 핵심 조항이 위헌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에이미 코니 배럿(48) 연방대법관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취임 선서를 하고 있다(FOX NEWS)
에이미 코니 배럿(48) 연방대법관이 26일(현지시간) 백악관에서 헌법에 대한 선서를 하고 있다(FOX NEWS)

트럼프 대통령은 배럿에 대한 인준안이 상원 본회의를 통과하자 곧바로 취임식 행사를 개최했다.

배럿 판사는 이날 밤 백악관에서 열린 취임식에서 남편이 든 성경에 손을 얹고 헌법에 대한 맹세를 했다.

배럿 판사는 사법부와 입법부의 권력 분리 필요성을 강조했다. 배럿 판사는 “상원의 일은 정책적 선호를 추구하는 것이며 정책적 목표들을 무시하는 것은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며 “그러나 대조적으로 판사는 자신의 정책적 선호에 저항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판사가 그것(정책적 선호)들에 굴복하는 것을 판사로서의 직무유기가 될 것”이라며 “연방 대법관들은 선거로 선출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의 그들의 선호가 국민을 대변한다고 주장할 근거가 없다”고 했다.

배럿 판사는 “판사의 정치적 선호로부터 분리 의무는 사법부를 정부를 구성하는 세 가지 권력으로부터 구별되게 만든다”며 “판사는 의회와 대통령으로부터 독립을 선언할 뿐만 아니라 그녀를 움직일 수 있는 개인적 가치관들로부터도 독립을 선언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배럿 판사는 “나의 동료 미국인들이여 비록 우리 판사들이 선거로 임명되는 것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여전히 당신들을 위해 일한다”며 “법의 지배와 사법부의 독립을 확고히 한 것은 여러분의 헌법이 중심으로 삼고 있는 바”라고 했다. 

이어 “오늘 밤 나는 직무를 수행함에 있어 어떠한 두려움이나 편향성이 없을 것이며 정치적 기구들뿐만 아니라 나 자신의 성향으로부터도 독립적으로 직무를 수행할 것이라고 엄숙히 선서한다”며 “나는 헌법과 헌법이 만든 민주적 공화정을 사랑하며, 그것을 지키기 위해 나 자신을 헌신할 것”이라고 밝혔다.

배럿 판사에 대한 인준안이 상원을 통과하자 민주당은 이를 강하게 비난하면서 “대법관 수를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의 좌파 성향 CNN 방송과 NBC 방송은 배럿 판사의 인준안이 상원에서 통과되는 장면을 아예 방송하지 않았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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