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회의 가르침과 어긋난 교황의 개인적 의견 표명은 동요와 혼란, 오류를 불러일으킨다"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사진=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공식 웹사이트)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사진=레이먼드 버크 추기경 공식 웹사이트)

가톨릭교회 내 강력한 보수 성향의 고위 성직자로 알려진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이 프란치스코 교황의 ‘동성애 합법화’ 발언에 반대한다는 취지의 의견을 표명한 사실이 전해졌다.

영어권 가톨릭(천주교) 신자들 사이에서 잘 알려진 보수 성향 매체 ‘라이프사이트뉴스(lifesitenews.com)는 교황의 발언 직후인 지난 22일 버크 추기경은 동성애자들 간의 관계가 법적인 승인을 받아야 한다며 ‘시민결합법’을 지지해야 한다고 한 프란치스코 교황의 견해에 반대 의견을 냈다고 보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은 로마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 영화 〈프란체스코〉(Francesco)의 감독 예브게니 아피네에프스키와의 지난 21일 인터뷰에서나온 것이었다.

당시 프란치스코 교황은 “동성애자들 역시 하느님의 자녀들이다. 가족을 가질 권리를 가지며 누구도 ‘동성애자’라는 사실로 인해 버려지거나 비참해져서는 안된다”며 “우리가 만들어야 하는 것은 ‘시민결합법’(Civil Union Law)이며, 그것이 그들(동성애자들)이 법적으로 보호받을 수 있는 길”이라고 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같은 발언은 교황이 동성 간 결합을 지지한 것으로 해석돼 전 세계적은 파장을 불러왔다.

이에 대해 버크 추기경은 “교황의 발언은 성전(聖傳, 거룩한 전통)의 가르침에 반하며 교도권(敎導權)의 가르침에도 반한다”며 비판적 견해를 제시하고 나섰다.

그러면서 버크 추기경은 ‘동성애’ 행위는 자연법에 반하는 것이며 질서를 어지럽히기 때문에 수용돼서는 안 된다며 동성애 행위가 가톨릭교회가 규정하고 있는 ‘죄악’의 한 종류에 해당하는 것이기 때문에 ‘동성애 행위’를 미워해야 한다고 했다.

이어서 그는 가톨릭 신자들, 특히 가톨릭 신앙을 갖고 있는 정치가들은 동성 관계의 법적 승인에 반대할 의무가 있다며 “가족을 형성할 권리는 사적(私的) 권리가 아니라 후손에게로 생명을 전하게 하는 창조주의 계획에 대응하는 것이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버크 추기경은 또 “교황의 개인적인 의견이 교회의 변하지 않는 가르침과 일치하지 않는 바가 있어 매우 슬프다”며 “기본적이며 중요한 문제에 대한 교회의 영속하는 가르침을 변경했다는 식의 그릇된 인식을 퍼뜨리게 한다는 점에 있어서 교황의 개인적 의견과 가톨릭교회의 가르침 간의 불일치는 가톨릭 신자들 간의 동요와 혼란, 오류를 불러일으킨다”고 지적했다.

지난 1975년 이탈리아 로마에서 탁덕품(鐸德品)을 수품(受品)하고 신부가 된 레이먼드 버크 추기경은 1995년 이탈리아 라크로세 교구의 주교가 됐다. 그가 추기경에 서임된 것은 지난 2010년이다.

로버트 사라 추기경과 알렉산더 샘플 주교 등과 함께 가톨릭 내 ‘보수파’로 유명한 버크 추기경은 지난 2007년 9월 당시 베네딕토 16세 교황의 자의교서(Motu Proprio) 〈교황들〉(Summorum Pontificum)이 발표된 이후 ‘트리엔트 미사’ 등으로 불리고 있는 라틴어 미사 양식에 의한 가톨릭 복고(復古) 운동에 힘써온 인물로 정평이 나 있는 인물이다.

한편, 프란치스코 교황의 발언은 사적인 장소에서 개인 자격으로 한 것이기 때문에 소위 교황무류성(교황의 행위는 오류가 없다는 이론)과는 관계가 없는 것이다.

박순종 기자 francis@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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