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22일 토론회에서 집요한 공격으로 바이든이 실언하게 유도
바이든 “석유산업은 환경을 매우 오염시켜...석유 산업에 대한 연방 지원금 지급 중단할 것”
트럼프 “그는 석유 산업을 파괴할 것...텍사스와 펜실베이니아, 오클라호마, 오하이오는 이를 기억해야”

미국 민주당의 대선 후보인 조 바이든 전 부통령이 지난 22일(현지시간) 대선후보 간 마지막 TV토론회에서 내뱉은 발언으로 인해 곤욕을 치르고 있다. 상대방 발언 동안 마이크를 꺼두는 달라진 규칙 때문에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달 29일에 있었던 토론회보다 자제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트럼프 대통령은 핵심 경합주로 꼽히는 미국의 러스트 벨트 지역(펜실베이니아주와 오하이오, 아이오와, 위스콘신 등 중서부와 중북부 주)의 유권자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문제들에 대한 입장을 집요하게 물고 늘어지면서 바이든 후보가 결정적인 발언을 내뱉도록 유도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마지막 질문을 남겨둔 상황에서 갑자기 바이든 후보에게 “당신은 석유 산업을 폐기할 것인가”라고 질문했다. 사회자가 끼어들어 트럼프 대통령을 제지하려 했지만 그는 ‘석유 산업 문을 닫을 것이냐’고 거듭 질문했다.

바이든 후보는 “나는 구 산업(old industry)으로부터의 이동이 필요하다고 본다”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오, 이것은 중요한 발언이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는 “나는 이동할 것”이라며 “이것은 중요한 발언”이라고 했다. 이어 “나는 (석유산업을) 중단시킬 것”이라고 했다.

이에 대해 사회자가 “왜 그런 일을 하려고 하시나요”라고 질문하자 바이든 후보는 “왜냐하면 석유 산업은 환경을 매우 오염시키기 때문”이라고 대답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회심의 미소를 지으며 “오, 알았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는 “석유 산업은 시간을 두고 재생가능한 에너지로 대체돼야 한다”며 “나는 석유 산업에 대한 연방 지원금 지급을 중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왜 우리가 석유 산업에 연방 지원금을 주어야 하는가”라고 반문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당신이 한 말은 산업적 측면에서 가장 중요한 언급”이라며 “그는 석유 산업을 파괴할 것이다. 텍사스와 펜실베이니아, 오클라호마, 오하이오는 이를 기억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바이든은 “요점은 우리가 제로 이산화탄소 배출을 향해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라며 “2035년까지 에너지 생산에 있어 이를 달성하고 2050년까지는 완전히 이산화탄소 방출을 금지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파리 기후협약을 다시 체결하겠다고 밝혔다.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 후보가 셰일 가스의 채굴방법인 수압균열법 일명 ‘프래킹(fracnking)’에 대한 입장을 번복한 것에 대해서도 집요하게 공격했다.

트럼프 대통령은 이날 토론회에서 “(바이든은) 우리는 프래킹을 원하지 않고 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지만 펜실베니아에 가서는 ‘우리는 프래킹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고 거듭 공격했다.

이에 대해 바이든 후보는 “나는 결코 프래킹을 금지할 것이라고 말하지 않았다”고 했다. 트럼프 대통령이 “당신은 테이프에서 그렇게 말했다”고 공격하자, 바이든은 “테이프를 보여달라. 당신의 웹사이트에 그것(테이프)을 올려라”라고 발끈했다.

사회자가 바이든을 향해 “당신은 프래킹을 금지하는 것을 막을 것인가”라고 질문하자, 그는 “나는 프래킹을 금지하는 것을 막을 것”이라면서도 “2025년까지 궁극적으로 완전한 제로 방출량을 달성하기 위해 다른 산업으로 옮겨가야 한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는 “장차 프래킹과 관련해 내가 할 일은 프래킹으로부터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방출을 잡고, 가스 방출을 잡는 것”이라며 “우리는 돈을 투자함으로써 그 일을 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대해 트럼프 대통령은 “바이든은 민주당 대선후보로 지명되기 전까지는 프래킹에 반대했지만 펜실베이니아에 가서는 말을 바꿨다”며 “민주당이 프래킹에 완전히 반대하고 있기 때문에 그는 곧 입장을 바꿀 것”이라고 지적했다. 바이든은 “나는 연방정부 소유의 땅에서 프래킹이나 석유 채굴을 금지하자고 말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기후변화에 대해서 트럼프 대통령은 “트럼프 행정부 아래 미국은 수조 달러를 들여 지난 35년 동안 가장 낮은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기록하고 있다”며 “그러나 나는 수천만의 일자리와 수만 개의 회사들을 (환경보호를 위해) 희생하지 않을 것”이라며 산업계의 입장을 대변했다.

그러나 바이든은 “기후변화와 전 세계의 온난화는 인류에게 핵심적이며 우리는 이를 해결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했다 그는 “과학자들은 우리에게 시간이 많지 않다고 말한다”며 “트럼프 대통령은 우리가 공기를 깨끗하게 만들고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규제하기 위해 부과한 모든 규제를 철폐했다. 사람들은 일자리에 대해 걱정한다. 그러나 우리는 탄소 제로 정책으로 새로운 고소득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다”고 했다.

바이든 후보의 이 같은 발언은 석유산업에 대한 의존도가 큰 미국 서남부 지역 유권자들에게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다. 바이든 후보는 24일 최대 경합주로 불리는 펜실베이니아주 지역방송 세 곳과 연달아 인터뷰를 했다. 바이든은 “프래킹을 금지하는 것이 아닌 연방정부 소유의 땅에서 채굴을 금지할 뿐”이라며 해명에 대섰다. 트럼프 대통령은 26일 펜실베이니아주를 방문해 본격적으로 유세에 나설 예정이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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