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 어른들은 자신의 잘못 인정하지 않고 남을 짓밟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인가요”
“아빠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이길 것”
“엄마와 제 가슴 속에 자리잡은 아빠는 그저 그리움”

지난달 북한군에 의해 서해상에서 피살당한 공무원 이모씨의 아들이 아버지에게 보낸 편지가 24일 공개됐다.

이모씨의 사망 한 달을 맞아 서울 광화문에서 열린 추모집회에서 형 이래진 씨는 ‘차디찬 바다 속에서 잠자고 계신 아빠’에게로 시작하는 조카 이군의 편지를 공개했다.

이군은 편지에서 아버지에 대해 ‘월북’이라고 조사결과를 발표한 해경에 강한 원망을 드러내면서도 문재인 대통령에게 여전히 희망을 거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아들은 “엄마가 많이 우셨는지 퉁퉁 부은 눈을 보니 저는 또다시 이 나라가 원망스럽고 분노가 차오른다”며 “대통령 할아버지께서 진실을 밝혀 아빠의 명예를 찾아주겠노라 약속을 하셨음에도 터무니없는 이유를 증거라고 내세우는 해양경찰의 발표가 저를 무너지게 만들었다”고 했다. 이어 “대한민국에서 가장 높은 분인 대통령 할아버지의 약속이었기에 그저 믿고 기다리고 있는 저한테 아빠는 아마 ‘그래 아들, 잘하고 있다’라고 칭찬하시겠죠”라고 했다.

앞서 해경은 지난 22일 이모씨가 ‘월북’을 했다고 발표를 하면서 “실종자는 출동 전후와 출동 중에도 수시로 도박을 하는 등 인터넷 도박에 깊이 몰입돼 있었다. 정신적 공황상태에서 현실 도피 목적으로 월북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했다.

이에 대해 이군은 “아빠가 지금 이 상황을 보고 계신다면 눈도 감지 못하고 우리 곁을 떠나지도 못하고 계실거라 생각된다”며 “우리가 어떻게 살아왔고 어떤 환경에서 자랐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사람들은 자기들 편한대로 말하고 판단하여 그것이 사실인 것처럼 얘기를 한다”고 했다. 그는 “왜 어른들은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살아남기 위해 남을 짓밟는 행동을 서슴지 않는 것인지, 그리고 내가 살기 위해 힘없는 사람의 목숨 하나쯤 가볍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어떻게 벌 줄 수 있을까 생각하는 게 아빠가 남기고 가신 숙제가 되었다”고도 했다.

이군은 “힘들고 고통스럽지만 아빠가 편히 눈감을 수 있도록 아빠의 명예를 찾을 때까지 끝까지 싸워이기자고 엄마와 이야기 했다”며 “제가 좀 더 힘이 센 어른이었다면 아빠를 찾아달라고, 아빠는 죽게 만든 사람을 벌해달라고 좀 더 적극적으로 외쳤을텐데 이런 편지밖에 쓰지 못하는 저를 용서해달라”고 했다.

또한 그는 편지를 통해 아버지에 대한 절절한 그리움을 표현했다. 이군은 “엄마와 제 가슴 속에 자리잡은 아빠는 그저 그리움”이라며 “누가 뭐라해도 가족과 나라를 위해 헌신했던 아빠를 우린 너무 잘 알기에 나의 아빠, 존경합니다, 사랑합니다, 그리고 그립습니다”라고 했다. 이어 “우리 언젠가 다시 꼭 만나요”라며 “다음 생이 있다면 그때도 다시 아빠 아들 할게요”라고 했다.

양연희 기자 yeonhee@pennmik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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