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의 당면 과제, '시장 리스크' 아닌 '정부 리스크'...천문학적인 상속세에 '삼성생명법'으로 20조원에 달하는 지분 매각해야할 수도

이건희 삼성 회장의 별세로 삼성의 지배구조에 대한 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현재 재판 중인 이재용 부회장이 경영을 이어나가기 위해선 막대한 상속세 부담으로 계열사를 매각하거나 대출 등을 통하여 현금을 마련해야할 뿐더러, 더불어민주당이 추진하는 '삼성생명법'으로 인해 지배구조도 전면 재편해야할 상황이다. 이에 업계에선 지금 당장 삼성이 당면한 과제는 시장 리스크가 아닌 정부 리스크라는 지적까지 나온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 회장의 보유 주식 평가액은 23일 종가 기준으로 18조2251억원이다. 주식만 놓고보면 국내 상속세법에 따라 계산된 금액만 10조6000억여원이다.

올해 6월 말 기준 이 회장은 ▲ 삼성전자 2억4927만3200주(지분율 4.18%) ▲ 삼성전자 우선주 61만9900주(0.08%) ▲ 삼성SDS 9701주(0.01%) ▲ 삼성물산 542만5733주(2.88%) ▲ 삼성생명 4151만9180주(20.76%) 등을 보유했다.

이 회장은 이들 4개 계열사의 최대주주이거나 최대주주의 특수관계인으로 상속세법상 최대주주 할증 대상이다. 최대주주 할증이 적용되면 주식 평가액에 20%가 붙어 상속세가 매겨진다. 이에 따라 상속세는 이 회장의 주식 평가액 18조2000억원에 20% 할증이 적용된 다음 50% 세율을 곱한 후 자진 신고에 따른 공제 3%를 적용하면 10조6000억여원에 달하게 된다.

이 회장 상속인들의 상속세 신고·납부 기한은 내년 4월 말까지이며, 이 회장의 법정상속인은 배우자 홍라희 전 리움미술관장, 아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딸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복지재단 이사장이다.

업계에선 상속세 부담이 커 LG가 택한 분할 납부(연부연납)를 활용할 것이란 예상이다. 연부연납은 연이자 1.8%를 적용해 신고·납부 때 '6분의 1' 금액을 낸 뒤 나머지를 5년간 분할 납부하는 방식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고 구본무 회장에게 물려받은 재산에 대한 상속세 9215억원을 계열사 매각, 대출 등으로 현금을 마련해 납부 중이다.

현재 여당이 추진하는 이른바 '삼성생명법'에 따르면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총 자산의 3% 외에는 모두 매각해야 한다. 이에 따라 처분되어야 할 삼성전자 지분은 4억주, 가치는 20조원 정도로 추산된다. 최악의 경우 20조원의 지분이 일시에 매도되면 주가가 폭락할 가능성도 있다.

나아가 이 부회장에 대한 파기 환송심도 26일부터 재개된다. 이 부회장은 현재 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을 불법·편법적 방식으로 합병해 경영권을 승계받았다는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삼성을 겨냥한 법안 통과와 더불어 사법부의 판결 결과에 따라 삼성 지배구조 개편은 더욱 확대될 수 있어, 일각에선 이 부회장이 최대 당면 과제가 미래 먹거리 사업을 위한 인수합병(M&A) 등이 아닌 '정부 리스크'라는 말이 나온다.

홍준표 기자 junpyo@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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